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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변한듯 변한 애플의 디스플레이 전략

2019.10.22

애플 아이폰11 시리즈와 애플워치 시리즈5 국내 출시 일정이 10월25일로 잡혔다. (※관련기사 : 애플, ‘아이폰11’ 국내 출시일 발표…10월25일 ‘애플워치5’도 동시에) 역사적으로 보면 UI(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바뀔 때마다 사람들의 호불호가 갈리곤 한다. 어떤 사람들은 터치스크린을 좋아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인터페이스에 관한 한 갑론을박은 필연적이다. 반면 초고화질 디스플레이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사람들은 선명하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디스플레이를 선호한다. 높은 가격을 제외하고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멋진 기술이다. 애플은 매년 아이폰 디스플레이를 향상시켜왔고 올해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아이폰에서 시작된 레티나 디스플레이 경험을 아이패드, 맥에 차례로 이식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음성인식 ‘시리’, 터치ID, 페이스ID 같은 사용자 경험과 직결되는 UI 역시 아이폰→이이패드→맥으로 점진적 확대를 꾀하고 있다.

| ‘아이폰4’는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처음 적용된 아이폰이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2010년 나온 아이폰4에 처음 적용됐다. 3.5형 크기에 적용된 전보다 4배 많은 픽셀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인쇄물 같은 선명한 화면을 스마트폰에서 최초로 구현했다. 2014년 4.7형과 5.5형으로 화면을 키우고 풀HD의 ‘레티나HD’로 해상도를 업그레이드한다. 2017년에는 아이폰X에서 기존 디스플레이 관행을 다시 한번 바꿨다. 아이폰X은 더 높은 명암비와 HDR 비디오를 지원하는 엣지투엣지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해상도는 더 높고(2436×1125)와 픽셀 밀도도 높아 애플은 ‘슈퍼 레티나’라고 부른다.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정점 ‘XDR’

아이폰의 핵심 아이덴티티는 애플 생태계를 형성하는 주요 매개체로 자리매김한다. 아이패드3와 아이패드 미니2에 이어 2012년 맥북프로가 레티나 디스플레이 대열에 합류했고 아이맥은 2015년 4K 및 5K 해상도로 나왔다. 그리고 2018년 가을 맥북에어까지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 6K 해상도 디스플레이 ‘프로 디스플레이 XDR’, 곧 출시된다.

애플은 지난 6월 ‘WWDC 2019’에서 뛰어난 확장성을 갖춘 모듈형 신형 맥프로와 6K 해상도 디스플레이 ‘프로 디스플레이 XDR’을 공개했다. 6016×3384 초고해상도와 10비트 및 PS3 색영역을 자랑하는 이 괴물 같은 모니터는 출력 가능한 최대치와 최소치 차이가 극도로 크다. 5K 아이맥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40% 더 크고 1000니트의 밝기를 유지할 수 있으며, 최대 1600니트 밝기까지 도달할 수 있다. 애플은 이 새로운 모니터가 기존 유사한 성능을 1/5 가격에 제공하는 유일한 제품이라고 강조한다. OLED 디스플레이는 LCD 대비 명암비가 높다. 아이폰11 프로 또한 최대 밝기를 극대화함으로써 200만대 1 명암비와 최대 밝기 1200니트를 구현했다.

이처럼 애플은 올해 ‘프로’라는 이름을 붙인 라인업에 XDR 디스플레이를 적용하고 있다. 영상 제작과 사진 편집에 최적화된 도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적절한 판단이다. 초고화질 디스플레이는 업무와 개인 작업에 있어 아름다움, 명확성, 정확성을 강화한다. 물론 가격이 비싼 것은 치명적인 단점이다. 그러나 그만한 충분한 값어치를 한다. 초고화질 화면 덕분에 디자이너들이 더 멋진 디자인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 베젤리스 디자인의 아이폰X 이후 애플은 홈버튼을 대체하는 새로운 여러 제스처를 추가했다.

아이폰 디스플레이에 전면적 변화를 가져온 계기는 베젤리스 디자인이다. 2017년 등장한 아이폰X은 LCD 대신 OLEL 디스플레이를 탑재했고 안면인식 기능의 페이스ID는 홈버튼을 제거했다. 물리적으로 5.5형 화면의 아이폰8 플러스보다 작다. 이 디자인은 2018년 나온 아이폰XR에 그대로 적용됐다. 2018년 10월 등장한 아이패드 프로는 아이폰X에 비할바는 못되더라도 264픽셀을 갖춘 2732×2049 리퀴드 레티나 LCD 디스플레이가 전면을 꽉 채운다. ‘프로’ 제품군에서 기대했던 트루톤 색상 조정과 프로모션 리프레시 기술 등의 모든 멋진 것들이 적용되었다. DCI P3 사양이 제공하는 색상 범위는 감탄스럽다. 베젤리스 디자인에 희생된 홈버튼을 대체하는 여러 새 제스처가 추가됐다. 디스플레이 기술 변화에 ​​따라 휴먼 인터페이스 표준도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베젤리스와 올웨이즈 디스플레이

올해 애플 제품에서 또 다른 포인트는 애플워치다. 작년 디자인에 LTPO(저온 폴리실리콘+산화물)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언제나 켜져 있는 올웨이즈 기능을 한다. 이 ‘올웨이즈온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손목을 내려도 워치 페이스가 꺼지지 않도록 해준다. 애플워치를 건드리거나 얼굴에 가까이 대지 않아도 디스플레이가 항상 보인다는 의미다. 디스플레이를 보고 있지 않을 때는 배터리를 절약하기 위해 디스플레이가 어두워지지만 실제로 꺼지지는 않는다. 그러면서 직전 모델과 동일한 18시간의 배터리 지속 시간을 보장한다.

| 올웨이즈온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는 애플워치 시리즈5

애플워치 시리즈5는 올웨이즈온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상황에 맞게 초당 1번에서 최대 60번까지 화면 주사율을 달리하는 개선된 전력 관리 프로세스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평상시엔 워치 페이스와 시간, 컴플리케이션 등을 어둡게 표시하며 초당 표시 빈도를 1Hz로 유지해 전력 소모를 최대한 낮춘다. 숫자를 표시하는 아날로그 워치 페이스라면 문자 테두리만 표시하고 내부를 끄거나 어둡게 하는 식이다. OLED 디스플레이 특성상 검정색이 많을수록 전력 소비는 그만큼 줄어든다. 그러다 손목을 올리거나 화면을 터치하면 화면 밝기를 높인다.

향후 애플 제품의 디스플레이 트렌드는 애플워치 시리즈5에 채택된 올웨이즈온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프로 디스플레이 XDR를 포함한) 아이폰11 프로의 슈퍼 레티나 XDR 디스플레이 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 슈퍼 레티나 XDR 디스플레이는 아이패드 프로와 아이맥 프로, 그리고 10월 스페셜 이벤트에서 공개가 유력한 16형 맥북프로에 우선 적용될 전망이다. 이 같은 점진적 확장을 통해 마이크로LED는 애플 신제품의 지배적인 기술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지난 2018년 3월 <블룸버그>는 애플이 아이폰과 애플워치를 더 얇고, 밝고, 에너지 효율적으로 만들 마이크로LED를 직접 개발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애플은 아이폰과 애플워치, 맥에 자체 설계한 칩을 탑재하고 있지만, 디스플레이는 삼성과 LG디스플레이 등에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 칩과 디스플레이는 거의 모든 애플 제품에 탑재된다. 칩은 애플이 제어할 수 있지만 디스플레이는 삼성과 LG 디스플레이의 협력이 필요한 한계가 뚜렷하다. 마이크로LED를 통해 애플은 더 밝고 더 가볍고 전력 효율적인 다음 세대의 레티나 디스플레이 혁신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spe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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