KT, “아현 화재 상처 씻겠다”…차세대 통신 인프라 기술 발표

5G 로봇이 통신구 화재를 진화한다.

가 +
가 -

“잠깐의 방심과 자만으로 아현 화재라는 큰 상처를 낳았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아현 화재의 경우 KT 경쟁력의 근간인 유선 인프라의 가치를 깊이 깨닫는 커다란 계기가 됐다. 아픈 과오를 씻고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KT의 모든 역량과 기술력을 결집해 네트워크 인프라 혁신 연구·개발에 매진해왔다.”

KT가 차세대 통신 인프라 기술을 발표했다. KT는 9월4일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OSP 이노베이션센터’를 공개하고 통신 인프라 구축과 운용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통신구, 전신주, 맨홀 등 통신 인프라를 통합 관리하고, 로봇으로 통신구 화재를 감지·진화, 인공지능(AI)으로 맨홀을 관리하는 등의 내용이 핵심이다. 황창규 KT 회장은 아현 화재를 계기로 이 같은 차세대 통신 인프라 기술에 투자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 KT 황창규 회장이 임직원들과 함께 OSP 이노베이션센터에 위치한 통신구 시험장에 설치된 5G 레일형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아현 화재 재발 막겠다

79만km. KT에서 관리하는 전국 광케이블의 총 길이다. 인터넷은 무형의 서비스 같지만 사실 거대한 규모의 전선으로 연결돼 있다. 지난해 11월24일 발생한 KT 아현지사 통신관로(통신구) 화재는 5G를 말하는 시대에 역설적으로 유선 인프라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유·무선 통신 케이블을 한데 모아서 지하에 매설한 통신구가 타버리면서 생활 일부가 멈췄기 때문이다. 서울 서대문구, 용산구, 마포구, 중구, 은평구 일대 및 경기 고양시 일부 지역에서는 인터넷, 전화, 문자, 카드 결제 등 망을 이용하는 서비스들이 막혔다. 일부 병원 업무, 112 신고 시스템도 마비됐다. 이후 정부와 이동통신사는 우회로 확보와 화재방지 시설 확충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 지난해 아현 화재 당시 서울 신촌의 한 편의점 (사진=채반석 제공)

이번에 KT가 발표한 기술들은 아현 화재 같은 사고를 기술적 차원에서 막기 위한 연구·개발 결과물이다. 통신구, 통신주, 맨홀 등 외부 통신시설(OSP, Out Side Plant) 혁신을 위해 올해 5월 네트워크부문에 ‘인프라운용혁신실’을 신설하고, 통신 인프라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 및 개선 활동을 해왔다. 지난 7월에는 차세대 통신 인프라 기술 개발을 위해 융합기술원 산하 ‘KT OSP 이노베이션센터’를 차렸다. 대전 대덕 연구단지에 약 7만6천㎡ 규모로 만들어진 이노베이션 센터는 효율적인 OSP 구축·운용을 위한 기술 개발과 실제 상황 시험 등을 진행 중이다.

핵심은 통신 인프라 DB 관리

가장 핵심은 차세대 OSP 관리시스템 ‘아타카마(ATACAMA)’다. 통신 인프라 설계부터 관제까지 모든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에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전국의 통신구 230개(286㎞), 통신주 464만개, 맨홀 79만개를 통합 관리할 수 있다. 기존에는 7가지 이상의 OSP 관리 시스템을 사용해 일원화된 DB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각 시스템별로 DB가 불일치하는 경우도 있었다. KT는 현재도 OSP 현황 파악을 위해 전수조사 중이다. KT 네트워크부문장 오성목 사장은 통신주 464만개 중 280만개를 조사 완료했고, 맨홀 78만8천개 중 39만개를 조사 완료했다며 내년까지 전수조사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KT 네트워크부문장 오성목 사장

오성목 사장은 “아현 화재는 여러 원인이 있었는데 그중 통신구 DB 관리가 소홀한 점도 있었다”라며 “어느 통신구가 제대로 점검이 됐는지 수작업을 통해 파악했는데, 새로운 시스템이 적용되면 이런 문제가 완벽히 해소되기 때문에 앞으로 통신 재난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아타카마는 통합된 DB,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으로 개발됐다. 여기에 AI, 데이터 분석 기술을 적용해 선로 기술 전문가의 비정형 노하우를 담아냈다. KT에 따르면 아타카마를 통해 광케이블망 설계는 100분에서 최대 5분으로, 선로 개통 업무 전산시스템은 52분에서 10분으로, 사고 발생 시 위치 파악은 48분에서 10분으로 단축됐다. OSP 설계부터 관제까지 생산성과 효율성이 개선된 셈이다.

현재 아타카마는 개발이 완료돼 일부 상용화가 진행된 상태다. 오성목 사장은 “충청지역 선로에 이미 시범 적용됐으며, 9월 중 전국으로 확산해 완벽하게 운영할 수 있는 체계로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로봇으로 통신구 화재 진압부터 맨홀 관리까지

KT는 OSP를 관리할 수 있는 로봇 및 드론 기술들을 선보였다. 먼저, 새롭게 개발한 ‘화재감지 기술(CTTRS)’과 5G 로봇을 활용한 통신구 화재 진압 시스템에 대한 시연이 진행됐다. CTTRS는 KT가 개발한 케이블 기반의 분포형 온도계측 방식을 통해 통신구 전구간의 온도변화를 감지하는 기능을 한다. 통신구 안 온도의 이상 변화를 감지하면 통신구에 설치된 레일형·지상형 5G 로봇이 통신구 상황을 파악하고 화재를 조기에 진화하는 식이다. 레일형 5G 로봇 ‘사파이어(死Fire)’는 통신구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이동하며 통신구 환경을 5G 네트워크를 통해 원격으로 감시할 수 있다. 풀HD 카메라, 열화상(IR) 카메라를 통해 현장 상황을 5G로 실시간 중계하고, 에어로졸 소화기로 소화 분말을 분사한다. 이후 지상형 5G 로봇 ‘소파이어(消Fire)’가 현장에 접근해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

| 통신구 화재를 진압하는 지상형 5G 로봇 ‘소파이어(消Fire)’

맨홀 관리에도 로봇 기술이 적용됐다. ‘침수감지 기술(MFRS)’로 맨홀의 침수가 감지되면 자율주행 로봇이 해당 장소로 이동해 자석 장치로 맨홀을 열고 펌프를 투입해 물을 빼낸 후, 360도 카메라와 유해가스 센서가 달린 로봇 팔이 들어가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MFRS는 AI 기반의 분포형 음파계측 방식을 적용한 침수감지 기술로, 도로 아래에 깔린 광케이블을 활용해 맨홀의 진동을 감지, 음파 패턴을 기반으로 맨홀의 침수 상태를 파악한다.

| 맨홀 침수 대응 5G 로봇 ‘빙수(泵水)’

자동화된 통신주 관리 시스템도 선보였다. 통신주 기울임감지 기술(PTRS)과 5G 자율주행 드론으로 통신주의 이상 유무를 원격으로 확인하는 모습이 시연됐다. 오성목 사장은 이와 같은 로봇 기술들이 2-3년 후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아현 화재 이후 진행되고 있는 통신로 우회 경로 마련과 관련해 KT 측은 연내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철규 KT 실장은 “특정 이동통신사에 장애가 발생했을 때 로밍으로 타사 네트워크를 쓸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며 “표준화 작업은 끝났고 10월11일 테스트를 거쳐 연내에 가능하도록 추진 중이다”라고 전했다.

네티즌의견(총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