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로 해외 진출…‘무늬만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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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를 통한 해외진출은 ‘무늬만 한류’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국회의원은 9월18일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국회의원, 미디어리더스포럼과 공동주최한 ‘제17회 미디어리더스포럼 : OTT 등장에 따른 국내 콘텐츠 산업 진단 및 정책 방안’ 환영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KBS·MBC·SBS 등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은 ‘넷플릭스 대항마’를 자처하며 통합 OTT 플랫폼 ‘웨이브’를 내놨다. CJ ENM은 JTBC의 손을 잡고 내년께 합작 OTT를 출범할 계획이다.

OTT로 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한국 콘텐츠 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이철희 의원의 말처럼 비판적인 시각도 공존한다. 글로벌 OTT로 힘의 균형이 과도하게 쏠리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OTT, 한국 콘텐츠 해외行 발판”

플랫폼의 경쟁력은 콘텐츠가 쥐고 있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다. 디즈니 등 풍부한 IP를 소유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OTT 경쟁에 뛰어드는 배경이기도 하다. 국내 콘텐츠 사업자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천혜선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은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18-29세대는 넷플릭스에서 ‘오피스’, ‘프렌즈’, 디즈니가 소유한 콘텐츠가 빠지면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라며 “OTT는 충성도가 낮고 가입자 이탈률이 높은 굉장히 유동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용자는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콘텐츠를 따라 수시로 이동한다는 설명이다.

지난 2016년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봉준호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옥자’를 시작으로 ‘범인은 바로 너!’, ‘라바 아일랜드’, ‘킹덤’, ‘페르소나’,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좋아하면 울리는’ 등 다양한 포맷과 장르의 한국 콘텐츠를 제작해왔다. 올해는 10편 이상의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신작을 준비 중이다.

| 천 센터장은 “넷플릭스와 협력하는 건 호랑이 등에 타는 것과 같다. 그러나 영원히 호랑이 등에 탈 수는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천 센터장은 “넷플릭스가 국내 진출한 2016년 이후에 국내 제작비가 늘어났다. 작가 및 PD 등 제작요소의 몸값도 상승했고, M&A 수요도 증가했다”라며 “넷플릭스의 아태지역 공략에 따라 한류 콘텐츠 수급은 더욱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국내 콘텐츠가 해외로 진출하는 발판이 되고 있다. 천 센터장은 “스튜디오 드래곤의 경우 매출액에서 해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 58.7%에서 2019년 1분기 76.9%로 변화했다. 중국 한한령 이후 새로운 유통망을 찾던 CP들에게 새로운 글로벌 진출의 창구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초 ‘2019 아시아 TV 드라마 컨퍼런스’에 참석한 ‘좋아하면 울리는’의 이나정 감독은 “과거에도 한국 드라마가 해외로 수출되는 사례는 많았지만, 이처럼 수십가지의 언어로 자막을 제공하고, 해외 팬들이 공감할 수 있는 맞춤형 홍보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처음 봤다”라며 “한류, 더 나아가 한국 대중 문화를 해외에 알릴 수 있는 너무나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넷플릭스 등장으로 국내 OTT 시장 경쟁이 촉발됐다는 점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글로벌 OTT의 등장이 국내 사업자들에게 자극을 줬다. 살기 위해 손을 잡고 있다”라며 “콘텐츠사업자, 통신사업자들의 합종연횡이 일어나면서 내부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었다”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줄서기…무늬만 한류”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이철희 의원은 넷플릭스가 콘텐츠에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고 있는 건 사실이나, 콘텐츠 생산요소 시장의 양극화가 심해져 제작현장에서 ‘넷플릭스 줄서기’라는 신종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소 제작사들은 버티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이익은 모두 글로벌 OTT 사업자가 가져가는 현상이 심각하다고 일갈했다.

천 센터장은 “지속적인 재투자가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 경우 소수 제작사 또는 글로벌, 아시아향 대작 콘텐츠에만 투자가 몰릴 수 있다”라며 “해외유통망을 다각화하고 자체 플랫폼을 만드는 등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짚었다. 이어 “저작권 및 수익 배분도 지속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거래 관계에 있어서 공정하고 이상적인 표준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안 위원도 “수익배분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며 “글로벌 OTT는 마음만 먹으면 콘텐츠 사업자를 선별하는 ‘갑질’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이 열악했던 곳은 종속될 수밖에 없다. 콘텐츠 제작사가 ‘하청기지’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라고도 말했다.

국내 OTT가 성장해야 토종 콘텐츠도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희주 웨이브(Wavve) 플랫폼사업본부장은 “10년 뒤를 상상하면 대한민국에 어떤 미디어가 남아있겠나. 방송국의 주된 비즈니스 모델은 광고인데 이미 유튜브가 다 빼앗고 있다”라며 “JTBC와 SBS가 경쟁하는 건 이제 무의미한 상황이다. 웨이브의 적은 유튜브와 넷플릭스”라고 말했다.

“미디어는 산업이기 전에 문화입니다. 미국발 OTT에 우리 문화를 맡길 수는 없습니다. 유튜브에 민원을 넣을 수 있나요? 어렵죠. ‘미디어 제국주의’라고 표현할 만한 일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출범한 기업들이 전세계를 나눠 먹는 형국이에요.”

이 본부장은 “미국발 글로벌 OTT를 막아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라며 “대한민국 미디어가 살아남아야 토종의 콘텐츠들도 발전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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