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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굿즈로…” 종이・인터넷 넘나드는 인터랙티브 뉴스의 미래

2019.12.31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 지난달 21일 <경향신문>은 사망한 노동자 1200명의 이름으로 1면을 채웠다. 노동자의 이름 옆에는 사망 원인을 적었다. 떨어짐, 끼임, 깔림·뒤집힘, 부딪힘, 물체에 맞음…. 온라인으로 가면 사망은 더 뚜렷한 형태로 다가온다. 스크롤을 내림과 동시에 1692명을 뜻하는 재해자 아이콘이 추락하듯 표시된다. 인터랙티브 사이트에 기록된 1692명의 죽음은 사고 유형과 개요, 재해 날짜, 재해자가 계약한 회사, 행정조치, 연령대와 함께 나타냈다.

반향은 컸다. 정치·노동계는 보도가 나온 이후 잇따라 논평을 냈다. 황경상 경향신문 뉴콘텐츠팀 기자는 노동자의 죽음이 단편 보도되고 잊혀지는 현실을 보면서, 중대재해 보고를 ‘산업재해 아카이브’로 재구성하기로 했다. 흩어진 죽음을 ‘덩어리’로 만들면 무게가 실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위험한 공권력(fatal force)’ 보도에서 실마리를 얻었다. 이 매체가 만든 인터랙티브 사이트에는 미국에서 경찰에 의해 살해된 사람들이 기록돼 있다.

황경상 기자를 포함해 이번 기사 기획 및 제작에 참여한 전원은 모두 디지털부서인 뉴콘텐츠팀, 모바일팀 소속이다. 경향신문은 2011년 온·오프라인 통합 뉴스룸을 만들면서 ‘인터랙티브 팀’을 만들었다. 미래기획팀, 미디어기획팀 등의 이름을 거쳐 현재의 뉴콘텐츠팀이 됐다. 팀이 하는 일은 다양하지만 중요한 일중 하나가 인터랙티브 기사다. ‘아파트 노동’, ‘나는 어떤 독립운동가였을까?’등의 인터랙티브 기사들 역시 이 팀에서 만들었다.

김유진 경향신문 뉴콘텐츠팀 디자이너는 “인터랙티브 기사를 제작하는 데는 기본적으로 2주 이상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한달 뒤에 나가도 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그래서 뉴스 가치를 무엇보다 중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잘 나갔던 인터랙티브 기사, 지금은

2012년 <뉴욕타임즈>는 ‘스노우폴’(snowfall)로 인터랙티브 기사의 한 획을 그었다. 인터랙티브 기사는 텍스트에 그래픽, 사진, 동영상 등을 통합 편집한 형태의 뉴스 콘텐츠다. 스크롤, 클릭, 링크 등 독자의 행위에 반응해 움직이는 웹 페이지를 구현한다. 당시에는 파격적인 형식이었다. 이후 수많은 언론사가 인터랙티브 기사를 쏟아냈고 제2, 제3, 제4의 스노우폴이 등장했다. 인터랙티브 기사는 유행이 지난 지 오래다.

| 인터랙티브 사이트에서는 사고 관련 기록을 더 상세히 읽어볼 수 있다. 뉴콘텐츠팀은 개별 노동자의  사망 당시 상황은 재해조사 의견서에 첨부된 상황도를 캡처해 일일이 붙였다.

| 중대재해 보고가 기록된 PDF 파일을 데이터셋으로 만드는 데만 모바일・뉴콘텐츠팀에서 별도로 구성한 5명의 팀원이 한 달 반을 매달렸다. 김지환 모바일팀 기자는 “자료를 찾고 모으느라 애를 먹었다. 그나마도 빠진 게 많았다. 저널리즘의 질은 투명성과 맞물려 있다고 본다. 공공데이터를 많은 언론이 활용하도록 정부 차원에서 이를 열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아름 뉴콘텐츠팀 기획자는 인터랙티브 형식으로 표현했을 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본다. 이 기획자는 “어떤 이야기는 글로 쓰는 게 낫고, 어떤 이야기는 글이 아닌 형태로 표현하는 것이 낫다”라며 “인터랙티브는 글과 글이 아닌 것, 그 중간에 있다. 톺아보지 않아도 확 와 닿을 때가 있는 종이신문 1면처럼 인터랙티브도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터랙티브 기사의 장점은 명확하다. 시각화를 통해 독자의 이해도를 높이고, 흥미를 유발한다. 메시지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다만 제작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투자자본수익률(ROI·Return On Investment)은 보장되지 않는다. 일단 독자의 ‘클릭’을 유도하기가 어렵다. 플랫폼 자체의 한계도 있다. 독자는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몰려 있지만 포털은 이 같은 기사 형식을 지원하지 않는다. 김유진 경향신문 뉴콘텐츠팀 디자이너는 “인터랙티브 기사의 문제는 걸 수 있는 플랫폼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매체들은 인터랙티브 기사를 내놓으면서 ‘공유’에 곁점을 찍는 사례가 많다. 확산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기 위해서다.

| SNS에서 인기를 끌었던 콘텐츠다.

| 딱딱한 기사보다 정보 전달에 효과적일 수 있다.

“뉴스는 거의 다 포털사이트에서 소비되는데, 포털에 걸 수가 없어요. SNS와 웹 페이지가 채널의 전부입니다. SNS로 뉴스를 보는 사람은 많이 줄었고, 웹페이지로 직접 유입되는 유저는 5% 정도예요.”

그러니 PV(Page View·사용자가 사이트 내 웹페이지를 열람한 횟수)를 올리기는 어렵다. ‘가성비’ 떨어지는 인터랙티브 기사를 품 들여 생산하는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황 기자는 “가성비는 안 나오지만 매체만의 ‘오리지날 콘텐츠’”라고 말했다. 매체 브랜딩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어 “수익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 작업이 가진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보도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들인 기사를 독자에게 내놓는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그는 “인터랙티브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다. 결국 가치 있는 일을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인터랙티브 기사의 위기보다는 저널리즘의 위기라고 봅니다. 사람들이 안 보면 어쩔 수 없지만, 안 만들 수는 없는 거죠.”

종이신문의 소장품화

기사가 더 많은 독자에게 닿는 방법. 모든 언론사가 고민하는 부분이지만 뉴콘텐츠팀이 짊어진 무게는 더 무겁다. “바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지 못하면 콘텐츠가 그대로 죽으니까요. 지면이라도 나가면 누구라도 보는데, 누가 안 보면 디지털 콘텐츠는 그대로 죽는 거죠.(김유진 디자이너)”

이아름 기획자는 “어느 순간 ‘현타’가 왔다”라고 고백했다. “온라인이 갖는, 그 어디에도 실존하지 않는다는 특성이 아쉬워졌어요. ‘물성’이 있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기억되는 건 온라인보다 종이가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었고요.” 이때 지면이 눈에 들어왔다. 종이신문을 소장용 ‘굿즈’처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지난해 ‘랭면의 취향’이 시작이었다. 평양냉면집 30곳을 정리했고 육수, 면발, 고명, 그릇에서부터 염도와 당도까지 측정해 인포그래픽으로 구성했다. 온라인판에서는 육수, 고명, 당도, 염도를 선택하면 취향에 맞는 냉면 맛집을 추천해줬다. 온·오프라인 연계는 성공적이었다. 이 기획자는 “지면과 온라인을 같이 가져가면 시너지가 있을 거 같았다. 아무데도 하지 않던, 지면을 활용하는 것으로 (디지털의) 돌파구를 찾았다”라고 말했다.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를 1면에 내건 것도 연장선상에 있었다.

이 같은 시도는 뉴콘텐츠팀이 편집국 안에 있어 가능했다. 황 기자는 “다른 매체들은 콘텐츠 관련 팀이 편집국이 아니라 디지털국에 속해 있어 서로 분리된 경우가 대다수다. 이런 환경에서는 서로 협업을 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인터랙티브 기사를 포함한 뉴콘텐츠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까. 이아름 기획자는 “답은 못 찾고 실험 중이다. 이대로 가다보면 수식이 나오지 않을까 싶지만 어쩌면 아무도 안 푸는 문제일 수도 있다”라며 “앞으로는 수익도 창출해보고 싶다. 우선은 데이터를 강화한 콘텐츠를 많이 시도해보려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