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정리

“진가를 증명할 때, 2020 주목되는 컴퓨팅 트렌드”

2020.01.02

2018년까지만 해도 데스크톱 CPU 시장의 80%는 인텔 몫이었다. 작년 이 흐름에 균열이 생겼다. AMD가 2017년 3월 공개한 ‘라이젠’ 칩이 진가를 증명하면서다. 지난해 7월 인텔에 앞서 최초로 7나노 공정을 적용한 3세대 라이젠이 출시되고 나서 라이젠 매직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했다. 한국과 독일 등 일부 시장에서는 인텔을 넘어섰다. 2000년대 중반 인텔의 일방적 승리로 일단락됐던 두 CPU 기업의 새로운 전쟁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2차 CPU 전쟁

라이젠 칩이 주목받는 시장은 고성능 게이밍 PC다. 모든 것을 성능으로 말하는 ‘알짜’ 영역이다. 각종 부품의 마지막 한 방울 성능까지 짜내는 게이머들은 일찌감치 라이젠에 주목했다. 성능 개선은 더디고 가격은 계속 오르는 인텔에 대한 실망도 한몫을 했다.

| 젠 아키텍처의 AMD 라이젠

‘젠’이라는 확장성이 뛰어난 새 아키텍처 기반의 라이젠은 고성능 제품에 목마른 게이머들 사이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라이젠 1세대 출시 당시 경쟁사는 4코어 수준이었다. AMD는 최고급 라이젠7을 전면에 내세웠고 멀티태스킹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8코어, 16스레드의 사양을 갖춘 1세대 라이젠7은 당시 8코어짜리 인텔 익스트림 에디션보다 500달러 저렴해 가격에서도 만족도가 높았다. 인텔에 앞서 7나노 공정을 적용한 3세대 라이젠을 출시한 AMD는 이제 성능과 가격 측면에서 모두 1위 인텔을 추월했다. 인텔은 10나노에 멈춰 있다. 3세대 라이젠 고성능 모델은 16코어 ‘라이젠9 3950X’, 24코어 ‘라이젠 스레드리퍼 3960X’, 32코어 ‘라이젠 스레드리퍼 3970X’ 3종이다.

물론 인텔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작년 10월 데스크톱 PC용 최상위 모델로 ‘코어i9-9900KS’를 출시했다. 락이 해제된 이 CPU는 4.7GHz에 머물러있던 최대 동작 클록을 5GHz까지 올려놨다. 8코어의 코어 i9-9900K는 기본 동작 클록이 3.6GHz이며 터보 부스트 활성화 시 1개 또는 2개의 코어가 5GHz로 작동하는데, 코어 i9-9900KS는 8개 코어 모두 5GHz로 작동된다. 비싼 가격에도 성능을 최우선으로 하는 프로슈머 사용자들은 여전히 인텔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CPU 시장은 매우 흥미로울 것 같다. 사용자 입장에서 2인자의 절치부심은 언제나 반가운 현상이다. AMD가 라이젠 칩으로 부활해 다시 인텔과 치열한 CPU 경쟁을 예고하면서 제품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가격도 전반적으로 내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텔은 언제? PCIe 4.0 SSD

작년 스토리지 시장에서 주목되는 기술적 발전은 PCIe 4.0 SSD의 등장이다. PCIe 인터페이스의 최신 버전인 PCIe 4.0은 PCIe 3.0과 비교해 기본적으로 처리량이 두 배 더 높다. 따라서 SSD에 이 기술이 적용되면 최대 대역폭은 8GB/s에 이른다.

소비자는 현재 유일한 PCIe 4.0 지원 칩인 AMD X570 메인보드 환경에서 PCIe 4.0 SSD를 결합해 비약적인 성능 향상을 경험할 수 있다. 대만 메인보드 제조사 기가바이트는 지난해 7월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PCIe 4.0 SSD가 단독으로 5GBps의 읽기, 4.4GBps의 쓰기 속도를 내는 성능 시연을 한 바 있다. 기존의 가장 빠른 PCIe 3.0 SSD보다 약 40% 더 높은 읽기 성능이다.

삼성전자도 PCIe 4.0 기반의 NVMe SSD ‘PM1733’ 라인업 양산을 시작해 PCIe 4.0 인터페이스 시장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PM1733은 PCIe 4.0을 지원해 NVMe SSD(카드 타입)에서 연속 읽기 8000MB/s, 임의 읽기 1500000 IOPS(초당 입출력 작업 처리 속도)를 구현한다. RAID 0으로 구성하면 더욱 가공할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 씨게이트 ‘파이어쿠다 520 M.2 2280 SSD’

씨게이트는 파이어쿠다 라인업에 ‘520 M.2 2280 SSD’를 추가했다. 500GB, 1TB 및 2TB 용량으로 제공되며 AMD X570 칩셋과 플러그 앤 플레이 방식으로 호환돼 높은 성능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PCIe 3.0 장치와 역 호환되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인텔은 아직 PCIe 4.0 지원 칩을 비롯한 제반 환경을 갖추지 못했다. PCIe 5.0이 예상보다 빠르게 나온다고 가정한다면 인텔이 AMD보다 앞서기 위해 도입을 서두른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인텔의 현재 최신 제품은 PCIe 3.0 기반이다.

혼란의 시기를 잠재워라, USB4

PC는 영상과 음성 입출력 데이터 전송에 사용되는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갖춘다. 이 같은 인터페이스는 해를 거듭하며 진화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올해 주목해야 할 것은 USB(Universal Serial Bus)다. 최근 USB 타입C 단자와 썬더볼트3 보급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고 최신 버전 ‘USB4’ 사양이 공개됐다.

| USB4는 썬더볼트3를 통합하고 USB 타입C 형태로 나온다.

USB4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USB와 썬더볼트의 결합이다. 경쟁 관계의 USB와 썬더볼트3가 한 지붕 가족이 된 거다. 썬더볼트3는 초당 40Gbps 속도로 데이터를 보낸다. 4K 영화 한 편을 약 30초 만에 전송할 수 있다. USB 3.1의 4배다. 썬더볼트3 단자는 데이터 전송과 함께 충전 기능을 한다. 아이폰을 훨씬 더 빠르게 충전할 수 있다. 기본 5W 어댑터보다 최대 2배 정도 빠르게 완충된다. 또 노트북 충전과 모니터 연결이 케이블 하나로 해결된다.

더군다나 USB4는 여려 규격이 난립하는 기존 USB 표준을 통합하는 기술적인 관점에서도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USB4는 USB 타입C와 동일한 폼팩터를 사용하며, USB 3.2, USB 2.0, 썬더볼트와 하위 호환성도 제공한다. USB4는 인터페이스를 통일해 어지러운 케이블과 포트를 없앨 수 있어 노트북 사용자부터 서버 관리자까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 물론 USB4가 PC에서 확산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USB 3.0이 PC에 탑재되는 데도 몇 해가 걸렸다.

고성능 노트북부터…와이파이6

와이파이6(802.11ax)라는 새 표준이 와이파이 성능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10월16일 와이파이 표준 단체인 와이파이 얼라이언스는 와이파이6 인증 프로그램을 가동했고, 와이파이6를 지원하는 칩과 기기도 하반기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와이파이6는 2.4GHz와 5GHz 대역을 지원하고 이론상 최대 속도는 9.6Gbps다. 직전 와이파이5(802.11ac)의 3배다. 동시에 최대 8개의 다른 와이파이 기기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개선된 MU(Multi-user)-MIMO를 이용하면 네트워크의 처리량을 크게 높일 수 있으며 진정한 고밀도 네트워크의 토대가 될 수 있다. 와이파이4와 5도 MU-MIMO를 지원하지만 다운링크 무선 연결만 지원해 한계가 있었다. 와이파이5 공유기는 최대 4대의 기기에 데이터를 보낼 수 있지만, 기기가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확인하기 위해 일일이 통신해야 하고, 이에 따른 입력 지연이 발생한다.

| 작년 하반기부터 공유기를 포함해 와이파이6 기기가 출시되고 있다.

와이파이6 대중화에 인텔이 가장 적극적이다. 2019년 4월 와이파이6과 블루투스5 콤보 모듈 ‘와이파이6 AX200’를 공개한 인텔은 10세대 코어 프로세서(아이스레이크, 코멧레이크)에 와이파이6 베이스 밴드를 통합해 RF 모듈(와이파이6 AX201)만 추가하면 와이파이6가 활성화되도록 했다. 게이밍 PC에서 채택률이 높은 무선랜 모듈 ‘킬러 와이파이6 AX1650’도 인텔 칩이다. 인텔은 라우터용 와이파이6 칩셋 ‘인텔 홈 와이파이 칩셋 WAV600’도 출시했다. 공유기를 포함해 올해 나오는 대부분의 고성능 노트북은 와이파이6를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OLED 패널의 새로운 활용

지난해부터 델 등 일부 제조사의 노트북 제품에 OLED 패널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델 XPS 15는 울트라샤프 4K OLED 패널이 적용돼 색동감 있는 색상과 완벽한 블랙 색상을 구현이 장점이다. 지난달 출시된 HP 스펙터X 360 13은 본체 대비 화면비가 90%나 되는 풀 스크린 OLED를 탑재했으며 노트북을 반으로 접으면 태블릿 PC로 활용이 가능하다. 메인 디스플레이는 아니지만 애플 맥북프로의 터치바도 OLED 디스플레이다. 이렇게 강렬한 임팩트의 노트북이나 투인원 제품 출시가 기대된다.

| 울트라샤프 4K OLED 패널을 채택한 2019년형 델 XPS 15

백라이트가 필요한 LCD와 달리 OLED 패널은 자체 발광을 해서 두께를 줄일 수 있을뿐더러 밝기와 명암 시야각 응답속도 같은 디스플레이 성능을 좌우하는 모든 특성이 뛰어나다. 곡면화도 비교적 수월하다. 상대적으로 비싸고 짧은 수명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 자료를 보면 글로벌 노트북용 OLED 패널 시장은 2018년 1천대 수준에 그쳤으나 지난해 7만1천대로 약 75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년 성장을 거듭해 2026년엔 126만대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기에도 OLED는 딱 맞는 디스플레이다. 특히 높은 해상도와 빠른 주사율이 필수적인 가상현실 헤드셋은 OLED의 장점을 십분 활용될 수 있다. 가상현실 헤드셋은 눈과의 근접성과 얇고 가벼운 폼팩터에 더불어 울렁거림을 방지하기 위해 1000ppi(인치당화소수) 이상의 해상도가 요구되는데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디스플레이는 OLED밖에 없다.

aspe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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