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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가 그리는 가상 세계…“VR은 넥스트 커뮤니케이션”

2019.11.19

SK텔레콤이 가상현실(VR) 세계를 구축한다. VR 기기를 쓰고 친구들과 가상 공간에 모여 이야기하거나 e스포츠, 영상 콘텐츠, 게임을 함께 즐기는 식이다. 전반적인 컨셉은 페이스북에서 발표한 VR 소셜 서비스 ‘페이스북 호라이즌’과 닮았다. SKT는 이번 서비스를 기반으로 VR 생태계를 지속해서 확장해나갈 방침이다. 또 서비스 확산을 위해 페이스북과의 협력을 통해 VR 기기 ‘오큘러스 고’를 국내 정식 출시한다.

SKT는 11월19일 서울 을지로 SKT타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버추얼 소셜 월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서비스는 VR 이용자들이 가상 세계에서 커뮤니티 및 다양한 활동을 통해 타인과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날 발표에 나선 전진수 SKT 5GX서비스사업단장은 “저희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가상 공간을 무한 확장하고 다양한 사람이 만나 함께 소통하고, 또 다른 나만의 세상을 즐길 수 있는 버추얼 소셜 월드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 전진수 SKT 5GX서비스사업단장

가상으로 친구와 영상 보고, 춤추고

버추얼 소셜 월드는 ‘오큘러스’나 ‘기어VR’을 통해 즐길 수 있다. 오큘러스 스토어 내 ‘점프 VR’ 앱을 통해 19일부터 이용할 수 있다. SKT가 만든 가상 세계는 가상 인물(아바타)을 생성하고 꾸며, 가상 공간에서 친구들과 다양한 활동을 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먼저, 이용자는 아바타의 머리 스타일, 눈·코·입, 복장 등을 꾸미고 개인 공간인 마이룸에서 VR 영화를 보거나 동물을 키울 수 있다. 또 타인과 다양한 가상 공간에서 만나 소통할 수 있다. 7개 테마의 가상 공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음성·문자 채팅이 가능하다. 친구를 맺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미니 게임을 함께할 수도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 경기를 같이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SKT는 “‘클럽룸’에서 DJ가 되어 다른 이용자들과 신나게 음악·춤을 즐기거나, ‘카페룸’에서 가상의 커피를 앞에 두고 소개팅, ‘공연장’에서 팬미팅, ‘사무실’에서 원격 회의를 진행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진수 단장은 내년에는 더 많은 아바타와 더 다양한 공간과 활동, 새로운 커뮤니티, 지능을 가진 아바타와의 인터렉션 등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상 공간에서 굳이 클럽을? 아직은 초기 단계

SKT는 시공을 초월한 연결 경험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현장에서 시연된 버추얼 소셜 월드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 나를 대신하는 3D 아바타의 모습으로 클럽에 입장하자 다른 아바타 캐릭터들이 춤을 추고 있다. DJ 부스에 올라서서 기기를 조작하자 ‘뿅뿅’거리는 효과음이 났다. 바 위에 놓인 샴페인을 클릭하고 컨트롤러를 흔들자 샴페인이 터진다. 잠깐 신기할 수는 있어도 이용자가 지속해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로 즐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굳이 머리에 무거운 HMD(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 기기를 착용한 채로 가상 클럽에서 아바타 캐릭터의 춤사위를 보고 있을 이유가 있을까.

이는 페이스북이 준비해온 VR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대한 비판과 궤를 같이한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6년 VR 아바타 기능을 선보였으며, 2017년에는 가상 소셜 플랫폼 ‘페이스북 스페이스’를 발표했다. 당시 우스꽝스러운 캐릭터의 모습으로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거라는 지적이 쏟아져 나왔지만, 페이스북은 올해 9월 이 같은 VR 커뮤니티 기술을 집약한 VR 월드 ‘페이스북 호라이즌’을 발표했다. 지난 5월에는 독립형 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를 출시한 바 있다. VR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로 발전할 거라는 기대에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 10월 페이스북 3분기 컨퍼런스 콜을 통해 “VR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잘될 것”이라며 “결국 VR이 성공할 것이라 믿고, ‘오큘러스 퀘스트’를 통해 머지않아 수억명의 사람들이 가상 세계를 경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ICD가 올해 3월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VR 기기는 전세계에 올해 약 800만대, 2023년까지 누적 1억만대 보급될 전망이다.

| 직접 시연 결과 아직은 서비스가 나아갈 길이 멀어보였다.

전진수 단장은 “소셜 VR에 대한 비전을 갖고 기술을 개발한 게 5년 정도 됐으며, 오랫동안 VR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기반에는 통신사업자로서 넥스트 커뮤니케이션으로의 진화에 VR이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는 믿음이 있다”라며 “VR이 넥스트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로 성장할 때까지 기반을 마련하고 지속해서 고객에게 서비스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지금 당장보다는 미래를 내다본 서비스라는 얘기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예고

또 SKT는 HMD에서 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모바일로도 이번 서비스를 이어서 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몰입감 있는 가상 경험이 필요할 때는 HMD를 쓰고, 이동 중에는 스마트폰으로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SKT는 내년 상반기까지 별도 VR 기기 없이 스마트폰으로도 버추얼 소셜 월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며, 향후 AR 글래스 등 다양한 IT 기기로 접속 가능하도록 ‘크로스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내년 상반기에는 다국어 지원을 업데이트하고 글로벌 이용자를 위한 클라우드 서버를 확대할 계획이다. 전진수 단장은 이르면 내년 미국 등의 지역에서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 호라이즌과 비슷하다는 지적에 대해 전진수 단장은 “소셜 VR 서비스를 페이스북 등 글로벌 회사에서 만들고 있는데 궁극적인 모습은 비슷할 수 있지만 각 서비스마다 특색이 있을 것”이라며 “SKT는 기술에서부터 시작했고, 본연의 업 자체가 커뮤니케이션인 만큼 이 분야에서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페이스북도 파트너사로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라고 답했다.

페이스북과 협력, ‘오큘러스 고’ 정식 출시

이날 SKT는 버추얼 소셜 월드 출시와 함께 ‘오큘러스 고’ 국내 정식 출시 소식을 알렸다. 페이스북과의 하드웨어 협력을 통해 버추얼 소셜 월드 확산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오큘러스 고’는 스마트폰이나 PC와의 연결 없이 작동하는 독립형 HMD 기기다. 페이스북이 VR 대중화를 위해 기존보다 가격을 낮춰 출시한 제품이다. SKT를 통해 판매되는 오큘러스 고는 VR 영어 콘텐츠, VR 게임 아이템(추후 제공) 등과 합쳐 22만6800원에 제공된다.

| 독립형 VR 기기 ‘오큘러스 고’

또 ‘카카오VX’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카카오프렌즈 IP(지식재산권)을 활용한 VR 게임 ‘프렌즈 VR월드’를 연내 공개할 예정이다. 버추얼 소셜 월드에도 카카오프렌즈와 연결되는 별도 공간이 마련된다. SKT는 넥슨의 캐릭터 IP를 활용한 VR 게임도 개발 중이다. 스타트업 ‘마블러스’와 협업하는 AI 기반 가상현실 영어학습 서비스 ‘스피킷’ 업그레이드 버전도 출시된다.

이 밖에도 SKT는 ‘점프VR’과 아바타, 3D렌더링 기술을 포함한 저작도구 ‘T리얼 플랫폼’을 기반으로 국내 개발사, 스타트업과 기술·서비스 협력을 강화한다. 헤커톤·공모전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내 VR생태계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양맹석 SKT 5GX서비스사업그룹장은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VR 초기 단계에 있으며, VR은 여러 제휴 업체와 같이 시장을 어떻게 키워나갈지, 고객 경험을 어떻게 잘 만들어나갈지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spirittiger@bloter.net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기술을 바라봅니다. 디바이스와 게임,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