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들 암호화폐 솎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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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일간 거래량이 1천달러 미만인 프로젝트는 1천여 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더욱이 2017년에 사망 판정을 받은 프로젝트는 250개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롱해시>는 코인옵시(Coinopsy) 데이터를 이용해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사양길을 걷게 된 이유를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롱해시> 분석에 따르면 사망 판정을 받은 프로젝트 중 63.1%는 투자자들에게 잊히고 거래량이 줄어들며 자연스레 죽음을 맞게 됐다고 말합니다. 이번 통계는 시장의 모든 프로젝트가 아닌 코인옵시에서 집계된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이뤄진 만큼, 시장에는 죽음을 맞은 더 많은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 사망 판정 받은 암호화폐 프로젝트 연도별 수(출처 = 롱해시)

거래량 감소, 프로젝트 팀의 해체 등 다양한 이유로 개발이 진행되지 않는 암호화폐가 늘며, 거래소도 상장된 암호화폐를 솎아내고 있습니다. 거래소에서 암호화폐가 상장 폐지될 경우 일정 기간 내 다른 거래소와 지갑으로 암호화폐를 옮겨야 하므로 투자자들의 유의가 필요합니다.

거래소, 자체 규정 세워 암호화폐 상장 폐지 중

지난 10월14일, 코인원은 상장 폐지 심사정책을 게재하고, 8종류의 암호화폐를 투자 유의 종목으로 선정한다 밝혔습니다. 코인원의 상장 폐지 심사정책에 따르면, 시장 또는 투자자들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경우 암호화폐를 상장 폐지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당 암호화폐가 범죄 등 법적 문제와 관련 있거나 암호화폐에 기술적 문제가 있는 경우 그리고 해당 암호화폐를 개발한 재단의 해산 혹은 파산 등 프로젝트를 계속 수행하기 어려울 경우 상장 폐지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프로젝트와 재단에 직접적인 문제가 없더라도 암호화폐 거래량이 적어 투자자들이 시세조작에 노출될 수 있는 경우에도 상장 폐지를 고려할 수 있다고도 말합니다.

코인원이 이번에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암호화폐는 스트리머(DATA), 엔진코인(ENJ), 베이직어텐션토큰(BAT), 카이버 네트워크(KNC), 제로엑스(ZRX), 어거(REP), 쎄타토큰(THETA), 쎄타퓨엘(TFUEL)입니다. 이중 엔진코인을 발행한 기업은 게임 플랫폼을 개발한 엔진(Enjin)입니다. 엔진의 암호화폐 지갑은 갤럭시S10의 삼성 블록체인 월렛에서 이용할 수 있기도 합니다.

코인원은 8개 암호화폐를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이유로 “암호화폐의 거래 지속성 부족 및 최소한의 거래량 미달로 시세조작 위험성 증가” 때문 이라고 밝혔습니다. 프로젝트의 직접적인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코인원에서 이들 암호화폐 거래량이 적기에 유의 종목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입니다. 코인원은 유의 종목으로 지정된 암호화폐에 대해 2주간 검토를 진행하며, 이를 토대로 상장 폐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만약, 상장 폐지 되면 코인원에서 다른 거래소 및 지갑으로 해당 암호화폐를 30일 내 옮겨야 합니다.

업비트 역시 자체 암호화폐 거래 지원 종료 정책에 따라 상장된 암호화폐를 솎아내고 있습니다. 또한 제휴를 통해 해외 거래소 비트렉스와 오더북을 공유하고 있기에, 비트렉스에서 거래 종료가 결정되면 업비트에서도 해당 암호화폐에 대한 지원을 종료하기도 했습니다.

업비트의 거래 지원 종료 정책에 따르면 프로젝트 진행 과정, 기술 및 기술지원이 변동되거나 유동성이 낮아질 경우 투자 유의 종목으로 선정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유의 종목으로 선정될 경우 약 10일 문제 사유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는데, 문제에 대해 제대로 소명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해당 암호화폐는 업비트에서 상장 폐지 됩니다. 이번 연도 비트렉스가 아닌 업비트가 자체적으로 거래 지원을 종료한 암호화폐는 총 15종입니다.

업비트는 지난 3월 블록틱스(TIX), 살루스(SLS), 윙스다오(WINGS)는 기술적 진전이 없거나 낮은 유동성으로 인해 시세 조작에 노출될 위험이 있고, 솔트(SALT)의 경우 부당한 토큰 분배로 인해 미국 금융당국의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기에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후 상장 폐지를 결정했습니다. 지난 7월에는 유동성이 낮고 사업적 진전이 적다는 이유로 머큐리(MER), 뫼비우스(MOBI)를 상장 폐지했었습니다. 스피어(SPHR), 구피(GUP) 역시 이와 같은 이유로 8월 상장 폐지 됐습니다.

업비트는 기술적 진전과 유동성이 낮은 경우뿐만 아니라 규제 위험이 높을 경우에도 암호화폐를 상장 폐지했습니다. 일례로 지난 8월 업비트는 엣지리스(EDG)가 도박적 성격을 띠고 있기에 규제 위험이 거래 지원을 종료한다고 말했습니다. 9월에는 다크코인 계열 암호화폐인 모네로(XMR), 대시(DASH), 제트캐시(ZEC), 헤이븐(XHV), 비트튜브(TUBE), 피벡스(PIVX) 6종의 암호화폐 거래 지원을 종료했습니다.

지난 6월, 국제 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암호화폐 취급 업소를 대상으로 국제 기준과 이행 방안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기준에는 여행 규칙이라 불리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에 따라 암호화폐 취급 업소는 송금인과 수취인의 정보를 수집하고 보유해야 합니다. 익명성을 강조하는 다크코인의 경우 송금인과 수취인 정보를 얻기 힘들기에 거래소에서 지원을 종료한 것입니다.

더욱이 업비트는 지난 9월 오는 10월25일 BTC, ETH, USDT 마켓에 변동사항이 생길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업비트 공지에서는 다양한 거래 방식을 지원하기 위해 변동이 생길 수 있다 밝혔지만, 업비트가 비트렉스와 제휴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빗썸 역시 10월10일, 롬(ROM), 디에이씨씨(DACC), 아모코인(AMO) 3종류 암호화폐를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습니다. 빗썸은 자체 정책에 따라 세 암호화폐를 투자 유의 종목으로 선정했다고 밝히나, 구체적인 사유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빗썸 정책에 따르면 암호화폐가 낮은 유동성을 가질 경우, 범죄 및 형사 사건과 연관 있을 경우, 기술 결함이 발견될 경우 등 상장 심의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통해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다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빗썸은 “투자 유의 종목 지정이 상장 폐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유의 종목 지정 한 달간 심의를 거친 후 결과를 추가로 안내하겠다 밝혔습니다.

세 거래소 이외에 최근 싸이월드 접속이 불가능해지며, 10월11일 거래소 비트소닉이 싸이월드의 암호화폐 ‘클링(CLINK)’을 유의 종목으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비트소닉에서 클링을 계속 지원할지 일주일간 검토가 진행됩니다.

공통 심사 기준 세우려는 노력도 나와

현재 거래소들은 자체 규정을 통해 암호화폐 상장 심사와 폐지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가 되더라도, 다른 거래소에서는 여전히 거래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이에 업계 내 암호화폐에 대한 공통적인 심사 기준을 만들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코빗, 고팍스, 씨피닥스는 암호화폐 정보공시 플랫폼 ‘쟁글(Xangle)’과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이들 거래소는 쟁글 보고서를 활용해 암호화폐 프로젝트 성과를 평가하고, 투자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9월3일 거래소 코빗은 암호화폐 상장 심사와 폐지 기준을 공개하며, 암호화폐 상장 사후 평가뿐만 아니라 상장 사전 평가에도 쟁글의 데이터를 활용하겠다 밝히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