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나만...?

강건너 불구경하더니…타다 기소에 비판 쏟아내

2019.10.31

검찰이 ‘타다’를 불법으로 결론 짓고 재판에 넘기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여당은 연일 검찰의 판단이 성급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고 있지만 택시업계가 타다와 대립각을 세울 때는 ‘강 건너 불구경’으로 일관하던 정치권이 ‘뒷북’을 친다는 비판도 있다. 이 같은 애매모호한 태도가 검찰의 기소를 이끌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8개월 만에 타다에 붙은 ‘불법딱지’

“신산업은 기존 산업과 이해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신산업을 마냥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됩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0월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 점검조정회의에서 “이해는 조절하면서 신산업은 수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는 책상에서보다 소통에서 더 많이 얻을 수 있다”라며 “관계부처는 기존 및 신산업 분야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지혜를 짜내달라”고 말했다. 지난 28일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가 박재욱 VCNC 대표와 이재웅 쏘카 대표를 각각 불구속기소한 데 대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올해 2월 택시단체가 고발한 지 약 8개월 만에 타다가 ‘불법 콜택시’라는 결론을 내렸다. 면허 없이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유상여객운송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또는 광역자치단체장 면허 없이 임차한 사업용 자동차를 유상운송에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다만 시행령을 통해 승차정원 11인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의 운전자 알선은 허용하고 있다. 타다는 이를 근거로 11인승 승합차로 기사 포함 렌터카 호출 서비스를 운영하며 합법이라 주장해왔다.

“공교롭다” “성급했다”…당정청의 말말말

검찰 기소가 결정된 당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최대 개발자 행사인 ‘데뷰(DEVIEW) 2019’에 참석해 “개발자들이 상상력을 마음껏 실현할 수 있도록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겠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내건 규제개혁 약속은 타다 기소로 인해 힘이 빠지게 됐다. 당정청이 검찰의 판단에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 내고 있는 배경이다. 국토부가 타다를 비롯한 플랫폼 업계 및 택시 업계와 실무논의기구를 구성하고 여객법 개정을 추진 중인 상황임을 검찰이 고려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법 해석에 모호한 부분이 있어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정치권이 해법을 찾아 나가는 중이었다”라며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바로 법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누가 앞으로 혁신적인 사업을 준비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30일 YTN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당혹스러웠다”라고 고백하며 “대통령이 굉장히 큰 비전을 말하는 날이었는데 정말 공교로운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예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타다 기소가) 신산업 육성에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아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SNS를 통해서도 검찰에 날을 세웠다. 홍 부총리는 “상생해법이 충분히 강구되고 작동되기 전에 이 문제를 사법적 영역으로 가져간 것은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말을 보탰다. 박 장관은 “법이 앞서가는 사회제도를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빚어진 일”이라며 “국회에서 관련 법이 한두 달 뒤면 통과될 수 있는데 검찰이 앞서 나갔다”라고 말했다.

이재웅 쏘카 대표 “국토부가 갈등 키웠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당국의 애매한 태도가 검찰의 타다 기소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타다와 같은 플랫폼 기업보다는 택시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는 주장이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답답한 게 ‘혁신성장을 하겠다’고 말만 한다는 것이다”라며 “청와대나 국회 모두 (스타트업에) 풀어주기 어려운 분야는 눈치보기만 급급한 상황이라 (검찰에서) 이런 결정이 나온 듯하다”라고 말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 역시 “국토부가 타다에 대해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는 듯한 분위기가 있었다면 검찰도 다르게 판단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검찰은 올해 5월 국토부에 타다에 대한 의견을 물었으나 국토부는 응답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적인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제도적으로 안착시키는 것을 고민했다”라며 “그래서 특별히 검찰 쪽에 의견을 주지 않고 7월 (택시제도 개편) 대책을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기소 건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우리도 뉴스를 보고 알았다”라고 말했다.

|30일 한 행사에 참석한 이재웅 쏘카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타다는 국토부가 마련한 여객법 개정안에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30일 서울 서초구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국토부) 개정안은 아무 내용도 없는 ‘졸속법안’”이라며 “국토부는 그냥 (타다도) 택시가 되라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가 일단 (타다를) 허용하고 문제가 생기면 후행 규제를 만들겠다고 빠르게 선언했다면 지금처럼 갈등이 증폭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