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조사관 “한국 SNI 필터링, 가짜뉴스 처벌법 오남용 우려”

표현의 자유 관점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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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조사관이 SNI 필터링, 대리게임 처벌법 등 한국의 디지털 규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과도한 정부 당국의 개입이 표현의 자유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최근 추진되고 있는 가짜뉴스 처벌법에 대해서도 가짜뉴스를 형법적으로 처벌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의견을 밝혔다.

다니엘 목스터 유엔 인권대표부 인권조사관은 지난 10월4일 사단법인 오픈넷이 주최한 ‘한국 표현의 자유의 현주소’ 컨퍼런스에 참석, 한국의 디지털 규제 환경에 대해 국제법적 관점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 (왼쪽부터) 다니엘 목스터 유엔 인권대표부 인권조사관,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SNI 필터링, 정부에 광범위한 권한 쥐어줘

올 초 도입된 SNI 필터링에 대해선 국가에 지나치게 광범위한 권한이 주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SNI 필터링은 올해 2월부터 방송통신위원회가 도입한 해외 불법사이트 접속 차단을 위해 도입한 방식을 말한다. SNI(Sever Name Indication)는 보안접속(https)을 통해 사이트에 접속할 때 접속하려는 사이트 서버명이 표시되는 비암호화 영역을 일컫는데, 정부가 이 SNI 영역을 통해 접속 도메인 정보를 살펴보고 불법으로 판단된 보안접속 사이트 차단에 나선 셈이다. 이 때문에 개인 사용자에 대한 인터넷 사용 도·감청, 인터넷 검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다니엘 목스터 인권조사관은 “한국 정부가 불법 콘텐츠로 인한 피해자 권리 침해를 막기 위해 SNI 필터링 기법을 도입했다고 밝혔지만, 불법 콘텐츠에 대한 개념이 불명확해 어떤 형태의 콘텐츠가 이 법에 적용받는지 사람들이 예측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한국 정부는 국내법을 통해 불법 콘텐츠를 구별할 수 있다고 답변했지만, 법에 명료하게 어떤 것이 불법인지 명시되지 않아 국내법을 광범위하게 해석해 사람들이 예상치 못하게 법의 적용을 받게 될 수 있고 이에 대한 보호조치가 미비하다”라고 짚었다. 광범위한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국제법과 취지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암호화와 익명성을 보호장치 삼아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인터넷 환경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니엘 목스터 인권조사관은 “정보 검열,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며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인권 증진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 SNI 필드 접속차단 흐름도

| SNI 필드 접속차단 흐름도

지난 6월부터 시행된 이른바 ‘대리게임 처벌법’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대리게임 처벌법)’은 게임사가 승인하지 않은 방법으로 게임을 대신해주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정상적인 게임 운영을 방해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니엘 목스터 인권조사관은 “정부가 어떤 콘텐츠를 규제한다고 했을 때 가장 강력한 게 형사적 처벌이고 이는 최후의 수단으로 써야 하는데, 게임사가 대리게임을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방법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음에도 정부가 형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말했다.

가짜뉴스 처벌법 오남용 우려

최근 추진되고 있는 가짜뉴스 처벌법에 대해선 오남용 가능성을 지적했다. 다니엘 목스터 인권조사관은 “가짜뉴스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국제법을 기준으로 봤을 때, 국가는 특히 선거를 할 때 정당하게 표현의 자유를 부분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특정 그룹을 비방할 목적으로 말할 때 헤이트스피치, 특정인에 대한 차별 죄 등이 성립되는 것”이라며 “특정 건별로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는 것이지 전체적 틀에서 봤을 때 정보를 통째로 제한하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가짜뉴스 문제는 균형이 중요하며 독립언론 등이 자유롭게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형법적 처벌, 제한하는 것은 경향상 옳지 않고 이 법안의 오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유튜브, 아프라카TV 등 1인 방송 규제와 관련해서는 “기존 대형 미디어와는 다른 형태의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제한을 받아야 한다”라며 “적법성, 비례성 원칙과 함께 장기적 영향을 고려해 단순하게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공공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살펴야 한다”라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신중한 규제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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