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써보니] ‘아이폰11’ 3종 세트 톺아보기

2019.11.20

아이폰이 쉬운 이름으로 돌아왔다. 전작의 모델명은 직관적이지 않았다. ‘아이폰XS’·’아이폰XS 맥스’·’아이폰XR’이라 쓰고 ‘아이폰텐에스’·’아이폰텐에스맥스’·’아이폰텐알’이라고 불러야 했다. ‘X’를 ‘엑스’로 읽는 순간 애플 골수팬들이 맞춤법 경찰처럼 등장해 시정을 요구했다. 그리고 마침내 아이폰은 근본 있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11, 일레븐, 십일. 익숙한 아라비아 숫자로.

하지만 하나도 둘도 아닌 세 가지 모델로 나오는 건 여전하다. 단일 모델로 나와도 불티나게 팔리던 영광의 시절과 달리 현재 스마트폰 시장이 녹록지 않은 탓이다. 애플은 가격을 달리한 다양한 라인업으로 여전히 불티나게 돈을 벌고 있지만 이용자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과거엔 아이폰이냐 갤럭시냐 이지선다 문제만 풀면 됐지만, 이제는 세 가지 선택지가 추가로 주어진다. 11은 뭐고, 프로는 뭐고, 맥스는 또 뭐란 말인가.

‘아이폰11’ 3종 세트의 공통점

‘아이폰11’, ‘아이폰11 프로’, ‘아이폰11 프로 맥스’는 각각 ‘아이폰XR’, ‘아이폰XS’, ‘아이폰XS 맥스’의 뒤를 잇는 제품이다. 전반적인 제품 특성이 동일하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카메라와 화면, 가격 빼고 기본적인 성능은 같다. R이라는 이름을 떼면서 아이폰11은 보급형이라는 꼬리표도 같이 뗐지만, 프로 모델과 큰 성능 차이가 있을 것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프로세서는 세 제품 모두 ‘A13 바이오닉’이 탑재됐다. 이전 ‘A12’보다 CPU, GPU 성능이 최대 20% 빨라졌다. 새로운 머신러닝 가속기는 초당 1조 이상의 연산을 제공한다. 이번에는 메모리도 세 아이폰 모두 4GB다. 쉽게 말해 컴퓨팅 성능 때문에 뭘 살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 왼쪽이 아이폰XS, 오른쪽이 아이폰11 프로다. 전면 디자인은 거의 똑같다.

전면에 ‘페이스 아이디’를 지원하는 ‘트루뎁스 카메라’가 들어간 것도 동일하다. 전작보다 화소수가 700만 화소에서 1200만 화소로 늘었으며, 4K 촬영이 가능해졌다. 또 더 넓은 화각을 추가로 제공해 셀카봉 없이도 더 넓게 사진을 담아낼 수 있다. 페이스 아이디 속도나 인식 범위도 좀 더 개선됐다. 얼굴을 화면 안으로 욱여넣어야 하는 건 이전과 마찬가지지만.

세 모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디스플레이와 카메라다. 아이폰11은 6.1형 LCD 화면에 듀얼 카메라, 아이폰11 프로 시리즈는 5.8형과 6.5형 OLED 화면에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했다. 제품 크기는 아이폰11 프로, 아이폰11, 아이폰11 프로 맥스 순으로 커진다. 프로와 프로 맥스의 차이는 화면 크기, 배터리 말고는 없다.

OLED와 LCD 특성 차이

전반적인 화면 특성은 전작과 같다. OLED냐 LCD냐가 프로냐 일반 모델이냐를 가른다. 제품 전면만 놓고 봤을 때 XR과 11, 프로와 XS, 프로 맥스와 XS 맥스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애플 제품과 특성에 대해 달달 외우고 다니지는 않는다. OLED와 LCD에 대해 복습해보자. OLED와 LCD의 차이는 디스플레이 소자가 자체 발광하냐, 백라이트가 필요하냐에서 나타난다. 디스플레이 소재의 차이는 성능과 디자인에 영향을 미친다.

| (왼쪽부터) 아이폰11 프로, 아이폰11, 아이폰11 프로 맥스. OLED가 적용된 프로 모델이 검은색을 더 탁월하게 뽑아낸다.

우선, OLED는 백라이트가 필요 없기 때문에 명암비에 강점이 있다. 아이폰11 프로 시리즈의 명암비는 2000000:1 수준이다. 아이폰11은 1400:1이다. LCD는 백라이트 특성상 어두운색을 표현할 때 한계가 명확하다. 색을 표시하는 액정 패널과 빛을 내는 백라이트가 분리돼 있어 까만색이 온전히 까만색이 될 수 없다. 액정 뒤에서 빛이 새어 나오기 때문이다. 대신 OLED는 장시간 사용할 경우 화면에 잔상이나 얼룩이 남는 ‘번인(burn-in)’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백라이트 유무의 차이는 제품 두께와 화면 가공에도 영향을 미친다. LCD를 사용한 아이폰11은 프로 모델보다 두께가 더 두껍고 베젤도 더 넓다. 프로와 프로 맥스는 디스플레이를 기기와 연결하는 가장자리 모듈을 베젤 안쪽으로 말아 넣어 베젤을 줄였지만, 11은 LCD 특성상 같은 방식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왼쪽부터) 아이폰6S, 아이폰11, 아이폰11 프로, 아이폰11 프로 맥스

프로 모델은 전작보다 개선된 OLED가 적용됐다. 명암비는 두 배 늘었고,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 화면 최대 밝기도 625니트에서 800니트로 늘었다. 최대 밝기는 1200니트 수준이다. 반면, 11은 XR에 쓰였던 LCD를 재탕했다. 전작에서 아쉽다고 지적받은 해상도도 그대로다. 풀HD에 못 미치는 1792×828 수준의 해상도를 제공한다. 실제로 제품을 써봤을 때는 화면의 픽셀이 튄다거나 하는 느낌은 없다. 매의 눈으로 프로 모델과 나란히 놓고 봐야 약간의 차이를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다.

‘아이폰6S’ 이후 적용돼 온 3D 터치 기능은 세 아이폰 모두 빠졌다. 화면에 가해지는 압력을 감지해 3D 터치는 스마트폰에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생각만큼 사용자를 끌어들이지 못하며 결국 원가 절감을 위해 사라졌다.

트리플 카메라 VS 듀얼 카메라

카메라는 프로냐 아니냐를 가르는 가장 큰 분기점이다. 11은 1200만화소 표준 카메라(26mm, f1.8, OIS), 1200만화소 초광각 카메라(13mm, f2.4, 120도)를 갖췄다. 프로 모델은 여기에 1200만화소 망원 카메라(52mm, f2.0, OIS)를 추가했다. 정사각형의 모듈 위에 렌즈 3개가 삼각형으로 배치된 구조다. 인덕션을 연상시키는 익숙하지 않은 디자인 탓에 공개 직후 좋든 나쁘든 사람들의 시선을 끈 화제의 주인공이다. 망원 카메라의 유무 외에 나머지 성능은 같다.

이번 아이폰의 핵심 카메라 기능으로 꼽히는 야간모드, 딥퓨전 등도 동일하게 지원한다. 이 기능들은 컴퓨터를 이용한 사진 기법(computational photography)이다. 머신러닝을 활용한 이미지 처리 시스템을 통해 순간적으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 가장 좋은 사진 한 장을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사용자는 셔터 한번을 누르는 찰나의 순간에 말이다. 어두운 환경에서 작동하는 야간모드는 아이폰의 개선된 카메라 성능을 한눈에 확인시켜준다. 노이즈는 줄여주고 색상은 자연스럽게, 사진은 밝게 만들어준다. 야간모드는 아쉽게도 100% 포커스 픽셀을 제공하는 표준 카메라에서만 작동한다.

딥퓨전은 사진을 찍는 순간 9장의 사진을 분석해 사진을 픽셀 단위로 처리하고 사진의 질감과 디테일, 노이즈를 최적화해준다. 밝기가 균일한 일반적인 조명 환경에서 작동한다. 하지만 자동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비교군을 확인하기도, 성능을 체감하기도 힘들다. 명암대비가 큰 환경에서는 기존처럼 ‘스마트 HDR’이 작동한다.

프로 모델은 화각이 하나 더 추가된 덕분에 촬영의 폭을 더 넓힌다. 사진을 더 넓게, 멀리 있는 사물을 더 가깝게 찍어주는 다양한 카메라가 하나의 카메라처럼 일체감 있게 작동한다.

인물사진 모드를 구현하는 방식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아이폰11은 싱글 카메라로 인물사진 모드를 구현한 XR과 달리 듀얼 카메라를 활용한다. 카메라 두 개를 써서 깊이 정보를 파악해 배경과 피사체를 분리해 배경을 날려주고 인물을 돋보이게 해준다. 덕분에 소프트웨어적인 방식으로 인물사진 모드를 구현한 XR과 달리 사람 외에도 다양한 사물에 아웃포커싱 적용이 가능하다. 이 같은 기본 원리는 아이폰11과 프로 모두 같지만, 인물사진 모드에 활용되는 주 카메라가 다르다. 아이폰11은 표준, 프로는 망원 카메라를 활용해 인물사진 모드를 구현하기 때문에 카메라 특성에 따라 다른 결과물을 낸다.

가격이냐 확장성이냐

이 밖에도 방수 기능 등에서 프로 모델이 조금 더 앞선다. 애플의 설명에 따르면 배터리 성능도 아이폰11보다 프로가 1시간 더 오래 지속된다. 맥스는 11과 비교하면 3시간 더 간다. 전작에서는 XR이 XS보다 배터리가 오래갔지만, 이번에 프로 모델에서 극적인 배터리 개선이 이뤄지면서 11과 프로 간의 배터리 지속 시간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 애플은 아이폰11 프로가 XS보다 4시간, 맥스는 전작보다 5시간, 11은 XR보다 1시간 더 긴 배터리 사용 시간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 제품 모두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는 하루 정도는 충전 없이 버틸 수 있었다. 대신 프로 모델은 무게도 덩달아 늘었다.

소재의 차이도 있다. 아이폰11은 측면에 알루미늄 프레임, 프로 모델은 스테인리스 스틸 프레임을 적용했다. 두 제품 모두 앞뒤에 강화 유리 소재를 적용했지만, 마감 방식이 다르다. 프로 모델은 표면 질감을 살린 무광으로 마감됐다. 트리플 카메라 위치한 네모난 모듈부는 유광 마감됐다. 하나의 통짜 유리를 다르게 깎아 카메라 부분을 강조한 모습이다. 일반 모델은 반대다. 후면 전체는 유리 소재를 강조한 반짝이는 유광으로, 모듈부는 무광으로 마감됐다.

사실 가장 큰 차이는 가격이다. 아이폰11은 99만원부터, 프로와 프로 맥스는 각각 139만원, 155만원부터 시작한다. 프로 모델이 40만원 이상 비싸다.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차이에 매겨진 값이다. 이 차이에 매력을 느낀다면 프로, 더 큰 화면이 필요하다면 프로 맥스, 가성비를 따진다면 아이폰11이 답이다.

| 아이폰11과 프로 모델 모두 고속 충전을 지원하지만, 애플은 프로 모델에만 18W 충전기를 기본 구성품으로 넣어줬다.

프로 모델과 일반 모델의 차이를 느끼는 정도는 개인마다 편차가 크다. 폰으로 영상 편집이나 그래픽 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프로 모델의 디스플레이는 큰 차이를 빚어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HDR 영상 콘텐츠를 매일 보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스마트폰 스펙 자체가 상향 평준화된 탓에 90Hz 혹은 120Hz급의 주사율 개선이 없다면 디스플레이는 더 이상 큰 소구점이 되기 힘들어 보인다. 또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망원 카메라보다 초광각 카메라가 주는 효용성이 더 크게 느껴진다. 물론 ‘프로’라는 이름이 주는 이미지가 가성비 너머 당신의 지갑을 털어가겠지만. 아이폰은 세 가지 이름으로 돌아왔지만, 결국 아이폰은 아이폰이다.

spirittiger@bloter.net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기술을 바라봅니다. 디바이스와 게임,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