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사이버트럭’은 특별했다.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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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첫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Cybertruck) 공개 행사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전통적 콘셉트를 훨씬 뛰어넘는 디자인에 한눈 팔린 사이 창문 강도를 실험한다며 내리친 해머와 쇠공에 맞은 사이버트럭의 방탄 사양 유리가 부서졌다. 평소 테슬라의 기술과 디자인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기를 즐기는 일론 머스크는 체면을 구겼다. 의문이 생긴다. 테슬라는 고객과 약속한 2021년 사이버트럭 양산을 시작할 수 있을까. 방탄 기능의 창문이 부서지는 해프닝에도 공개한 지 나흘 만에 사이버트럭은 20만대라는 높은 선주문량을 기록했다.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뒤로 방탄 기능의 창문이 부서진 사이버트럭이 주차돼 있다.

테슬라는 11월2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호손의 테슬라 디자인스튜디오에서 사이버트럭 공개 행사를 열었다. 25분 동안 진행된 프레젠테이션에서 일론 머스크는 사이버트럭의 견고함에 대해 여러 번 강조했다. 포드 ‘F-150’과 GM ‘쉐보레 실버라도’ 같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경쟁 모델과 차별화되는 중요한 특징이다.

| 2021년 싱글 및 듀얼모터 모델의 양산이 시작된다.

사이버트럭은 스페이스X 로켓 선체에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스테인리스 합금으로 제작돼 9mm 권총 총격에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유리도 어쨌든 방탄 사양이다. 사이버트럭은 모터 규격에 따라 3가지 모델로 나온다. 3만9천달러 싱글모터 모델은 주행거리 250마일(402km) 견인능력 7500파운드(3.4톤), 4만9천달러 듀얼모터 모델은 주행거리 300마일(482km) 견인능력 1만파운드(4.5톤)이다. 2021년 생산이 시작된다. 1년 후 한 번 충전으로 500마일(805km) 주행 능력과 1만4천파운드(6.4톤) 견인능력을 갖춘 6만9900달러 삼중모터 최상급 모델이 출시된다. 1만4천파운드는 시판 픽업트럭 중에서 가장 뛰어난 괴물 수준의 견인 능력치다.

공개되지 않은 ‘사이버트럭’의 세부 사양

이날 행사에서 일론 머스크는 사이버트럭의 구체적인 사양은 공개하지 않았다. 우선 전통적 콘셉트를 훨씬 뛰어넘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디자인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 사다리꼴 디자인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오프로드 주행에 ​​중요한 차량과 노면이 닿는 각도에 대해선 말했지만, 전기차 주행능력과 밀접한 공기 역학에 대해선 별말이 없었다. 시동을 건 직후 3초 안에 시속 0-100킬로미터를 갈 수 있다고는 밝혔다.

또 최상급 모델의 삼중모터가 어떻게 구현되는지, 자율주행 시대를 한껏 앞당겼다는 극찬을 받는 ‘오토 파일럿’ 시스템은 구체적인 설명 없이 운전자에게 유용할 것이라고만 했다. 일론 머스크는 사이버트럭이 포드 F-150과 줄다리기 싸움에서 승리하는 영상을 보여줬지만 상대가 F-150과 등급 사양의 모델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 2017년 11월 전기트럭 ‘테슬라 세미’ 공개 행사를 되돌아보자. 일론 머스크는 당시 기존 트럭의 디자인을 탈피한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한 공기 역학 설계를 짚으며 테슬라 독자 고속 충전기 슈퍼차저에서 진화한 메가차저를 사용하면 30분 충전으로 400마일(644km)를 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4개의 강력한 모터는 따로 움직인다며 구동 시스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안전한 주행을 위한 자동 비상 제동, 자동 차선 유지, 전방 충돌 경고 등을 탑재하고 전면은 방탄유리에 버금가는 강화유리를 탑재한다고 했다. 스티어링 휠 양쪽에는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고 조작할 수 있는 2개의 대형 터치스크린 등 구체적인 엔지니어링과 디자인 설명을 깨알처럼 쏟아냈다.

‘쩍’ 소리와 부서진 유리

일론 머스크는 손대는 것마다 그 분야의 산업 지형을 바꾸고 있다.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 산업을 뒤흔드는 전기차에 대한 기대치를 훌쩍 올려놓았다. 다른 브랜드의 전기차 개발을 선동한 것도 일론 머스크의 업적이다. 그는 차곡차곡 업적을 쌓아가며 자신의 비전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시선들을 잠재웠다. 실제로 테슬라는 자동차의 모든 기능적인 측면을 재창조한 장난감 취급받던 전기차를 고급차로 변신시켰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서 일론 머스크는 포드의 슬로건인 ‘Built Ford Tough’를 언급하며 농담으로 시간을 보냈다. 투자자들도 감동이 없었던 것 같다. 공개 행사 다음날 테슬라의 주가는 6.14% 급락했다. 테슬라는 적어도 사이버트럭의 외관이나 (“깨지지 않는 유리”라는 설명과 달리 ‘쩍’ 소리와 함께 부서진) 유리의 소재 재검토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공개 행사에서 자세한 설명이 없었기에 제때 양산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모델3’를 떠올려보자. 테슬라는 ‘모델S’를 출시한 지 3년만에 SUV인 ‘모델X’를 내놨다. 2016년엔 가격을 낮춘 보급형 모델이자 ‘한 방’을 걸고 있는 모델3를 출시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정작 생산 차질로 출고는 지지부진하다. 테슬라는 차를 만들기 전 선주문 계약금을 받아 개발 및 생산 자금을 충당하는데, 모델3 주문자 다수가 돈을 맡기고 3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기다리는 중이다. 모델3가 주문자의 오랜 기다림을 ‘혁신’으로 만족하게 해줄지는 또 다른 문제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픽업트럭은 미국 자동차 판매량의 약 15%를 차지하고, 2009년 이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픽업트럭의 대표 주자인 포드 F-150은 미국에서 36년 연속 베스트셀러에 빛나는 매년 100만대 이상 판매된다. 더 중요한 사실은 픽업트럭은 큰 이윤을 안긴다는 점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GM은 픽업트럭 대당 평균 1만7천달러(2천만원)가량의 이윤(세전)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