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된 리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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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8일, 페이스북은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를 내놓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그리고 리브라를 통해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SNS 거인의 암호화폐 출사표는 전세계가 주목하는 프로젝트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내세운 대의와 다르게, 각국 규제 당국은 의문스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리브라는 미국에서 열린 미국 , 하원 청문회에서 ‘프라이버시’ 문제와 관련해 뭇매를 맞았습니다. 더불어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통해 그림자 은행을 세우려고 한다거나 기업이 돈을 찍어내려고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백서가 공개된 지 4개월이 지난 지금도 리브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페이팔, 결국 리브라 협회 탈퇴

리브라 협회 초기 파트너사는 28곳이었습니다. 비자, 마스터카드, 우버, 코인베이스, 안드레센 호로위츠 등이 포함되어 있었지요. 이중 결제 부문 파트너로 ‘페이팔’도 합류했었습니다. 그러나 10월4일, 페이팔은 리브라 프로젝트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파트너사가 리브라 협회 탈퇴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입니다. 더욱이 페이스북 부사장이자 리브라를 이끄는 데이비드 마커스는 페이팔의 회장직을 역임하기도 했었습니다.

페이팔은 이번 소식을 밝히며 “현재로서는 자사 사업에 우선순위를 두고, 금융소외 계층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리브라의 목표를 지지하며, 추후 두 기업이 협력할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페이팔이 갑작스럽게 리브라 협회 탈퇴를 결정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페이팔은 워싱턴에서 열린 리브라 파트너사 회의에도 불참했었기 때문입니다.

페이팔 관계자는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페이스북이 자금세탁 등 규제 당국의 우려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페이팔이 탈퇴했다고 말합니다. 페이팔 탈퇴 소식에 다른 파트너사의 동향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10월2일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비자와 마스터카드 역시 리브라 협회에 계속 참여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이 협회 참여를 망설이는 이유는 미국과 유럽 규제 당국의 반발 때문이라고 합니다.

셰러드 브라운, 브라운 샤츠 미 상원의원은 결제 부문 파트너인 마스터카드, 비자, 스트라이프가 리브라 협회에 참여하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두 의원은 서신을 통해 “리브라는 세계 금융 시스템에 위기를 불러올 뿐만 아니라 기업의 결제 사업을 위협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며 “페이스북의 적절하지 못한 위기관리 시스템 때문에 파트너사 또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습니다.

규제의 구체화

유럽 규제 당국 또한 리브라에 대해 꾸준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과 독일 재무장관은 9월12일 OECD 컨퍼런스에서 유럽에서 리브라 개발을 승인하면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지난 10월3일,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리브라에 대해 “정말로 회의적이다”라고 강조하기까지 했습니다. 숄츠 재무장관은 국가 차원에서 E-유로 같은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것에는 찬성하나, 기업이 화폐를 발행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우려의 목소리를 넘어 리브라에 대한 규제가 구체화 되고 있기도 합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 은행은 영국에서 리브라를 발행할 때 준수해야 할 사항을 발표했습니다. 이 내용은 10월2일 개최된 금융 정책 위원회 회의 요약집에 담겨 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리브라는 결제 시스템에 중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에,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규범과 감독이 필요하다. 리브라는 출시 전 이러한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10월8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인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는 리브라와 같은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안이 필요하다 역설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이 암호화폐 규제안은 유럽 연합에서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리브라 출시를 놓고 벌어진 내기

페이스북은 2020년까지 리브라를 출시하겠다 말했습니다. 규제 당국과 대화하기 위해 투자 은행, 규제 컨설팅사, 미 상원 금융위원장 보좌관 출신의 로비스트를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리브라가 2020년까지 발행될 수 있을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CEO는 2022년에도 리브라가 발행될 수 없을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갈링하우스는 10월7일 <포춘>과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이 (규제 당국의 비난의) 화살을 받지 않았으면 지금보다 더 나았을 수도 있었다”라고 말했는데요. 페이스북이 각국 규제 당국에 요주의 기업으로 낙인찍힌 상황에서, 리브라가 제때 출시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리브라 출시 가능성을 점치는 상품까지 생겨났습니다. 코인플렉스는 리브라 출시 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선물 상품을 10월24일 출시하겠다 밝혔습니다. 2020년까지 리브라가 출시되리라 전망하고 투자를 한 경우, 리브라가 기간 내 출시되면 이에 상당하는 리브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리브라가 기간 내 출시되지 않을 경우 상품에 투자한 돈을 잃게 됩니다. 이와 반대로 리브라가 기간 내 출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도 투자할 수 있습니다.

리브라를 신뢰할 수 없다며, 리브라의 대안을 만들자는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10월8일, 루카스 가이거는 이더리움 개발자 행사인 데브콘5에서 ‘오픈 리브라’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오픈 리브라는 리브라에서 포크 된 형태로, 허락을 받지 않아도 접근할 수 있습니다. 리브라는 페이스북이 중심에 있기에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렇기에 포크를 통해 탈중앙화된 버전의 리브라를 내놓은 것입니다.

저커버그, 드디어 입 연다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중에도, 리브라의 행보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리브라 협회는 오는 1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의를 열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번 회의는 리브라 파트너사들이 공식적으로 모이는 첫 번째 자리입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10월23일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청문회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지난 7월에 미국 상, 하원에서 페이스북에 대한 청문회가 개최되었지만, 저커버그가 아닌 데이비드 마커스가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했었습니다.

이번 청문회의 주제는 ‘페이스북과 페이스북이 금융서비스와 주택 분야에 끼치는 영향력에 대한 검토’로, 저커버그가 청문회의 유일한 증인으로 참석합니다.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맥신 워터스 위원장은 지난 7월 페이스북에 리브라와 칼리브라 프로젝트를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청문회에 기술 대기업이 금융 산업에 진출하는 것을 제재해야 한다는 법의 초안(Keep Big Tech Out of Finance Act)이 논의된 만큼,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가 페이스북의 리브라 발행에 법적 제동을 걸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