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정리

“TV프로그램 들려주겠다” 13개 방송사가 팟캐스트하겠다는 이유

2019.09.26

“혁신적인 건 아닙니다. 혁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디어 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이런 서비스에) 도달한 겁니다. 운영비용은 올라가고 오디오 광고에서 새로운 형태를 만들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거 같았습니다. 고민의 결과가 ‘티팟’입니다.”

박종진 SBS I&M 플랫폼서비스 실장이 9월25일 상암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티팟(Tpod)’ 출시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티팟은 국내 13개 방송사가 내놓는 연합 오디오 플랫폼으로 뉴스, 교양, 스포츠, 드라마, 예능, 종교 콘텐츠 등 방송사 TV프로그램을 라이브와 팟캐스트로 다시 들을 수 있다. 일종의 ‘듣는 TV’다.

방송사는 SBS와 SBS미디어넷(CNBC/스포츠/골프), YTN, 연합뉴스TV, JTBC, 채널A, TV조선, MBN, 아리랑국제방송(아리랑TV/아리랑라디오), KNN(부산경남방송), BTN(불교TV), CTS(기독교TV), 음악전문방송사인 라디오 키스(Radio Kiss)와 쎄티오(Satio) 등이 참여한다. SK텔레콤의 누구(NUGU), 삼성전자 빅스비, 네이버의 오디오클립과 클로바와도 제휴를 맺었다.

뭉친 이유는 간단하다. 운영비용을 절감하고 매출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다. 그래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기보다는 방송국의 TV프로그램을 오디오로 내보내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27개 라이브 채널과 101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이거, 잘 될까?

갑자기 분위기 팟캐스트 ‘티팟’

최근 미국인터넷광고협회(IAB) 등은 미국 팟캐스트 광고 시장이 2021년까지 10억달러, 우리돈 약 1조원 이상 규모로 성장할 거라는 전망을 내놨다. 국내도 음성 콘텐츠의 가능성을 보고 관련 서비스를 준비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아프리카TV(팟프리카, 팟티), 네이버(오디오클립, 나우)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장이 무르익지는 않았다. 박 실장은 “오디오 서비스를 하는 국내 방송국의 광고 시장 규모를 다 합치면 100억원이 안 된다”라며 “다만 앞으로 시장이 커진다는 건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박종진 SBS I&M 플랫폼서비스 실장은 “미디어 전체가 어려운데 도움이 되고 싶다”라며 “(미디어에게는) 새로운 매출을 만들어주고, 이용자는 편리한 환경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티팟의 출범은 ‘비용절감’ 목적이 크다. 오디오 플랫폼은 늘어났지만 매출이 커지는 선순환보다는 플랫폼 확대에 따라 비용이 같이 증가했다. 박 실장은 “플랫폼의 파편화로 총 수익이 하락하게 됐다”라며 “플랫폼을 만든 이유는 효율성 확보를 위한 것으로, 각 사가 십시일반해 운영비용을 절감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티팟은 방송사 클라우드 인프라를 통합했다. 자체 앱 ‘티팟’을 내놓기는 하지만, 플랫폼에 제약을 두지는 않을 생각이다. 박 실장은 “티팟으로 이름을 붙였지만 팟빵 등 모든 플랫폼에 다 들어갈 생각이다. 플랫폼을 빠른 속도로 확장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티팟 앱은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한 ‘실험실’로 기능하게 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오리지널 콘텐츠’보다는 TV프로그램 들려주기에 초점

티팟은 13개 방송사의 영상활용에 주력할 계획이다. 박 실장은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YTN 24, JTBC ‘뉴스룸’ 등 기존 방송사 영상 콘텐츠의 오디오 서비스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라며 “추후 지역 방송사들의 프로야구 라디오 중계와 경제, 종교, 교육, 라디오 전문 채널 등 오디오 전용 콘텐츠를 폭넓게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룡 SBS I&M 대표는 “음성 기술과 사업 부문에서 동영상 시장에 버금가는 오디오 시장을 만들어낼 준비가 됐다”라며 “13개 방송사가 보유한 동영상 콘텐츠 제작과 유통 기술을 활용해 차원이 다른 오디오 콘텐츠 시장을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계획을 묻자 박 실장은 “방송사 프로그램 전체를 서비스한 이후에 고민하겠다. 티팟을 출시하고 1년이면 대략적인 데이터가 나올 거다. 매출을 우선 만들고 우리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했을 때 차별화된 수익화가 가능하도록 해주는 방식으로 (콘텐츠 제작자를) 유입시키려 한다”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기존 웹에서 동영상을 보면서 신문기사를 읽던 것처럼, 오디오 플랫폼에서도 ‘심리스’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거라고 내다봤다. “스마트 스피커에서 티팟을 통해 연예 뉴스를 듣다가 SBS의 드라마 ‘배가본드’ 관련기사를 읽어달라고 하면 읽어주는 데까지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로 돈 버는 방법

비용절감. 다음 목표는 매출 증대다. 이들이 돈을 벌 방법은 두 가지다. 유료 서비스를 운영하거나, 콘텐츠에 광고를 붙이거나. 티팟은 광고를 택했다. 예로 든 건 ‘네이버TV’다. 무료로 짧은 영상 클립을 보여주는 대신 광고를 붙인 것처럼, 오디오 콘텐츠에서도 같은 방식의 서비스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광고수익을 최대한 모으기 위해 티팟은 ‘실시간 타겟팅’과 애드블록마저 피해갈 수 있는 ‘애드 스티칭’ 기술을 개발했다. “타 오디오 서비스는 콘텐츠 재생 시 동일한 광고가 송출되는데 우리는 프로그램 회차, 시청자 연령, 성별 등 실시간 타겟팅 광고가 가능하다”라며 “사용자들은 광고를 안 들으려고 애드블록을 설치하지만 우리는 서버에서 실시간으로 콘텐츠와 합치기 때문에 애드블록을 회피할 수 있다”라고 티팟 측은 설명했다.

광고를 안 보려는 이용자와 광고를 보게 하려는 기업의 대결이다. 이용자가 불만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에 티팟 관계자는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고 이용자 불편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날의 검이다. 방송사도 일반 기업인데,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려면 수익이 있어야 한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SBS 사이트에 과거 작품들 올려 광고 기반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15분 단위로 광고가 4개 들어간다. 불만도 있지만 이렇게라도 무료로 볼 수 있어 좋다는 이들도 늘고 있다”라며 “음성광고는 영상보다 저항감이 아주 낮다.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영상광고에 비해 2-30% 수준으로 낮은 저항감을 느낀다”라고 설명했다. “(이용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은 해야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티팟은 흥할 수 있을까. 현재 나온 서비스만 보면 혁신적이거나 새로운 데는 없다. 딱히 매력적이지도 않다. 다만 ‘틀어 놓기 좋은’ 서비스는 될 수 있을 듯하다. 티팟은 우선 올해를 시작으로 오디오 시장에 진입해 연내 1천만대의 인공지능(AI) 스피커와 기기(스마트폰, PC, 자동차 등)에서 서비스를 선보인다. 네이버 클로바, SK텔레콤 T맵 등과도 연동하기로 했다. 2020년부터는 서비스 다양화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