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계정만 있어요. 다른 애들은 찍고 올리고 하는 게 재미있어서 계속 해요. 보면서 ‘아, 세상에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하면서 신기한 것도 있고….” ‘틱톡(TikTok)’을 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중학교 3학년 박세은(16) 학생이 내놓은 대답이다. 초등학교 6학년 김재호(13) 학생은 한참을 고민하다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냥 재미있는데요.”

틱톡은 15초짜리 동영상을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중국 스타트업 바이트댄스(Byte dance)가 만든 이 앱은 출시 1년 만에 중국 가입자 1억명을 넘겼다. 2017년 미국의 립싱크 앱 ‘뮤지컬리’ 인수를 계기로 서비스 제공 지역은 북미, 중남미, 유럽, 중동 등으로 확대됐다. 올해 2월 기준 전세계 누적 다운로드 수는 10억회를 기록했다.

국내서도 10대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개인정보 수집 및 미성년자 대상 성인 콘텐츠 노출 논란 등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조사업체 랭키닷컴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국내 틱톡 이용자는 320만명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425.3% 늘어난 수치다.

틱톡커를 만났다

“음악을 한 지가 15년 됐어요. 그동안 페이스북도 하고 유튜브도 하고 인스타그램, 텀블러, 플랫폼이라면 별의별 거를 다 해봤는데요.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야, 너 틱톡을 해라. 너는 틱톡이다.”

음악 프로듀서 ‘넵킨스(Napkins, 본명 정재민)’는 틱톡 입문 2개월 만에 동영상 조회수 1억건을 달성했다. 92만명(2019년 9월 기준) 팔로워도 생겼다. 4년 전 시작한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13만명이다.

그는 독특한 콘텐츠를 올린다. 일반적인 악기연주에 노래를 하기도 하고, 주변 사물에서 나는 소리로 음악을 만들기도 한다. 빌리 아일리쉬의 노래 ‘Bad guy’에 맞춰 고무장갑을 벽에 튕기고, 샤워기를 문지르고, 문을 두드려 음과 박자를 구현하는 식이다.

유튜브는 제목과 섬네일(thumbnail, 표지사진)이 중요하다.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와 상관없이 유튜브 알고리즘에 따라 ‘뜨는’ 영상도 있지만, 대부분의 유튜버는 제목, 섬네일 설정에 신경 쓴다. 반면 틱톡은 앱을 열자마자 영상이 자동재생된다. 영상 길이가 짧기 때문에 다른 영상으로 빠르게 넘어간다. 이런 점에서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사용자 경험(UX)과 닮은 듯 보인다.

넵킨스는 “화면을 넘기는 과정에서 영상이 자동재생되기 때문에 더 많이 볼 수밖에 없었다”라며 “1, 2초 안에 ‘무슨 짓’을 하는지 보이니까 콘텐츠 특성상 (틱톡이) 나한테 더 유리한 플랫폼이었다”라고 말했다.

“3일 정도 피드를 봤어요. ‘아, 여기는 색깔이 많이 다른 데구나. 이런 곳이구나’ 생각했고 그 색깔에 맞춰서 영상을 제작하기 시작했어요.”

| 이런던 틱톡 갈무리.

프리랜서 방송인인 ‘이런던(본명 이호철)’은 인천 지역에서 K리그 중계를 하고 있다. 그는 일상을 촬영해 ‘티로그(틱톡식 브이로그)’를 올린다. 틱톡의 ‘티로거’ 1기로도 활동했다. 이런던은 “광고를 보고 친구와 재미 삼아 해봤다. 영상을 올리고 잊고 있었는데 수개월 지나서 보니까 피드에 떴었는지, 반응이 있었더라. 그걸 계기로 (틱톡을)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완결된 콘텐츠를 올리기에 15초는 다소 짧지 않을까. 틱톡커들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이런던은 “유튜브도 전체 분량의 3, 40%까지 시청하면 많이 본 셈이다. 15초면 틱톡에 올릴 영상으로는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넵킨스는 “15초가 딱이다. 요즘 사람들은 집중력이 오래 가지 않는다. 본론만 말하는 게 좋다”라며 “‘자, 안녕하세요. 누굽니다’ 자기소개도 없어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15초’라서 할 수 있는 것들

틱톡은 ‘밈(meme)’이 중심이다. 사용자들은 쉴 새 없이 콘텐츠를 만들어 올린다. 재미있는 콘텐츠는 다른 사용자에 의해 수없이 복제되고, 재생산된다. 틱톡은 ‘해시태그 챌린지’로 사용자들이 밈에 참여할 동기를 부여한다.

| ESPN 공식 채널에 올라온 동영상 갈무리. 타인의 영상을 바로 저장하거나 GIF로 공유할 수 있다. 공유도 손쉽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부터 페이스북 메신저까지도 지원한다.

손쉬운 편집은 밈의 전파를 돕는다. 틱톡은 다른 동영상을 활용해 새로운 동영상을 만드는 편집 기능을 제공한다. 다른 동영상과 자신의 동영상을 화면에 절반씩 배치하는 ‘듀엣’이나 다른 동영상을 보면서 반응하는 영상을 촬영하는 ‘리액트’ 기능이 대표적이다. 다른 사용자가 동영상에서 쓴 효과 또는 적용된 BGM을 내 동영상에 적용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이외에 각종 필터와 스티커, 무료 BGM, 동영상 속도 조절 등이 제공돼 간편하게 편집할 수 있다.

이처럼 생산자의 진입장벽이 낮다는 게 틱톡의 강점이다. 넵킨스는 “틱톡은 크리에이터와 구독자의 경계가 흐리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며 “내가 꼭 엄청난 크리에이터가 아니어도 똑같이 즐길 수 있다. 모두에게 ‘멍석’을 깔아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런던은 “틱톡은 하루에 영상을 3개씩 올릴 수도 있다. 사진보다 역동적이고, 창의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어 좋다”라며 “개인적으로는 틱톡이 유튜브보다 잘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 “처음에는 춤추는 영상이 많이 나와서 춤 안 추면 못하는 앱인가 했어요. 보다 보니 해외축구리그에서 공식계정들이 각 팀 영상을 많이 올리고 있더라고요. 레알의 가레스 베일이 드리블을 해야지, 굳이 ‘손댄스’를 할 필요는 없잖아요. 할 줄 아는 걸 하면 돼요.”ㅡ넵킨스

배정현 바이트댄스 코리아 이사는 지난 6월 열린 ‘씨로켓2019’에 참석해 “다른 플랫폼은 10% 정도 이용자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이용자가 ‘눈팅’만 한다”라며 “전체 틱톡 이용자 중 66%가 직접 콘텐츠를 올린다. 91%는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다는 등 적극적으로 콘텐츠에 참여한다”라고 말했다. 생산과 소비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린 덕분에 인터렉티브한 플랫폼이 됐다는 설명이다. 틱톡에 10대들의 ‘놀이터’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뉴욕타임즈>는 틱톡이 미국에서 흥행하는 이유로 ‘인공지능(AI) 기술을 지목했다. <뉴욕타임즈>는 “한 사람과 친구가 되기 전에 피드를 채울 수 있는 페이스북 버전을 상상해봐라. 그게 틱톡이다”라며 “앱을 열고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친구의 피드가 아니라 추천 페이지다. 실제로 원하는 것과 상관없이 보고 싶어할 만한 영상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당신을 학습해, 서서히 당신이 보려는 경향이 있는 것들로 추정되는 것들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다만 틱톡은 틱톡커에게 별도의 수익배분을 하지 않는다. 인기 틱톡커는 기업 제품 광고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복스(Vox)>는 이로 인해 “많은 틱톡커는 (틱톡에서) 인지도를 쌓고, 사람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유튜브에서 보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런던은 “본업이 방송 쪽이기 때문에 인지도가 생기면 좋은 점이 많다. (틱톡에서) 수익도 난다면 좋긴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틱톡 관계자는 “광고 수익은 제공되지 않으나 브랜드와의 협업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개인정보 유출 논란은 틱톡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지난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틱톡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는지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