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퇴근길 운동 삼아 배달해요” 배민커넥트, 직접 해보니

2019.11.20

“이거(배민커넥트)로 돈 벌기는 어려워요. 기대는 안 하시는 게 좋아요.” 배달 시작 전, 배민커넥트 교육장에서 들은 말이다. 2시간 반 동안 마포구 일대를 달리며 2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통장에 들어온 돈은 1만6650원. 기대는 접으라던 말에 납득이 갔다.

배민커넥트는 지난 7월 배달의민족이 내놓은 ‘크라우드 소싱’ 배달 서비스다. 크라우드 소싱은 대중(Crowd)과 아웃소싱(Outsourcing)의 합성어다. ‘누구라도’ 일꾼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배민커넥터에 지원해 1시간여 동안 교육을 받기만 하면 된다. 지원자격은 따로 없다. 자전거, 전동킥보드, 오토바이 등 원하는 배달수단으로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택해 배달을 하고, 건당 배달료를 받는다.

지난달 평일 저녁 시간을 쪼개 배달에 나섰다. 교육 때 보증금 3만원을 내고 지급받은 배달용 헬멧을 착용했다. 기자들이 배달을 체험하는 경우 배달의민족의 전기자전거가 제공된다. 일반 자전거보다는 배달이 수월했다.

도처가 경쟁자…‘콜’ 잡아라

배달의 시작은 ‘콜 잡기’다. 음식점은 주문이 들어오면 배달을 요청한다. 배달의민족은 동선, 배달시간 등을 고려해 인근 배민커넥트 라이더에게 일시에 ‘추천배차’를 띄워준다. 먼저 클릭하는 사람이 임자다.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배민커넥트 라이더는 ‘배민라이더스’보다 15초 먼저 배차 요청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배달 여부는 빨리 결정해야 한다. 시간 제한이 있기 때문에 꾸물거리면 배차는 다른 라이더에게 넘어간다. 도처의 라이더가 경쟁자다.

| 오후 5시반, 식사 시간 전이라 추천배차가 드문드문 올라오고 있었다.

합정역 근처에서 ‘콜’을 기다렸다. 마포구 일대 일일 주문량(일반주문 외)은 6500건 정도. 배달 물량은 충분한 지역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알림을 보고 들어가도 배차가 없어 당황했다. 그 잠깐 사이 누군가 콜을 잡은 거였다. 아예 앱을 켜놓고 기다렸다. 이때는 배차를 잡고도 위치와 소요시간을 살피다 기회를 날렸다. 초보자가 헤매는 탓인지 최근 배달의민족은 계약일로부터 15일 동안 라이더에게 단독 추천배차를 제공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아무 배차나 바로 잡기로 결심했다. 추천배차가 뜨자마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수락 버튼을 눌렀다. 첫 배달이 시작됐다.

30분, 제한시간의 압박

배달 필수품은 ‘지도’다. 라이더는 가게까지 도착하는 시간과 가게가 음식을 조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서 이동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학가 떡볶이집까지 도착 예상시간이 약 15분이고, 가게 조리시간이 10분 정도라면 이 시간에 맞춰 음식점에 ‘조리 요청’을 넣는 식이다.

배민커넥트는 별도의 지도 앱을 내려 받으라고 당부하고 있다. 앱 내 지도가 제 기능을 못해서다. 이 때문에 음식점 주소를 확인하고, 다른 앱에 옮기고, 경로대로 이동했다. 중간중간 배민커넥트 앱에서 시간을 확인해야 했다.

떡볶이집 앞에서 ‘가게 도착’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5분후, 10분후, 15분후, 20분후 표시가 떴다. 배달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을 알려 달라는 요청이었다. 지도에서는 6분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나왔다. 넉넉잡아 15분을 입력했다. 잘한 일이었다. 아파트 단지를 헤매는 데 시간을 다 썼다. ‘아기가 자고 있으니 벨을 누르지 말아 달라’는 요청에 따라 배달음식을 문 앞에 뒀다. 아차. 사진을 촬영해 보내야 했다. 도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아, 시간 아깝다…’ 배달을 마치고 숨 돌릴 새 없이 바로 다음 배달을 수락했다.

두 번째로 간 마라탕 가게는 입을 열기도 전에 점원이 먼저 보곤 손짓을 했다. 의자에 앉아 기다리라는 수신호였다. 문 옆에 마련된 대기석에 엉덩이를 붙였다. 약속된 조리 시간을 넘겼는데도 마라탕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저기, 얼마나 더 걸려요?” 그릇을 치우는 점원을 붙들고 물었다. “얼마짜리예요?” “3만4500원이요.” “아, 그거는 금방 나와요. 홀에 손님이 많아서 그래요.” 자전거나 전동킥보드로 배달할 때는 조리시간이 긴 배차를 피하는 편이 낫다. 노동시간은 늘어나는데 돈은 못 버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일이 손에 익으면 비슷한 경로에 있는 배차를 잡고 여러 건을 한번에 수행하는 ‘묶음 배달’도 한다고 한다.

다행히 2분 만에 마라탕이 나왔다. 국물이 담긴 통이 흔들리지 않도록 배달통 빈 공간에 신문지를 구겨 넣어 고정시켰다. 남은 시간 13분. 밤의 홍대는 인파로 북적였다. 사람들을 피할 재주가 없어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대충 지도를 보고 배달지로 내달렸다. 12분, 11분…. 시간이 가고 있었다. 자전거도로가 없는 길은 자전거 우선도로로 달렸다. 차가 많아 겁은 나는데, 빨리 배달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사람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 라이더가 하는 일은 단순하다. 가게로 출발하고, 배달음식을 픽업하고, 이를 주문자에게 전달하면 건당 배달료를 받는다. 그러나 이 같은 배달노동은 시간제한이 있어 일하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압박한다.

1만6650원어치 일

“공강 시간을 활용해 용돈도 벌어요.”, “퇴근길에 자전거로 운동 삼아 하고 있어요.” 광고한 대로 배민커넥트는 ‘자투리 노동’ 성격이 짙었다. 출퇴근 시간과 근무방식이 정해져 있지 않아 아무 때나 ‘로그인’하고 ‘로그아웃’하는 일자리. 누가 지시하지도 않고 눈치 볼 일도 없어 편했다.

이날 하루 동안 배민커넥트로 배달한 횟수는 총 네 번. 건당 5천원이다. 아직 운영 초기라 프로모션이 적용된 금액이다. 4건을 수행해 2만원을 벌었고, 여기서 산재보험료 3350원을 제하자 1만6650원이 남았다. 최저시급에도 못 미친다. 동시에 묶음배달로는 최저시급을 맞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만 혹사하면 되는 일이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매주 보험료를 받아 하루만 일하면 적은 돈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여러 날 출근해 배달을 많이 할수록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내달부터 배민커넥트 라이더들은 배달 건당 200원의 소프트웨어 이용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 배달료는 직선거리 500미터 기준 배달료 3천원(중부센터 기준)으로 바뀐다. 주문 수, 라이더 수, 거리구간, 날씨 등에 따라 추가 금액을 탄력 적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노동시간이 같아도 벌이는 매번 달라질 수 있다.

|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기자처럼 자전거, 전동킥보드로 배달을 하는 경우에는 쉽지 않아 보였다.

잠깐 배달하다 사고 나면 어쩌나

우려되는 지점은 배민커넥트 라이더의 안전이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지난달 1일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18-24세 산재 사고 사망자의 45.8%가 배달사고로 사망했다.

2016-2018년 동안 발생한 27건의 사고 중에서 입사한 지 보름 안에 사망한 사례는 12건에 달했다. 3건은 입사 당일에, 다른 3건은 입사 이틀 만에 배달 도중 사망했다고 한다. 배달에 미숙할수록 사고 위험은 높을 수밖에 없다. 배민커넥트 라이더는 2시간이 채 안 되는 일회성 교육만 들으면 바로 배달에 뛰어들 수 있다.

배달의민족은 배민라이더스와 배민커넥트 라이더 전부 산업재해 보상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산재보험은 100% 가입돼 있으므로 배민커넥트 모든 라이더가 산재 처리된다”라고 말했다. 또 “배민커넥트 등 배달종사자는 모두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로 분류된다”라고 설명했다.

배달의민족은 이들이 모두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만 배달의민족의 말처럼 부업으로 일하는 경우에도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주평식 고용노동부 산재보상정책과 과장은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는 직종으로 보는 게 아니라 해당요건을 봐야 한다. 부업은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에 해당되지 않지만 임의가입으로 산재 보상 처리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현실적으로 주업과 부업을 가르기 애매한 경우가 많다. 현재 기준에서는 구멍이 발생할 수도 있다”라며 “임의가입이라면 배민커넥트를 시작할 때 배달의민족이 이를 안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오토바이는 시간제 이륜자동차 보험 등 운행 중 사고를 보장하는 운송보험이 마련돼 있으나 자전거·전동킥보드로 배달하는 경우는 이 같은 대비책이 따로 없다. 자전거·전동킥보드로 교통사고를 내면 전부 개인합의로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부소장은 “배달수단을 라이더 자율에 맡기고 있는데, 정작 보호가 되지 않는다면 이는 일종의 방치”라며 “플랫폼을 위해 배달을 하다가 사고가 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대책을 안내하거나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