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먼트2.0, 참여와 개방이 ‘항로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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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으로 인해 어플이 막 인기를 얻고 있던 시기, 고등학생이었던 유주완군은 ‘서울버스'(Seoul Bus)라는 아이폰 응용프로그램(앱)을 만들어 보급했다. 그러나 12월말, 경기도에서 갑자기 서비스를 중단시켰다. 경기도의 해명내용 중 핵심은 ‘공공’ 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미디어의 관심이 점점 커지면서 결국 경기도는 서비스를 재개했다. 이로 인해 공공정보의 공개에 대한 관심이 환기됐다. 이렇게 이어진 관심은 세계 각국의 정부에서 추진중인 ‘거버먼트2.0’에까지 미치게 됐다.

거버먼트2.0은 해외에서 바람직한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곳은 호주다. 호주는 정부와 민간이 섞여 ‘거버먼트2.0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정부에 직접적인 자문 역할을 하면서 거버먼트2.0의 가장 핵심인 소통과 참여를 가장 잘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Gov2.0 TF report

호주의 태스크포스팀에서 이 과정들을 모아놓은 보고서(http://www.finance.gov.au/publications/gov20taskforcereport/index.html)를 발간했다.단순한 결과물이 아닌, 그 과정을 상세히 서술한 보고서라서 더욱 의미가 있다.

2010년 2월. 거버먼트2.0의 좋은 사례들을 찾고 있었던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의 자원활동가들은 이 보고서를 번역해서 많은 사람들이 호주의 모범적인 사례를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자원활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관심있는 사람들을 구글 그룹스를 통해 끌어모았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이 보고서의 각 챕터를 나눠 번역을 시작했다.

이렇게 번역된 글은 원하는 사람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CCL을 적용해 공개됐다. 그러나 조각조각 나뉜 듯한 느낌이 든 번역물을 사용하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이에 번역 때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김보라미 변호사가 이를 책으로 출판하기를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책을 내기까지의 과정 역시 관심있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항상 오픈돼 있는 환경에서 진행됐다. 번역물의 전체적인 흐름을 매끄럽게 다듬고, 단순히 호주 보고서를 번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참고할 만 한 국내외 사례를 덧붙여 더 풍성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에서 거버먼트2.0 관련 인물 인터뷰를 추가해 현재 모습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명해 볼 수 있는 보고서를 내는 것이 목표다. 이 프로젝트는 관심있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항상 열려 있다. (http://gov20.kr)

gov2.0.kr blog

최근 여기저기서 거버먼트2.0이라는 외침이 들려오고 있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전자정부’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발견하곤 한다. 거버먼트2.0은 웹2.0의 핵심인 ‘소통, 참여, 오픈’이 전자정부에 녹아들어가야 비로소 탄생하게 된다.

기존 전자정부는 ‘Vending Machine Government'(자동판매기 정부)라는 별칭으로 요약된다. 시민은 정부가 잘 준비해놓은 자판기 메뉴에서 냉커피를 먹을지 따뜻한 커피를 먹을지를 고를 수 있었다. 그러나 거버먼트2.0은 자판기에서 제공하는 메뉴에서 고르는 것이 아니라 재료만 제공하면 시민들이 먹고 싶은 커피를 만들어 먹겠다는 것이다. 거버먼트2.0에서 정부의 역할은 재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말하는 플랫폼, 플랫폼이 바로 이런 역할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거버먼트2.0의 좋은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거버먼트2.0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정부기관도 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주변 몇몇 나라보다 늦었다고 해서 소란을 떨며 서둘러 갈 필요는 없다. 빨리 가는 것보다 제 길로 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소통, 참여, 오픈’의 가치를 잘 녹여서 진정한 거버먼트2.0이 실현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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