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왜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할까

"기술 스타트업은 시장을 열어젖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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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지난 2015년부터 ‘D2 스타트업 팩토리(D2SF)’를 통해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 매년 1천개 정도의 기술 스타트업을 만나, 300개 업체를 검토하고 10개 내외의 업체에 투자를 진행한다. 투자사 중 절반 정도는 네이버, 라인과 협업을 진행했다. 이처럼 네이버가 꾸준히 기술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는 “기술 스타트업은 시장을 열고, 기술적 특이점을 만드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국내 전체 스타트업 투자 중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게 현실”이라며 “(네이버 D2SF는) 기술 스타트업의 생태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리하고, 어떤 해법이 필요한지 찾는 일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네이버 기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D2SF는 11월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셈볼룸에서 ‘테크 밋츠 스타트업 2019’ 컨퍼런스를 열고 기술 스타트업들의 고민과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 ‘테크 밋츠 스타트업 2019’ 컨퍼런스 기조연설에 나선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

시장의 문을 여는 기술 스타트업

테크 밋츠 스타트업 컨퍼런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렸다. 국내 기술 스타트업들이 비즈니스를 성장시켜가는 과정에서 겪은 다양한 고민과 문제해결 경험들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더 큰 성장 기회를 모색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번 행사에는 기술 스타트업, VC 및 기술 투자자, 예비 창업가, 지원 기관 등 국내 기술 스타트업 생태계의 이해관계자 1천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양상환 리더는 기술 스타트업의 중요성과 국내 현실을 말했다. 양 리더는 기술 스타트업을 “시장의 문제를 독보적인 기술적 성취를 통해 해결하는 스타트업”으로 정의하며, 시장을 여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기술 스타트업의 중요성을 짚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스카이프, 웨이모가 영상 스트리밍, 온라인 통화, 자율주행 등 각각의 시장 영역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유할 수 있었던 배경은 기술로 문제를 푼 덕분이라는 진단이다. 또 에어비앤비, 우버, 배달의 민족 등을 기술적 특이점을 만들며 성장한 스타트업으로 꼽았다.

기술 스타트업이 어려운 이유

하지만 국내 기술 스타트업 생태계는 열악한 상황이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건수와 금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기술 스타트업은 여전히 제대로 투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양상환 리더는 30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중 기술 스타트업의 비중은 10%도 안 된다고 전했다.

이처럼 기술 스타트업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뭘까. 양 리더는 ▲기술 예측이 어렵다는 점 ▲기술의 가치를 고객과 파트너 기업에 전달하기 어렵다는 점 ▲기술의 비고정성 ▲역량의 불균형 ▲늦은 해외 진출로 인한 낮은 도달률 등을 꼽았다.

매년 새로운 기술에 대한 예측이 쏟아져 나오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기술이 태반이다. 양 리더는 기술의 흐름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자료인 가트너 하이프사이클을 인용해 “25년 동안 하이프사이클에 등장한 기술이 200개가 넘지만, 50개 정도는 한해만 반짝하고 사라졌고, 전체 20% 정도는 현실화되지 않았다”라며 기술 예측의 어려움을 짚었다.

| 1995년 가트너 하이프사이클에 등장한 기술들

또 기술의 가치 전달도 힘들다. 대부분의 기술 스타트업이 파트너 회사를 통해 고객 접점을 갖는다. 고객에게 기술이 도달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기술 가치가 직접 전달되기 힘든 구조인 셈이다. 이 때문에 기술 기업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기술 트렌드가 지속해서 변한다는 점도 기술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배경 중 하나다. 또 원천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 보편화돼 누구나 쓸 수 있게 된다. 기술 스타트업이 원천 기술 자체에만 집착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기술과 사업 개발 역량 사이의 불균형도 기술 스타트업이 가진 문제다. 기술 스타트업은 기술 자체를 구현하는 데 쏟는 에너지가 크다 보니 시장 조사 및 사업 개발에 대한 역량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기술 개발에만 매달려 목표 시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해외 진출이 늦어지는 점도 실패의 요인이다.

양 리더는 “초기 기술 개발에 비용과 시간 많이 들기 때문에 처음부터 어느 시장에 도달할 수 있는지 고민하지 않으면, 국내 시장 좁다는 것을 깨닫고 해외에 진출하려고 할 때 이미 시장 기회를 놓치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고객과 시장을 처음부터 고민하는 게 답”이라며, “D2SF 초창기에는 기술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는 실패한 가정이었으며 처음부터 시장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시간으로 풀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경험적으로 깨닫게 됐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B2B, 연구실창업, 피벗, 투자유치, 연쇄 기술 창업, 글로벌, M&A 등 총 8개 주제의 18개 세션이 진행됐다. 센드버드, 크라우드웍스, 쏘카, 우아한형제들, 스트라드비젼 등 지난해보다 다양한 스타트업이 발표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