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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니] ‘애플워치5’, 달라진 것은 단 하나

2019.12.09

애플의 ‘틀린그림찾기’가 계속되고 있다. 제품의 폼팩터는 그대로 두되 내부 성능에 변화를 주는 식이다. 세대가 바뀌어도 말이다. 여기에 전작과 차별화된 기능을 하나씩 더한다. 성능은 높이되 이전 폼팩터를 최대한 재활용해 비용을 낮추는 방식이다. 최근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이러한 기조를 따랐다. 사업적 계산이 앞섰겠지만, 제품의 하드웨어적 완성도에 대한 애플의 자신감도 엿보인다. 이미 완성된 그릇에 내용물만 새롭게 채워 넣는 모양새다. 이번 ‘애플워치’도 이런 방향성을 따른다. 애플워치의 다섯 번째 세대는 전작과 변함없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애플워치4+올웨이즈온=애플워치5

겉보기에 ‘애플워치 시리즈5’는 전작과 거의 똑같다. ‘틀린그림찾기’ 수준이다. 디자인적인 변화와 함께 성능 및 기능 개선을 동시에 준 ‘애플워치 시리즈4’와 달리 이번 애플워치의 변화 폭은 넓지 않다. 소소한 변화의 잔가지를 쳐내면 달라진 점은 하나다. 화면이 꺼지지 않는다. 드디어 애플워치에도 ‘올웨이즈온 디스플레이(AOD, Always On Display)’ 기능이 들어갔다. 다른 스마트워치들은 태생부터 지원해온 기능이다.

| 애플워치에도 올웨이즈온 기능이 들어갔다.

‘애플워치4’를 1년째 실사용하면서 가장 불편한 부분은 시계 본연의 기능을 못 하는 상황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시간 애플워치의 화면은 꺼져있다. 손목을 들어 올리거나 화면을 터치하거나 용두를 돌리지 않으면 시간을 확인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만원 버스나 전철에서 애플워치를 찬 방향의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있을 때 손목을 흘깃 봐도 어둠만이 나를 잠식한다. 결국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온몸을 비틀어 주머니 속의 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아니면 내 등을 스마트폰 거치대로 삼고 있는 타인에게 시간을 물어보거나.

| 화면이 꺼져 있는 애플워치4의 모습

더 큰 문제는 업무상 미팅이 있을 때다. 명백히 내가 시간을 보고 있다는 행동을 해야만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곁눈질로 시간을 볼 수 없다는 점은 비즈니스맨의 시계로써 실격이다. 자전거를 탈 때도 한 손 잡기라는 고급 기술을 연마하지 않으면 시간을 확인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이번 애플워치5의 올웨이즈온 기능은 사용자경험의 전반을 바꿔놓을 한줄기 빛과 같은 기능이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화면 상시 켜짐+배터리, 두 마리 토끼 잡았다

그렇다면 애플은 왜 이제서야 올웨이즈온을 들고나왔을까. 이유는 하나다. 이제서야 자신들의 기준을 충족시킬 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명멸한 수많은 스마트워치들은 올웨이즈온을 기본으로 탑재했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공존했다. 올웨이즈온 기능이 배터리를 갉아 먹는다는 점이다. 화면을 지속해서 켜놓기 때문에 ‘배터리 광탈’ 현상이 발생한다. 스마트워치는 시계 역할은커녕 손목 위 납덩어리에 불과해진다.

애플은 초절전 LTPO 디스플레이와 새롭게 적용된 전력 관리 모듈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Low Temperature Poly-silicon and Oxide의 약자이자 우리말로 저온폴리실리콘산화물을 뜻하는 LTPO 디스플레이는 OLED의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도록 애플이 개발한 기술이다. OLED의 후면판으로 기능하며, 애플워치4와 5에 적용됐다. 애플워치5는 화면 재생률을 제어할 수 있는 칩을 추가 적용해 애플워치를 사용하지 않을 때 화면 재생률을 60Hz에서 1Hz까지 떨어트리는 방식으로 전력 효율을 높여 올웨이즈온 기능을 구현했다.

여기에 새로운 저전력 드라이버, 초고효율 전원 관리 시스템, 새로운 주변광 센서가 함께 유기적으로 작용한다. 또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화면에 표시되는 정보들이 최소화된다. 색이 들어간 워치페이스는 검은색 위주로 바뀐다. 예를 들어 숫자가 크게 표시된 워치페이스는 숫자를 가득 채운 색을 테두리만 남기고 빼버린다. 초침이 움직이는 워치페이스에서는 초침이 사라진다. 앱 실행 화면은 비활성화 상태에서 디지털시계 화면으로 대체된다. 전체적으로 화면 밝기도 낮아진다.

이를 통해 화면이 계속 켜진 상태에서도 배터리 시간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애플에 따르면 올웨이즈온 기능을 켠 상태에서 배터리는 최대 18시간까지 유지된다. 실제로 애플워치4와 비교했을 때 기기 사용 시간이 크게 뒤떨어지지 않았다. 어찌 됐든 애플워치는 매일 번거로운 충전이 필요한 건 똑같다. 배터리 사용 시간의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 앱 사용 중 비활성화 상태로 바뀌면 디지털 시계가 나온다.

소소한 변화들

이 밖에도 나침반이 내장됐다. 나침반 앱이나 지도 앱을 통해 사용자가 서 있는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고도, 위도, 경도, 경사까지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나침반 기능의 쓰임새는 아직 크지 않다.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지 않다. 숭례문이 왜 남대문이라는 불리는지 지명의 의미와 유래를 되새길 수 있는 정도다.

| 남대문은 서울 도성 남쪽에 있다.

또 셀룰러 모델에서 LTE 대역도 넓어졌다. 이를 통해 해외에서도 긴급 구조 요청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측면 버튼을 길게 누르면 해당 국가의 ‘119’에 연결해주는 식이다. 케이스 소재도 늘었다.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와 더불어 세라믹, 티타늄 모델이 추가됐다.

나머지는 애플워치4 리뷰를 찾아보면 된다. 소음 측정 기능, 생리 주기 추적, 계산기, 음성 메모 등 새롭게 추가된 기능은 ‘워치OS 6’ 업데이트를 통해 이전 모델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단, 소음 측정 기능은 ‘애플워치3’에서는 지원하지 않는다. 애플워치4에서 처음 적용된 정밀한 심박 측정이 가능한 ‘심전도(ECG)’ 기능은 여전히 국내에서 그림의 떡이다. 셀룰러 모델의 아이폰 종속적인 한계도 똑같다. 여전히 ‘카톡’은 불안정하다.

애플워치5는 전면적인 변화를 내세웠던 전작과 달리 변화의 폭이 좁은 제품이다. 새로운 제품을 만지는 재미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의 카테고리는 변화가 더딘 완성된 제품 경험을 제공한다. 애플워치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달라진 것은 단 하나다. 하지만 때론 달라진 기능 하나가 전체 사용자 경험을 좌우하기도 한다. 꺼지지 않는 애플워치5가 그렇다.

장점

  • 꺼지지 않는 화면
  • 워치OS의 탁월한 사용성
  • 전작과 마찬가지로 완성도 높은 디자인

단점

  • 늘지 않은 배터리
  • 디지털 족쇄
  • 전작과 마찬가지인 디자인

추천 대상

업무 미팅 중 시간 확인이 힘들었던 애플워치 이용자

spirittiger@bloter.net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기술을 바라봅니다. 디바이스와 게임,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