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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 “국토부, ‘타다’더러 ‘택시’ 돼라 한다”

2019.10.31

“국토교통부가 만든 법은 ‘너희는 그냥 택시가 돼라’는 겁니다.” 쏘카 이재웅 대표가 공개석상에서 국토교통부를 정조준했다. 낡은 규제는 풀어주고 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 방침과는 달리 택시 중심의 정책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국토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두고는 ‘졸속법안’이라 꼬집었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10월30일 한국사내변호사회와 인하우스카운슬포럼이 서울 반포동 쉐라톤 호텔에서 연 공동 멘토링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혁신기업은 기존 시스템을 파괴한다. 법은 기존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에 혁신과 계속 부딪칠 수밖에 없다”라며 “법과 제도는 사람들의 습관과 문화를 후행한다. 따라서 사후규제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방식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는 포괄적인 네거티브 시스템을 선언할 용기도 없었고 실행도 하지 않았다. 아직 입증되지도, 측정되지도 않은 택시의 피해를 우려하면서 (타다에게) 택시를 하라고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이날 이재웅 쏘카 대표는 “타다는 대단히 한국적인 모델”이라며 “우버는 우버 드라이버가 모든 부담을 지지만 타다는 시급을 주고 매칭으로 매출을 올린다. 이게 더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작심비판 나섰다

이번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규제개혁 추진 방향으로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를 제시했다. 네거티브가 법에서 금하지 않는 것은 모두 허용하는 방식이라면 포괄적 네거티브는 우선 허용, 사후 규제를 원칙으로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내 최대 개발자 행사인 ‘데뷰(DEVIEW) 2019’에 참석해 “AI를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고 분야별 장벽을 과감하게 허물겠다”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이재웅 대표와 쏘카 자회사 브이씨엔씨(VCNC) 박재욱 대표를 각각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VCNC의 기사 포함 렌터카 호출 서비스 ‘타다 베이직’이 여객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기소를 당하고 가장 안타까운 점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포괄적 네거티브를 말했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이라며 “국토부가 진심으로 포괄적 네거티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타다를 먼저 포용하고 피해를 보는 쪽이 있는지 지켜본 뒤 제도를 후행해 만들겠다고 선언했다면 갈등이 이렇게 증폭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객법 개정안은 ‘졸속'”

국토부가 지난 7월 발표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이하 개편안)’을 바탕으로 추진 중인 여객법 개정안(택시·모빌리티 상생법)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이 법안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의 일종으로 여객자동차운송플랫폼사업을 신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플랫폼 기업은 정부 기구에 기여금을 내고 면허를 부여 받으면 허가 총량 내에서 여객운송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다. 국토부는 기여금, 총량 등 세부적인 사항은 시행령을 통해 다루자는 입장이다. 타다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재웅 대표는 “개정안에는 아무 내용도 없다. ‘졸속법안’이기 때문”이라며 “기여금은 얼마인지, 총량이나 면허, 기사, 렌터카 허용 여부 등 구체적인 게 확정되지 않은 법안이다. 사업자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어떻게 사업을 하나”라고 비판했다.

| 이 대표는 “보편적 기본소득은 가지고 있는 기본적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한 “혁신은 장려하되 성공하면 이익을 (사회와) 나눈다는 약속이 필요하다. 기본소득 또는 비슷한 게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직 시작도 못한 기업들에게 (택시산업이) 피해를 볼지도 모르니 보상부터 하라고 하면 안 된다. 뒤에 있는 사람의 손을 잡고 같이 뛰라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이 대표는 1990년대 ‘한메일’ 창업 당시를 회고하기도 했다. 설명에 따르면 우편법상 우체국이 아닌 개인이 타인에게 유상으로 서신을 전달하는 것은 불법이었고, 전자우편도 같았다. 이 대표는 “법과 제도를 잘 지키면서 혁신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