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블로터13th] “한국, ‘누더기 법안’ 유지하다 모빌리티 무덤된다”

2019.10.01

혁신. 모빌리티와 한 벌처럼 쓰이는 단어다. 혁신이란 무엇인가. 묵은 관습, 조직, 방법을 완전히 바꾼다는 의미다. 2013년 우버엑스(Uber X)를 시작으로 국내외 플랫폼 기업들은 모빌리티 판을 바꾸려고 시도해왔다. 그러나 택시종사자들의 반발이 극심했다. 생존권이 흔들린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불법택시 퇴출하라, 택시기사 다 죽는다.”

플랫폼 기업과 택시업계 사이 날선 대립은 계속됐다. 택시기사의 분신이 잇따르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플랫폼 기업을 제도권 안으로 들이고 택시 중심의 혁신을 장려하기로 했다. 혁신과 상생,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목표다. 한국은 모빌리티 혁신을 이룰 수 있을까. 전세계 이동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블로터> 13주년을 맞아 현재를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내다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 일시 : 9월16일 월요일 오후 3시
  • 장소 : 강남 공존라운지
  • 참석자(가나다 순으로) :
    • 김인경 블로터 기자. 진행을 맡았다.
    • 문영준 한국교통연구원 국가혁신클러스터 R&D 총괄책임자. 한국교통연구원 교통기술연구소장 역임, 아주대학교 대학원 산업공학석사, 일리노이대학교 토목공학박사(교통공학 전공) 학위를 취득했다.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거대공공전문위원, 국가과학기술심의위원회 공공우주전문위원, 국토교통부 장관 자문관 등을 맡았다. 저서로는 <이동의 자유(2019)>가 있다.
    • 이재호 現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 소장.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정책조정전문위원회 위원, 대한민국 기술사업화자문단 정책보좌분과 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와 동대학원 석사, 미국 조지아텍 경영대학원 석사, 성균관대 경제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LGCNS 연구개발센터, 현대자동차 자동차산업연구실, 현대경제연구원 비즈니스컨설팅실·산업정책실 출신. 저서로는 <스마트 모빌리티 사회(2019)>가 있다.
    • 차두원 前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아주대학교 산업공학과에서 자동차 인간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일본자동차연구소 방문연구원, 현대모비스연구소 HMI 팀장,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겸직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잡 킬러-4차 산업혁명, 로봇과 인공지능이 바꾸는 일자리의 미래(2016)>, <이동의 미래(2018)> 등이 있다.

“모빌리티는 왜 필요한가”

먼저 ‘모빌리티(Mobility)’, 우리말로는 ‘이동성’이다. 직관적인 단어는 아니다. 모빌리티를 각자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 그리고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문영준=모빌리티는 보통 ‘이동성’으로 번역한다. 이동은 내가 원하는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법으로 움직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재호=넓게 보면 사람과 물건의 이동 및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요소다. 여기에는 자동차, 기차, 항공기 등의 ‘장치’, 도로, 철로, 신호체계 등의 ‘인프라’, 그리고 이러한 장치와 인프라를 움직이는 규칙인 ‘제도’가 모두 포함된다. 물론 이러한 개념은 과거에도 있었다. 그러나 새롭게 ‘모빌리티’라는 용어로 정의하는 이유가 있다.

과거의 이동은 장치, 인프라, 제도가 주체였다. 이동을 뜻하는 ‘트랜스포트(Transport)’는 이들 주체가 사람이나 물건을 객체로 하여 ‘이동시킨다’라는 의미의 타동사다. 그러나 모빌리티, 즉 ‘무브(Move)’의 세상에서는 이동하는 사람과 물건이 주체다. 장치, 인프라, 제도는 정보통신 기술과 결합해 사람과 물건의 이동을 도와주는 보조자에 불과하다. 이 얘기는 명지대 김현명 교수님이 한 말씀인데 모빌리티의 속성을 잘 나타내고 있어 저도 자주 인용한다. 시대가 달라지면 보조자인 장치, 인프라, 제도가 변해야 한다. 변화를 이끌어내는 게 ‘모빌리티’라는 단어에서 비롯되고 있다.

문영준=한국은 땅덩어리가 좁고 제한돼 있다. 밀집된 공간에 상당히 많은 인구가 산다. 그래서 이동성에 제한을 받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너나할 것 없이 자가용 갖고 있는 게 이동성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든지 자가용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자유를 누리기 위해 타는 자가용이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 공공의 이익에 저해되는 일이 벌어지는 거다. 이동은 대중교통으로도 충분히 가능해야 한다. 걷고, 필요하면 다른 사람들과 공유도 하고, 자가용을 줄이는 거다. 그렇게 해야 도로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이동의 자유’를 누리려면 다양한 이동수단이 필요하다.

차두원=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모빌리티는 기업들의 전략에 따라, 또 시장 요구에 따라서 그 정의와 방향이 정의되고 있는 듯하다. 모빌리티가 중요한 이유는 편하게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는 데 있다. 사람은 게으른 존재라, 편리한 것을 계속 추구한다. O2O, 온디맨드 경제는 사람을 살찌우는 경제 아니겠나. 모빌리티도 그 중 하나다. 개인의 시간, 활동에 있어서 예측 가능성을 높여준다.

이재호=이동이라는 사람들의 수요와 욕구는 온디맨드다. 우리집 지하 주차장에서 회사까지, 내가 원하는 대로 가기를 원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승용차를 사는 거다. 통계 보면 최근 몇 년을 봐도 차량 보유 수가 늘고 있다. 사람들이 승용차를 덜 사고, 덜 이용하게 하려면 대중교통이 승용차처럼 편리해져야 한다.

“택시의 문제”

지난해 VCNC 타다의 등장을 기점으로 웨이고 블루(카카오T 블루), 파파 등 새로운 이동서비스가 많이 나오고 있다. 승객들은 승차거부, 불친절한 서비스 등 택시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불만이 크다. 이동서비스들은 그 틈을 파고 들었다.

| 문영준 한국교통연구원 국가혁신클러스터 R&D 총괄책임자

문영준=세종시에 살고 있는데, 택시를 아무리 불러도 잘 오지 않는다. 숫자 자체도 적지만 거의 모든 택시가 오송역에 서있다. 노선버스 수준이다. 세종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김천, 울산 어디를 가도 비슷한 풍경이다. 심각한 문제다. 택시는 배회영업을 통해 이동을 원하는 사람을 태워야 하지만 수많은 택시가 어딘가에 정차해 있다. 장거리를 뛰어 원하는 돈을 벌려고 한다. 이미 택시는 제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이재호=승차공유가 필요한 이유다. 작년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를 출간하면서도 언급했지만, 이동 수요는 24시간 유지되지 않는다. 출퇴근 시간과 심야시간에 수요가 밀집돼 있다. 사실 어렸을 때는 2020년 정도 되면 모든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집에서 학습하는 세상이 올 줄 알았다. 세상이 그렇지가 않더라(웃음).

이동 수요는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존재한다. 변동은 심한데 공급이 탄력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콩나물 버스’를 탈 수밖에 없고, 늦은 밤에도 택시를 타려는 사람들은 많은데 공급은 움직이지 않아 택시를 타기 어렵다. 탄력성이 필요하다. ‘우버’, ‘디디추싱’ 등 해외 사례를 보면 승차공유 서비스를 ‘풀타임’으로 영업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파트타임 형태로 수요가 많을 때만 일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탄력적 공급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문영준=해외에 가면 꼭 우버를 탄다. 우버는 이동 수요와 공급을 O2O 시장에서 정확히 맞췄다. 전세계가 문명화될수록 이동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공급은 제한돼 있다. 제한된 공급 안에서 우버가 탄생했다.

우리나라는 현행법상 개인이 유상운송을 할 수 없다. 면허권 제도 때문에 누군가를 태워주고 돈을 받는 것은 불법이다. 미국은 제한된 사람들만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그런 규제가 없었다. 돈을 벌고 세금만 내면 되는 구조였다. 우리나라는 제도라는 울타리에 갇혀 있어 변화가 어려웠다.

| 차두원 前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차두원=한국은 산업화 속도가 빨랐다. 그 과정에서 면허 제도를 통해 특정 집단이 먹고 살 길을 만들어줬다. 시대가 달라지면서 사람들의 생활방식은 바뀌었지만, 제도가 그 변화를 쫓아가지는 못했다. 버스만 봐도 그렇다. 출퇴근 때만 붐비고 나머지 시간에는 ‘바람’만 탄다고 해서 ‘바람버스’라 불리는 버스들이 수두룩하다. 효율성이 떨어진다. 제도를 산업화 시대에 설계하고, ‘옛 법안’을 유지하다 보니까 모빌리티 무덤이 돼 버린 것이다.

이재호=수요와 공급의 탄력성을 맞추고자 내놓은 게 카풀이었다. 우리나라는 출퇴근 시간 유상운송이 허용돼 있기는 했지만, 기존 산업 종사자의 벽을 뚫지 못해 카풀 시범서비스를 하다가 접게 됐다. 소비자의 이동 수요가 있고, 정보통신기술 발전에 따라 O2O 관점에서 충족할 수 있는 수단이 있음에도 제도나 여러 이해관계자와 풀어야 하는 문제들이 많았다. 카풀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사내에서는 아직 두 가지 목소리가 다 나오고 있다.

| 이재호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 소장

차두원=해외 사례를 보면 체코는 규제가 거의 없다.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서비스를 다 해도 되는 국가다. 시장을 다 풀어주고, 소비자들이 알아서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그랬더니 우버가 영업이 잘 안 된다고 한다. 풀어놓다 보면 나름의 규칙이 생기는 것 같다. ‘우리나라처럼 강제적으로 하는 게 맞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동의 자유는 시장이나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문영준=나는 제도를 아예 다 풀어버리자는 입장이다. 무한경쟁을 시키고, 어떤 문제가 벌어지는지 보면 어떨까. 우버처럼 개인이 이동서비스를 제공해서 버는 수익에 대한 세금 등이 정확히 신고되고 제도화될 수만 있다면, 이를 굳이 다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까?

그런데 만약 전국민이 우버를 한다고 나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게 도로에 도움이 될까? 물론 그럴 경우 거꾸로 이동성이 제한된다. 우버를 하려는 사람들이 다 차를 몰고 나와서 공급과잉이 된다면 도로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결국에는 자연 경쟁, 수요와 공급의 기본적인 탄력성으로 맞춰지는 때가 올 거다. 이런 것들을 직접 경험하면 한국 기업들의 사업 역량이 더 커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특히 택시의 우버화가 필요하다. 기본요금이 왜 필요한가. 우버처럼 탄력적인 요금제로 변화해야 한다. 계속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타입4가 필요하다”

지난 7월17일 국토부가 3월 사회적 대타협 후속조치로 ‘택시제도 개편방안(이하 7.17대책)’을 내놨다. 택시가 중심이다. 대신 플랫폼 기업에게 운송사업자 지위를 주는 대안을 마련했다.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어떻게 보고 있나.

차두원=국토부가 내놓은 7.17대책에는 택시만 들어가 있다. 모빌리티 혁신은 택시 위주로 하겠다는 거다. 기업에게는 장벽이 생긴 셈이다. 미국의 TNC(transportation network company, 운송네트워크사업자) 같은 모델이 나오지 않는 한 7.17대책은 그 안에 갇혀서 더 이상 나올 수 있는 모델이 없다. 타입4가 필요하다.

문영준=지금은 뭘 내놔도 정답이 없을 것 같다. 일부 규제를 깨면서 나아가는 것도 큰 변화다. 7.17대책은 단기적인 효과를 낼 수는 있을 거라고 본다. 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택시산업 전반의 미래에 과연 7.17대책이 답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쉽게 평가하기 어렵다.

이재호=사회적 대타협을 하면서 했던 사전 논의까지 포함하면 많은 이들이 과정에 참여했다. 갈등을 봉합하는 측면에서 내놓은 결과물이 국토부 대책이다. 모빌리티 사업하는 우리 회사 입장에서는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기존 제도는 철옹성처럼 느껴졌다. 거기에서 조그마한 변화가 시작됐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본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가이드라인이 명확한 게 좋다.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될 거 같았는데 나중에 문제가 되면 막막하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잘 살리고 싶다. 이동서비스의 만족도를 크게 제고하면서도, 기존 사업자에게 급격한 타격을 주지 않는 ‘윈윈 모델’을 내놓아야 한다. 상생 속에서 신뢰를 쌓으면 다른 방향, 다음 단계로도 나아갈 수 있을 거 같다.

현 시점에서 유리한 사업자는 카카오모빌리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미 택시호출 중개 서비스로 막대한 가입자를 모은 데다가, 타고솔루션즈(현 케이엠솔루션)와 함께 승차거부 없는 택시 ‘웨이고 블루’를 운영해왔다. 다음달 대형택시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재호=어깨가 무겁다. 우리가 얼굴마담 격으로 서비스를 내놓고, 변화를 만드는 선두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경쟁업체가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 우버도 있고 ‘T맵택시’를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도 국내 굴지의 대기업 아닌가. 지금은 앞서 가고 있지만 유지는 우리 역량에 달렸다. 혁신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놔야 할 거다.

타고솔루션즈와 손을 잡으면서 택시 서비스를 혁신해보고자 했다. 거기서 나아가 두세 개 회사를 인수 중이다. 우리는 플랫폼이고 양면시장의 공급과 수요자를 중간에서 연결해주는 역할 아닌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서비스가 어디까지 가능하고 어느 선까지 요금이나 서비스를 보여줄 수 있는지 실험하려 한다. 새로 준비하는 택시 서비스들은 기본적으로 승차거부가 없다. 사실 택시라고 하면 떠오르는 안 좋은 이미지가 있는데, 택시회사를 직접 인수했기에 가능할 거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대단히 거창해 보이지만 현안에 부딪치다 보니까 그때그때 최적화된 길을 택하고 있다.

문영준=이왕 택시회사까지 인수해서 사업하는 만큼 아주 적극적으로 임했으면 좋겠다. 도전적인 사업모델을 하면 기존 업계의 반발은 있겠으나 제도권이 허용하는 안에서의 서비스 질과 퀄리티 맞춰가면서 수요자 중심으로 가기를 바란다.

차두원=카카오가 실험에 대해 말했는데, 우버는 항공택시까지 준비하지 않나. 여러 가지 이동수단이 나왔을 때 그런 것들을 시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게 가장 중요할 거 같다. 규제 관점도 그렇고 규제 샌드박스가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처음에 모빌리티의 정의에 대해 우리가 얘기했지만 간과하는 게 있다. 도시에서 중요한 건 ‘먹고 살기’ 위해서다. 7.17대책에는 저소득층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어 아쉽다. 소득분포를 보면 대도시에 접근하는 시간이 달라진다. 대도시에 접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사회적약자를 위한 모빌리티가 굉장히 중요하다. 공공부문이 이를 전담하거나 민간과 협력해 같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식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자율주행”

“앞으로 11년 후인 2030년이면 우리나라 택시 전체가 자율주행 택시로 바뀐다는 전망이 있다. 11년 뒤엔 더 이상 지금의 쏘카, 타다 등 카풀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무인 자율주행 택시를 논의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해 VCNC 모회사 쏘카의 이재웅 대표가 한 말이다. 우버, 구글, GM 등은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문영준=자율주행 기술은 모두 군사 기술에서 출발했다. 국방 쪽이니 미국이 가장 앞서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스라엘에 전문가들이 많은 이유다. 차량 기술이 발전한 독일, 프랑스 등도 전망이 좋다. 한국은 제조업에서는 앞섰으나 ‘선-선행’, ‘선-선-선행’ 기술을 내다보지 못했다. 그게 한계였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와서 ‘선-선행’ 정도를 보기 시작한 거다.

자율주행기술이 정착되려면 앞으로 20년은 넘게 걸린다. 당장의 무언가가 아니라, 수십년 지난 미래를 내다보고 가야 한다. 레이다, 라이다, 비전 센서 기술은 미래 기술로 보이지만, 미래에도 그럴까? 아닐 수도 있다. 지금은 시장을 지배하지만 앞일은 모른다. 그게 무엇인지 준비해야 한다. 단기적인 투자로는 해결이 안 된다.

차두원=구글은 2009년부터 자율주행 개발에 나섰다. 자율주행시스템(AVHS) 개발은 이를 기점으로 완성차업체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2016년도부터 본격화됐다. GM, 포드 등 관련 업체들이 나섰고 소프트웨어 쪽에서 라이드 셰어링(승차공유)이 시작되면서 크루즈 오토메이션과 같은 스타트업들이 인수되는 등 판이 짜였다. 그때가 ‘1차 대전’이었다. 당시 한국은 너무 조용했다.

어떻게 쫓아갈 것인가의 문제다. 현대자동차는 지금 이스라엘 스타트업에 공들이고 있다. 먼저 인수합병된 업체들 이후에 나타난 신생업체들을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다. OEM들도 협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율주행 칩셋 쪽으로 가고 있고, LG전자는 전장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 통신사는 5G에 매달리고 있다. 국내에서 전격적인 얼라이언스를 만드는 건 어떨까? 우리나라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모빌리티는 서비스 모델 개발이 중요하다. 이쪽으로도 노력했으면 한다.

문영준=문제는 자율주행을 한다고는 하지만 우리만의 기술이 없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벨로다인이나 모빌아이 수준의 기술이 있나? 없다. 빅데이터 맨날 얘기해도 데이터 분석 전문가들이 몇이나 있나. 북한의 엔지니어 숫자보다 적은 게 현실이다.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위해 정부는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나. 또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나.

이재호=어떤 변화, 혁신이든 기존 사업자와 부딪치는 부분은 반드시 발생한다. 아무리 혁신적이라도 기존 사업자들의 반대를 누그러뜨리지 못하면 실제 서비스가 구현되기 상당히 어렵다. 이런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탈락하는 개인 또는 기업이 있을 수 있다. 이들에 대해 사회 안전망 차원에서 별도 트랙을 준비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논의해야 한다. 모빌리티는 본격적인 문제가 처음으로 대두된 것뿐, 이런 문제는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다.

문영준=얼마 전 정부가 세종시를 자율주행차 부문 규제자유구역특구로 지정했다. 간선급행버스체계(BRT) 도로, 도심 공원 내 자율주행 상용버스를 실증하기로 했다. ‘도심형 자율주행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같이 기획한 입장에서 잠깐 설명하겠다.

세종시는 마을 단위로 돼 있다. 아파트 단지도 십수 개씩 있다. 간선급행버스체계와 가까운 마을, 아파트 단지는 프리미엄이 붙어 집값이 더 비싸다. 이동하러 가기까지 이동해야 하는 구간, ‘마의 라스트마일’이다. 걷기는 참 애매하고 지상버스를 타자니 시간을 딱 맞춰야 한다. 결국 사람들은 자가용을 가지고 다닌다. 자가용 없는 도시를 만들려고 했지만 초기에 실패했다.

도심체계의 골격을 바꾸는 게 우리 목표다. 마을마다 셔틀을 넣어, 모든 아파트 단지를 돌아나오게 하려는 거다. 자가용을 몰지 않아도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를 통해 오히려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해주면 되지 않겠나. ‘라스트마일’을 자율주행 셔틀로 해결하자는 건데 이게 택시 온디맨드와 융합되면 자가용 수요가 급감할 수 있을 거라는 구상이다. 도로를 다이어트해서 이동을 효율적으로 만들려고 한다. 이미 도심에서 저속형 자율주행 ‘공유셔틀’을 실현하는 모델이 전세계 30여개 도시에서 실험되고 있다.

차두원=‘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자율주행차법)’ 제정안이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으로 한국도 구글 ‘웨이모 원(Waymo One)’처럼 유상운송이 가능하게 됐다. 자율주행차 쪽으로는 속도가 아주 빠르다. 아쉬운 건 5월 기준으로 교통안전공단 자료를 보니 자율주행차가 60여대 등록돼 있더라. 기술 면에서 우리나라가 상당히 뒤쳐지고 있는데, 수십년 동안 변한 게 없다.

문영준=국토부가 굉장히 전향적으로 규제를 풀어줬다. 최근에 잘한 일 중에 하나다. 이를 발판으로 다양한 실험이 가능해졌다. 자율주행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고 공유체계와도 접목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이렇게 일단 시작을 해봐야 어떤 규제가 추가적으로 필요한지 알 수 있다.

택시 얘기만 했는데, 버스도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버스준공영제’를 흔들 필요가 있다. 현재 버스는 단순히 노선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흔히 말하는 ‘바람버스(공차로 다니는 버스)’가 되어도 지자체 재정 지원을 받는다. 손해가 나지 않는 수익구조다. 이들에게 투입되는 보조금은 세금에서 온다.

노선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 어떤 버스에게 부여된 노선은 ‘황금노선’이고, 어떤 노선은 허탕 치는 노선이다. 이를 부여 받아서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게 시대에 적합한, 지속가능한 모델인가. 의문이다. 1000번 버스가 러시아워에는 이 길로 다니다가, 붐비지 않는 시간에는 1001번 노선도 가고, 1003번 버스도 되고 그래야 하지 않을까. 두 블록 앞에 있는 할머니가 ‘콜’을 한번 누르면, 1000번버스가 1000-1번처럼 할머니에게 가서 태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고정노선과 준공영제 형태 버스에 대한 기본적인 흐름을 바꾼다면 여러 상상이 가능하다. 다이내믹한 수요응답형 버스로 변신할 수 있다. ‘노선입찰제’도 심각하게 고민할 만하다. 강한 경쟁을 붙여서 살아남도록 하는 거다.

사실 누구도 이 문제를 건들지 않고 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다. 지금부터 슬슬 준비해야 한다. 5년, 10년이 지나 다음 세대에게 지금의 교통체계를 물려줘서는 되겠나. 유동노선을 가진 마을버스, 셔틀버스를 도입하고, 훗날 자율주행 셔틀을 통해 교통체계의 흐름을 유연하게 바꿔보자. 지금이 변화의 적기다.

문영준=중장기적인 안목에서 준비하지 않으면 ‘패스트 팔로워’ 역할 밖에 없다. 지금은 변화의 토양을 닦을 때다. 규제 샌드박스의 다양한 모델이 필요하다. 다른 산업과 지역도 확대해가면서 할 필요가 있다. 그게 정부가 해야 할 노력이다. 제도권 내에서 할 수 있는 시도를 요금제부터 변화시켜보면 좋을 것 같다. 사실 정부는 반성을 많이 해야 한다. 뼈저린 반성해야 한다.

차두원=로드맵은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장기적인 교통 관련 계획은 있어도 정책 계획은 없는 편이다. 각각의 이동수단을 급하게 처리하다 보면 종합적인 모델이 안 나온다. 아주 굵직한 가이드라인만 내놔도 좋을 거다. 힘들게 법안을 만들어도 통과가 안 돼 난항을 겪기 일쑤다.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문영준=절대 단기적으로 보면 안 된다. 멀리 보고 지금부터 준비하자.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