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올해도 ‘활짝’, 메이커들의 축제 열렸네

2019.10.19

“(3D프린팅이) 잘 될지…. 궁금했어요. 지금은 긴장돼요.”

10월19일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국내 최대 메이커 축제 ‘메이커 페어 서울 2019’이 열렸다. 참가자인 다섯 살 장지우 메이커(‘밤비네 뚝딱공장’ 팀)는 가족과 함께 만든 ‘불빛이 나는 태극기’를 소개하며 수줍게 말했다.

장지우 메이커가 메이커 페어에 참가한 것은 올해로 여섯 번째다. 곽소아 메이커의 뱃속에서부터 메이커 페어에 참가한 덕분이다. 곽소아 메이커는 “남편과 둘다 컴퓨터 교육을 전공했고, 취미로 메이커를 하고 있다”라며 “엄마와 남편도 함께 왔다. 온가족이 메이커 활동을 같이할 수 있어 좋다”라고 말했다. 장윤재 메이커는 “아이(장지우 메이커)가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깨우더라. 빨리 가자고, 먼저 준비하더라”라며 웃었다.

|메이커 페어 서울2019에서 만난 장지우 메이커와 장윤재 메이커. 곽소아 메이커는 부스를 지키고 있었다.

올해로 8회를 맞은 메이커 페어는 메이커들이 직접 기획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축제다. 3D 프린팅 작품부터 로보틱스, 사물인터넷 기술, 전기자동차, 스마트 장난감 등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다양한 발명품을 만날 수 있다.

가족 손잡고 참가…청소년 메이커도 ‘눈길’

메이커 페어는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행사다. 참가자의 연령대는 10대부터 40대 이상까지 폭넓다. 올해 메이커 전시에는 총 154팀, 800여명의 메이커가 참가했다. 그 중에서도 가족 단위 참가자는 예년 대비 2배 늘었다

연현숙, 이주상, 이병훈 메이커(‘함께하는 메이킹’팀)는 안내견을 아두이노 자동차로 만들었다. 안정적인 맹도견을 만들기 위해 다리가 짧고 몸이 긴 강아지인 닥스훈트의 형태로 설계했다. 이병훈 메이커는 “다리가 짧으니까 낮은 곳을 잘 다녀서 장애물을 잘 감지할 수 있다”라며 “코에는 초음파 센서를 달아서 앞에 있는 장애물을 감지하게 했다. 진동과 소리로 사람에게 방향 같은 것을 알려준다”라고 설명했다.

연현숙 메이커는 “아이(이병훈 메이커)가 워낙 강아지를 좋아하고 자동차도 좋아하는데, 안내견 관련된 문제들이 있으니까 로봇으로 대체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아이에게 좋은 경험이 되는 거 같아요. 사실 아이하고 함께 만든 거라 ‘고퀄’ 작품은 아닌데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니까 아이도 열심히 설명해주고 있어요.”

현장에서는 10대 메이커의 참가가 돋보였다. 대구대성초등학교에서 온 노윤지, 김준우, 박예린 메이커는 ‘시장투어 카트 레이싱’을 선보였다. 마이크로비트와 레이저 커팅기 등을 활용해 무선조종 장바구니 카트를 제작했다. 열세 살 메이커들은 3D펜, 3D프린터로 ‘경기장’을 꾸몄다.

“저희 동네에 서문시장이 있는데요. 거기에 차가 많은데 그거를 표현하려고 하니까 재미가 없어서 레이싱으로 만들었어요. 이기면 주려고 상장을 준비했어요.”

관람객은 사전등록자만 5200여명을 기록했다. 상주에 살고 있는 열두 살 김현민, 김현우 학생은 ‘예비 메이커’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발명 메이커’반에 속해 있다. 체험학습차 메이커 페어 서울을 찾았다. 김현민 학생은 “아직 제대로 만들어보지는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만든 걸 관람하는 게 신기하다”라고 말했다. 김현우 학생은 “만든 원리가 궁금하다. 다음달부터는 직접 만들게 되는데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부천정보산업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전민선 학생은 “처음 왔는데, 체험하고 만드는 과정으로 인해 배우는 게 아니라 놀러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카트, 3D 프린터, 원조 자율주행…다양한 볼거리

볼거리는 지난해보다 더욱 풍성해졌다. 올해 세 번째 진행된 카트 어드벤처는 메이커 페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표 프로그램이다. 사전모집을 통해 총 20개의 팀이 자작카트를 가지고 출전했다. 경기 전후에는 관람객이 카트 체험을 해보는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청계천근두운 팀의 근두운 카트.

출전팀 중 하나인 ‘청계천근두운’팀은 이번이 첫 번째 메이커 페어 참가다. 만화 ‘드래곤볼’에서 손오공이 타는 ‘근두운’을 카트로 표현했다. 카트를 제작한 기간은 일주일 정도지만, 심욱섭 메이커는 “(우승이) 자신 있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오토데스크는 설계에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의 연산 능력을 활용하는 ‘제너레이티브 디자인’ 기능을 탑재한 설계 소프트웨어 ‘퓨전 360’을 선보였다. 오토데스크 관계자는 “제품이 견디는 강도, 필요한 부분, 재료, 가공 방식을 설정하면 수많은 디자인을 컴퓨터가 스스로 디자인을 탐색하고 수백, 수천개의 설계 결과물을 만들어서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오토데스크 부스에서 만난 정욱창 메이커는 3D프린터로 한옥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욱창 메이커는 “한옥만의 ‘결구’ 구조는 차곡차곡 쌓아서 생산하는 3D프린팅 기술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지금은 작게 만들고 있지만 훗날 3D프린터로 원하는 모양의 맞춤형 한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브.아트(Dev.Art)팀은 기술을 이용한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 작품을 선보였다. ‘손에 손잡고’라는 작품은 일종의 ‘MP3 플레이어’다. 작품에 달린 ‘손’을 잡고, 메이커와 관람객이 손을 맞잡으면 음악이 흘러 나온다. 손을 떼면 음악도 꺼진다. 작품을 제작한 최재필 메이커는 “올해는 손과 손을 마주잡는 행복을 관람객과 나누고자 한다”라며 “메이커 페어에 오면 이틀은 꼬박 부스에 있어야 한다. 그래도 일년 동안 가장 행복한 이틀”이라며 미소 지었다.

DIY 로보카 커뮤니티의 오픈소스 프로젝트 ‘동키카’도 만나볼 수 있었다. RC카 차체에 라즈베리 파이와 카메라를 탑재, 머신러닝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주행하는 프로젝트다. 동키카 레이싱 리그는 주로 미국 내 지역 커뮤니티에서 열리고 있다. 국내서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조현식 메이커는 두 딸과 함께 동키카 경기에 참가했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시켜주기” 위해서다. 이들을 비롯한 메이커들은 자녀와 함께 동키카를 조종하며, 주행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데 열중했다.

|오른쪽 범퍼와 뒤쪽에 찌그러진 부분은 실제로 자율주행을 하던 도중에 사고가 난 흔적이다. 세계 최초 도심 자율주행을 기념하기 위해 그 모습 그대로 복원 중이라고 한다.

메이커 페어 모빌리티 전시관에는 1992년 당시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 한민홍 교수팀이 개발했던 자율주행자동차가 전시돼 있다.

모빌리티 전문 메이커 커뮤니티 Garage.M(게러지엠)이 출품한 작품이다. 당시 탑재돼 있던 초음파, 카메라 센서 등은 모두 떼어냈다. 고장을 우려해 가동은 하지 않고 문화재 복원처리 기술을 이용해 자동차를 복구 중이다. 송정현 메이커는 이 자동차가 도심을 자율주행한 세계 최초의 자동차임에도 불구하고 창고에 방치돼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복원 프로젝트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메이커 페어 정신은 기술의 공유와 나눔입니다. 이 자율주행차를 전시해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서, 우리 모두가 발전하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번 전시에 자율주행차를 출품하게 되었습니다.”

|게러지엠의 송정현 메이커는 “최근 자율주행차가 화두”라며 “자율주행차를 처음 개발하고 세계 최초로 도심을 달렸던 26년 전에 법과 규제가 자유롭게 풀렸다면 지금쯤 우리는 자율주행 종주국이 되어 있지 않을까”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KARV-1은 국내 자동차 역사에서 중요한 ‘오브제’라고 그는 강조했다.

한편, 문화비축기지 전시장 내에 마련된 세미나존에서는 메이커 문화와 트렌드를 이해할 수 있는 세미나와 포럼이 진행됐다. 이날 ‘메이커 세미나’에서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메이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20일 메이커 페어에서 진행되는 ‘메이커 포럼’에는 국내외 메이커가 한자리에 모여 메이커 문화에 대한 논의를 펼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