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메이커] 오픈지그웨어로 못 만드는 로봇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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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물건, 재미난 일, 재미난 일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메이커 페어 서울은 매년 만드는 사람들이 모이는 축제입니다. 메이크 코리아가 만난 축제의 주인공과 작품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가슴 깊은 곳에 무엇인가를 만들고픈 열망을 간직한 어른이, 꿈 많은 청소년과 어린 친구들을 모두 환영합니다.

“오픈지그웨어로 못 만드는 로봇 없어요”
로봇 설계자 온진욱 메이커

온진욱 메이커는 메이커 모임 ‘오로카라’에서 ‘쿠루쿠루’라는 별명으로 동적 링크 라이브러리(DLL)인 ‘오픈지그웨어’를 가르치고 공유하고 있다. 오픈지그웨어는 수식만으로 로봇 설계가 가능한 어떤 형태의 로봇에도 어렵지 않게 적용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매니퓰레이터와 보행 로봇 등을 메이커 페어 서울 2019에서 선보인 온진욱 메이커를 만나 오픈지그웨어가 무엇인지 어떤 로봇까지 만들 수 있는지 들었다.

| 온진욱 메이커가 메이키 티셔츠를 입고 헐크버스터를 들어 보이고 있다.

프로젝트 설명을 간략하게 부탁드려요.

사탕 뽑기 로봇과 이를 조합해 만든 델타 사족보행 로봇이 대표작입니다. 최근 완성도를 보완 중인 헐크버스터 형태의 휴머노이드 이족보행 로봇도 있어요. 그리고 작은 형태의 매니퓰레이터를 이어 붙여 커다란 매니퓰레이터도 만들었죠. 저를 포함한 오로카 모임 이름으로 참가한 메이커페어 서울 2019에는 구성원들의 아이디어를 조금씩 녹여내 만든 각자의 작품을 선보였어요.

이와 별개로 다른 메이커가 정말 잘 만든 초대형 건담이 있는데요. 장식처럼 가만히 놓고 있던 작품을 움직이게 해주겠다고 잠깐 빌렸죠. 이 건담도 메이커 페어 서울 2019에 함께 했죠.

사탕 뽑기 로봇, 사족보행 로봇, 헐크버스터는 어떻게 만들었나요?

매니퓰레이터를 만드는데 보통은 모터가 다섯 개 필요해요. 하지만 모터가 고가이다 보니 사용 가능한 개수가 제한될 수 있잖아요. 모터 세 개만 갖고 만드는 게 델타형 매니퓰레이터입니다. 델타형 하나로 만든 것이 사탕 뽑기 로봇이고요. 와중에 각자 만든 델타형을 여러 개 모으면 함께 뭔가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아이디어가 나왔죠. 변신 합체 로봇 같은. 바로 사족보행 로봇을 만들면 되겠다고 해서 실행에 옮겼죠. 가운데는 3D카메라를 장착해 굳이 모터를 육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카메라를 통해 둘러보게끔 하면서요.

머리에는 모터를 넣지 않은 대신 허리부터 발끝까지 하나하나 집어넣어 초안을 만들었어요. 무릎에는 특히 힘이 많이 갈 것 같아서 비싼 모터를 적용했고요. 업그레이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작품이에요.

| 델타형 매니퓰레이터 4기가 합체해 사족보행 로봇으로 다시 태어났다.

오픈지그웨어란 무엇인지요?

오픈지그웨어는 미들웨어의 일종으로 윈도우에서 작동하는 DLL이에요. 이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짤 경우 라이브러리에서 호출 함수 하나만으로 툴 전체를 불러오기가 가능해요. 모션 툴과 디자인 툴을 통해 3D모델링을 만들 수 있고 직접 모터를 제어할 수 있어요. 이렇듯 로봇 형태를 만들 때 내 마음대로 수학적 수식만 넣으면 프로그램 안에서 원하는 그대로 적용이 돼요. 쉽게 짜려면 쉽게 짜고 어렵게 짜려면 어렵게 짜는 것도 되게끔 오픈돼 있죠. 모든 코드는 다섯 줄 이내로 가능한 덕분에 중고등학생도 영문 타이핑이 느릴지언정 금방 배워서 활용해요.

오픈지그웨어의 장점은 곧 직관적 설계다?

이를테면 포워드 키네메틱스라는 수식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면 곧장 네 관절의 수학적 형태가 만들어지고 이를 거쳐 실제 매니퓰레이터 설계까지 10분이 채 안 걸려요. x, y, z축으로 각각 얼마나 그릴지 요령만 있으면 몇 가지 수식만으로 전부 한 번에 만들어지니까 넣고 싶은 수식을 복사하기와 붙여넣기로 가져다 쓰기만 하면 되죠. 명령어 한 줄이면 팝업으로 모션 툴과 디자인 툴이 곧바로 뜨는 셈이에요.

간단 명료한 명령 체계는 정말 중요해요. 10㎜를 움직인다고 해도 코딩을 일일이 입력하는 쪽에서는 각도 하나하나를 어찌할지 고생하는 반면 오픈지그웨어를 쓸 때는 예상 이동 경로가 x, y, z축으로 곧장 파악되니까 모션을 훨씬 쉽게 짤 수 있거든요. 만들어놓은 모델링에 따라 연속으로 이어지는 모션을 자동으로 생성되게 할 수도 있고요.

| 오픈지그웨어를 활용하면 복잡한 매니퓰레이터도 짧은 시간 안에 만들 수 있다. 

로봇 보행도 간단히 구현 가능한지요?

걷는 부분은 조금 달라요. 오픈지그웨어내 엑셀 함수 삽입이 가능하도록 오픈되어 있는데요. 모터에 번호를 맞춰주고 수식에 따라 몇 번 모터가 이동하는지를 정해둬요. 이때 각 파라미터 또는 수위를 둬서 얼마나 흔들지, 들어 올릴지, 주저앉을지, 벌릴지, 펼지 같은 경우의 수를 붙여 넣으면 보행이 자동으로 만들어지죠.

웹캠 또한 오픈지그웨어를 통해 응용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웹캠도 오픈지그웨어에서 코드 한 줄만으로 웹에다 스트리밍 영상을 바로 뽑아낼 수 있어요. 만약 라즈베리파이에서 누군가 카메라로 화면을 송출하고 있으면 이를 끌어와 내 컴퓨터로 보는 것도 되고요. 단 중간에 서버를 거쳐 컴퓨터에 보이는지라 조금은 딜레이가 생겨요. 이렇게 하지 않고 기기끼리 직접 연결하면 동작 속도가 조금 더 빨라지겠지만요.

웹캠으로 영상을 받아오는 데 그치지 않고 오픈CV에 활용하게끔 이미지를 캡처해 보내줄 수도 있어요. 이로써 조이스틱이나 컨트롤러를 이용해 원격으로 조종할 때 쉽게 적용되겠죠. 이렇듯 실제 업무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기능은 거의 다 들어가 있다고 보면 돼요.

| 온진욱 메이커가 오픈지그웨어 환경의 로봇 설계를 시연하고 있다.

오픈지그웨어 교육은 언제부터 하고 있나요? 보람이 클 것 같아요.

6년 정도 한 것 같아요. 서울 대성고등학교에서 토요일 수업을 연 것이 시작이었고요. 이후 오로카 수요모임에서 정기적으로 오픈지그웨어를 교육하면서 별도로 목요모임도 개설해 몇 달 동안 천안에서 올라오는 중고등학생을 가르치기도 했어요. 뿌듯함은 분명히 있죠. 3D프린터를 직접 만들어 여러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원하는 대학교에 입학한 학생도 있고요. 애초 생각보다 더 큰 친구들도 종종 눈에 띄어요. 기대하지 않았는데 뜬금없이 엄청나게 성장해 이제는 저랑 다른 분야를 개척하지 않나 싶을 정도인 구성원도 보이거든요.

특히 자랑할 만한 구성원이 있다면?

몇 년 전 초등학생이 자기가 하는 말이 키네메틱스인지도 모르고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하면서 해답을 얘기하는 거예요. 신기하더라고요. 네가 지금 말한 게 무엇인지 설명해줄 테니 그냥 놀러 온다는 생각으로 오라 했고 지금까지 인연을 맺고 있어요. 중학교 3학년인 이 친구가 설명하는 내용을 이제 제가 이해 못 할 정도예요. 엔지니어가 다 됐죠. (웃음) 오히려 제가 배워야 할 부분이 많아요. 약한 부분을 조금 도와주거나 서로 조언을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뿐 제가 가르칠 건 없어요.

온진욱 메이커님에게 오로카란 어떤 모임인가요?

집 같아요. 모임의 장으로 활동하면서 구성원들이 만들고 싶은 걸 해내는 길로 지원하고 있거든요. 결과물이 완성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 오픈지그웨어를 알게 된 뒤 나중에 잘 됐다고 학생들에게 연락이 오면 그 또한 보람차고요. 예전에는 메이커를 좋게만 보지 않았잖아요. (웃음) 돈도 못 벌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다가 못 버티고 떠날 거라며 말렸는데 오로카는 메이커 문화가 활성화되기 전부터 생겨나 지속하는 모임이에요. 그만큼 우리 스스로 해낼 발판을 많이 마련했다고 생각하니까 더욱 애착이 가요.

| 온진욱 메이커에게는 오픈지그웨어 그리고 오로카와 함께 일구는 성장이 가장 큰 기쁨이다.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요?

오픈지그웨어로 이것저것 만들다 보면 제가 도와주는 것 같아도 사실 도움을 많이 받아요. 학생이나 여타 구성원이 만드는 모습을 보고 문제점을 발견할 때마다 소프트웨어를 계속 보완하거든요. 그렇게 이 소프트웨어의 끝을 보고자 해요. 어디 한 번 끝까지 가서 로봇 만들기의 장벽을 확 낮춰 누구라도 손쉽게 사용하는 DLL이 되도록 하고 싶어요.

오픈지그웨어의 장점은 우선 프로그래밍을 전혀 몰라도 수학만 알면 이를 활용해 로봇을 만들 수 있다는 거예요. 두 번째는 오픈지그웨어로 다루지 못할 로봇, 못 만드는 로봇은 없다는 점이에요. 이를 바탕으로 엑셀처럼 복사하기와 붙여넣기만 잘하면 어떤 로봇이든 바로 동작하게끔 제대로 완성하고픈 마음이에요.

글·사진 | 장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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