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썹맨’·’워크맨’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았다”

방지현 JTBC 콘텐트허브 디지털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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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와썹맨’과 올해 ‘워크맨’의 연이은 성공으로 우리를 타율이 높은 스튜디오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삽질도 많이 했고 실패도 많이 했다. 지금도 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JTBC ‘스튜디오 룰루랄라’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디지털 콘텐츠 제작사다. ‘와썹맨’과 ‘워크맨’이라는 대박을 연달아 터뜨렸다. 하지만 해당 조직을 꾸린 방지현 JTBC 콘텐트허브 디지털사업 본부장은 해당 콘텐츠들이 오랜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물이며, 아직 두 IP(지식저작권)만으로 성공을 말하기 힘들다고 자평했다.

방지현 본부장은 10월16일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에서 열린 디지털 마케팅 컨퍼런스 ‘마케팅 앤 테크놀로지 서밋 2019’에서 ‘JTBC의 디지털 콘텐츠 시장 도전기 (feat 와썹맨, 워크맨)’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방지현 본부장은 ‘워크맨’이 탄생하기까지의 다양한 시도들과 디지털 전략에 대해 이야기했다.

| ‘워크맨’은 유튜브 채널 개설 약 3개월만에 구독자 300만명을 넘었다. (사진=워크맨 유튜브 갈무리)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실험

장성규와의 인연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디지털 콘텐츠에 관심을 보였던 장성규 아나운서가 먼저 디지털 조직을 찾았고, 아침 뉴스를 그만두고 ‘짱티비씨’를 함께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짱티비씨’는 장성규 아나운서가 1인 방송에 도전하는 내용의 콘텐츠였다. 처음엔 아프리카TV BJ와 합방을 하는 내용으로 꾸려졌지만, 기대와 달리 큰 재미를 주지는 못했다. 이후 장성규가 가진 매력을 살려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시도를 진행했다.

하지만 콘텐츠 실험은 수익 모델이 뒷받침될 때 지속 가능하다. 스튜디오 룰루랄라는 OTT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봤다. 방지현 본부장은 “OTT 플랫폼의 성공 포인트는 다른 플랫폼에서 볼 수 없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과거 골드러시 시대에 청바지를 팔아 돈을 번 사람들처럼 OTT러시 시대에 차별화된 콘텐츠를 팔아 시간을 벌어보자는 게 처음 사업 방향이었다”라고 말했다.

| 방지현 JTBC 콘텐트허브 디지털사업 본부장

이 같은 사업 방향성에서 기획된 콘텐츠가 ‘와썹맨’이다. 2017년 SK브로드밴드 Btv와 옥수수와 공동으로 TV 예능 ‘사서고생’을 제작한 게 시작점이었다. ‘와썹맨’은 TV 예능인 ‘사서고생’과 함께 크로스미디어 성격으로 만들어진 웹예능이었다. 원래 제목도 ‘사서고생 왓써맨’이었다. ‘사서고생’의 출연진인 박준형이 ‘사서고생’의 스태프가 된다는 콘셉트의 페이크 예능으로 기획됐다. 그런데 본편에 해당하는 ‘사서고생’보다 반응이 좋았고 결국 2018년 ‘와썹맨’이 오리지널 콘텐츠로 만들어졌다.

‘와썹맨’과 ‘워크맨’의 탄생

‘와썹맨’이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큰 반응을 얻은 것은 아니다. 1만-2만, 많아야 5만 조회수 정도를 기록했다. 전환점은 채널 분리였다. 기존 스튜디오 룰루랄라 채널에서 ‘와썹맨’ 독자 채널로 분리하면서 급격히 성장했다. 방지현 본부장은 “이용자들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선택지가 들어 있는 채널을 구독하기 꺼린다”라며 “유튜브 추천 로직도 다른 콘텐츠가 들어 있는 채널은 콘텐츠 간 크로스 추천이 일어나지 않지만, 같은 콘텐츠가 들어간 채널은 크로스로 추천돼 채널 성장에 더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와썹맨’의 목표는 장수 IP로 살아남는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의 특성상 빨리 뜨지만, 빨리 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와썹맨’은 핫플레이스에 가는 내용 외에도 대학교 시리즈와 언박싱 콘텐츠 ‘까봐썹’, 인터뷰 포맷 ‘만나러와썹’ 등 다양한 스핀오프를 시도하고 있다.

| ‘와썹맨’의 ‘까봐썹’ 콘텐츠 (사진=와썹맨 유튜브 갈무리)

‘워크맨’은 ‘와썹맨’의 성공을 발판으로 기획된 콘텐츠다. 앞선 경험을 바탕으로 ‘워크맨’은 ‘와썹맨’의 3배-7배에 달하는 콘텐츠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 관건은 장성규의 텐션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였다. 방지현 본부장은 “몇 년 전부터 장성규 씨와 같이 콘텐츠를 많이 만들었는데 ‘관종투어’같은 콘텐츠처럼 장성규가 가진 관종끼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줬더니 오히려 재미가 없었다”라며 “장성규의 에너지를 어떻게 적절하게 잘 기획하고 만들 것인지, 텐션을 잘 조절할 것인지가 ‘워크맨’의 핵심이었다”라고 밝혔다.

성공 요인은 콘텐츠를 만드는 ‘인력 구조’

방지현 본부장은 ‘와썹맨’과 ‘워크맨’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콘텐츠를 만드는 인력 구조를 꼽았다. JTBC 콘텐트허브 디지털사업본부는 2017년 스튜디오 룰루랄라를 발족하는 과정에서 신입 PD, CP, 사업조직 등 20-30명 규모의 디지털 인력을 공채로 새로 뽑았다. 기존 인력을 전환 배치하는 다른 기성 매체의 디지털 조직과 다른 선택을 한 셈이다. TV 제작 경험이 있지만, 디지털에서 승부를 보기 위해 온 사람들로 구성돼 이들의 다양한 제작 경험과 섭외력, 디지털 네이티브 감각 등을 바탕으로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 콘텐츠 제작자들이 TV 제작을 경험한 덕분에 TV 콘텐츠를 비틀 수 있었다. TV에서 안 쓰는 B컷을 활용해 편집과 자막 부분에서 TV 콘텐츠와 다른 신선한 재미를 준 것이다. 예를 들어 ‘와썹맨’에서는 박준형이 옛날이야기를 하면 해당 구간을 과감히 생략하는 편집이 이뤄진다.

방지현 본부장은 디지털 콘텐츠를 저가에 빨리 제작하고 쉽게 만드는 ‘스낵 컬처’로 인식하던 시기는 지났다고 말했다. 10분 분량의 콘텐츠를 뽑아내기 위해 ‘와썹맨’은 최소 4시간, ‘워크맨’은 5-6시간의 촬영을 진행한다. 최근 제작된 ‘워크맨’ 건설 현장직 리뷰 편은 이틀간의 촬영을 거쳐 완성됐다. 방지현 본부장은 “10분을 뽑기 위해 30분 촬영하면 나올 수 없는 그림”이라며, “디지털 콘텐츠는 단순한 숏폼이 아니며, 상당한 강도와 밀도로 제작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런 킬러가 나올 수 있지 않았나 한다”라고 짚었다.

또한, 콘텐츠 구독자와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 “조직과 상사에 충성하지 않고 구독자에 충성”하는 게 콘텐츠 제작팀의 기조이며, 댓글을 통해 구독자들과 소통하며 이들의 의견을 다음 콘텐츠를 기획하고 편집하는 과정에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직업 체험에 방점을 둔 ‘워크맨’은 구독자들이 추천한 직업을 바탕으로 제작되기도 한다. ‘건설 현장직’, ‘에버랜드’, ‘민속촌’ 편 등이 대표적이다.

“월 20억원은 사실 아니지만, 내년도 연매출 목표”

‘워크맨’이 큰 인기를 끌면서 최근 디지털 콘텐츠의 사업적인 성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특히, 장성규가 지난 10월12일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유튜브 채널 수익이 한 달에 20억원 이상이라고 발언해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방지현 본부장은 “월 매출 20억원은 사실이 아니며 내년도 유튜브 연매출이 2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라며 “디지털 IP의 월 매출이 20억원이 될 정도로 시장이 컸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방지현 본부장은 ‘와썹맨’과 ‘워크맨’의 성과만으로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성공을 말하기 힘들며 아직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 수익 모델을 만들어나가는 것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콘텐츠 수익 모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제작 이전에 붙는 PPL 및 제작 협찬, 콘텐츠형 광고 등과 제작 이후의 TV 광고, 디지털 동영상 광고, 콘텐츠 유통 과정에서의 수익 등이다. TV는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제작비가 충당되지만, 디지털 콘텐츠의 수익 대부분은 제작 이전에 붙는 콘텐츠형 광고에 편중돼 있다.

“콘텐츠형 광고는 광고주의 요구사항과 구독자의 기대, 창작자의 욕심이 10분 단위 짧은 영상에서 충돌하게 만든다. 중요한 수익 모델이지만, 콘텐츠 사업을 큰 규모로 키워가기엔 어렵다. 우리의 가장 큰 숙제와 고민은 제작 이후에 수익 모델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방지현 본부장은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제작 이후의 수익 모델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와썹맨’은 콘텐츠 유통 과정에서의 수익화를 위해 다양한 포맷으로 변주될 예정이다. 우선 올 연말 OTT 서비스를 통해 ‘와썹맨 고’를 선보인다. 박준형이 헐리우드에 재도전하는 스토리로 꾸려졌으며 한 회당 20분 분량으로 총 8회로 제작됐다. 내년에는 ‘와썹맨’을 40분 분량의 TV 포맷으로도 제작할 계획이다. ‘워크맨’ 역시 ‘와썹맨’처럼 다양한 형태의 포맷으로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OTT 서비스를 통해 공개되는  ‘와썹맨’은 핫플레이스에 방문하는 대신 박준형의 헐리우드 도전기를 담았다. (사진=와썹맨 유튜브 갈무리)

방지현 본부장은 “올드미디어는 없다. 올드한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을 뿐이다”라며 “올드하지 않은 디지털 스튜디오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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