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CES2020] 비행택시부터 뇌파로 하는 게임까지…스타트업도 관심집중

2020.01.07

<라스베이거스(미국)=김인경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 가전·IT 전시회(CES)’는 각종 산업 분야를 아우르는 신기술 경연의 장이다. 세계 최대 규모 기술 행사로, 전세계 161개국 4천500개여사가 참가한다. 올해 예상 방문객 수만 약 18만명에 달할 정도다.

공식 개막을 이틀 앞둔 1월5일(현지시간), 미디어 및 산업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맛보기’격 사전행사인 ‘CES 언베일드 라스베가스(이하 언베일드)’가 열렸다. 전시에 참여하는 일부 부스를 미리 관람할 수 있는 자리다.

현장은 각국의 스타트업과 이를 취재하려는 취재진의 열기로 뜨거웠다. CES 주관사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이번 언베일드에는 200여개 업체가 참가했다. 부스를 둘러보는 데만 2시간여가 걸렸다.

뇌파로 게임, ‘플라잉 곤돌라’…실용적 아이디어도 많아

손 하나 까딱 않고 생각만으로 게임을 할 수 있을까. 프랑스 기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넥스트마인드는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뇌파 감지 웨어러블 기기를 내놨다. 넥스트마인드 관계자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사용해 뇌가 보내는 신호를 전자기기의 디지털 명령으로 실시간 변환한다고 설명했다.

부스에 관람객이 몰려들자 시드 쿠이드(Sid Kouide) 넥스트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증강현실(AR) 헤드셋을 쓰고 즉석 시연에 나섰다. 하지만 뇌로 마우스를 움직이고, 화면을 조작하는 데는 실패했다. 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중국 게임업계 관계자는 “우리도 내부에서 뇌 기반으로 움직임을 쫓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어 흥미롭게 지켜봤지만, 아직은 (기술이) 여물지 않은 것 같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비행택시를 준비하는 스타트업도 있었다. 일본의 2년차 스타트업 에어로넥스트(Aeronext)는 ‘플라잉 곤돌라’를 선보였다. 나츠코 이토 애어로넥스트 최고마케팅경영자(CMO)는 “미래에는 비행택시가 대세일 거라고 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법적인 문제가 많아 우선은 놀이공원 등 한정된 장소를 공략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실생활에서 도움이 될 만한 실용적인 기술을 들고 나온 스타트업도 유독 많이 보였다. 프랑스 스타트업 스마트 미믹은 자전거 및 물건 도난 방지용 센서를 개발했다. 자리를 비울 때 앱으로 보안장치를 켜두면 누군가 물건을 건드렸을 때 경보음이 크게 울린다. 클락순은 협업을 위한 솔루션을 개발했다. 솔루션을 구매하면 기기도 함께 제공되는데, 자주 쓰는 기능을 바로 실행할 수 있도록 단축키를 모아둔 제품이다.

첨단기술로 농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애그리테크(Agritech·농업과 기술의 합성어) 분야의 혁신도 눈에 띄었다. 대만 아그리토크는 센서로 데이터를 수집, 농장을 효율화한다. 토지에 따라 유형별로 맞춤화된 AI를 제공, 농작물의 질병 등을 예측한다. 이미 필리핀 바나나 농장 등에서 아그리토크의 기술이 쓰이고 있다. 펀링(Fung Ling NG) 아그리토크 공동창업자는 “전통적인 농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땅을 깊이 있게 분석해 제대로 된 스마트 농장을 만들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이외에도 헬스케어 및 웨어러블 기기들이 전시장의 한 축을 담당했다. △일본의 제노마는 센서를 달아 수면 상태, 일상생활의 움직임, 넘어짐 여부를 파악하는 스마트 잠옷을 선보였고 △미국의 인터랙손은 뇌파를 감지해 명상과 수면에 도움을 주는 머리띠를 내놨다.

반려동물을 위한 기술도 인기였다. △랭귀어리스(Langualess)는 센서를 달아 반려견의 심장 움직임을 확인, 기분이나 스트레스 상태 등을 알려주는 스마트 하네스로 이목을 끌었다. △펫케어는 반려견의 활동 및 행동을 감지하는 목걸이를 개발했다.

“한국에서 왔습니다”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KICK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CES2020에서 한국 스타트업은 200곳이 참가할 예정이다. 미국 343곳, 프랑스 240곳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규모다. 지난해 113곳이 CES에 참가한 것과 비교하면 77%나 늘었다. 언베일드 현장에서도 국내 스타트업들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휘어지는 배터리’를 개발한 국내 스타트업 리베스트(LiBEST)는 올해로 2년째 CES에 참가하고 있다. 이 회사가 만든 배터리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기를 비롯해 드론·스마트워치·넥밴드형 헤드셋 등에 적용 가능하다. 유연한 형태로,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리베스트 관계자는 “작년 CES에 나왔을 때 많은 업체들이 관심을 가져줬다. 쏟아지는 질문 사이에서 나아갈 방향이 보였다”라며 “세 번 이상 (제품을) 개선했다. 이번에 수요처를 잘 확보하는 게 우리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랩’ 출신 스타트업도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2017년 C랩에서 분사한 룰루랩은 언베일드에서 인공지능(AI)을 통한 사용자 맞춤형 뷰티 솔루션을 들고 나왔다. 거울처럼 생긴 ‘루미니 홈(LUMINI Home)’ 앞에 앉으면 피부를 분석해준다. LED 마스크를 세부적으로 추천해주고 증강현실(AR) 가이드로 피부 상태를 정밀하게 표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열 감지까지 가능하다. 작년 루미니로 CES 혁신상을 받은 룰루랩은 올해 루미니 홈으로 헬스&웰니스 부문 혁신상을 차지했다.

| 프링커 개발사 프링커코리아도 C랩 출신이다.

“얼마나 걸려요?” 프링커코리아의 타투 솔루션 ‘프링커’를 팔뚝에 대자, 단 1초 만에 큼지막한 해골 문신이 몸에 새겨졌다. 사실 프링커는 100% 색조 화장품 기반 잉크를 몸에 점사해 타투를 구현한다. 실제 문신이 아니기 때문에 통증도 없고, 하루 정도면 물에 씻겨진다. 이날 부스에는 ‘일일 문신’을 체험해보고자 하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디지털 재활 솔루션 기업 네오펙트도 언베일드에 부스를 차렸다. ‘스마트 밸런스’는 뇌졸중 환자가 리듬에 맞춰 움직이면서, 신경을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기기다. 미국 최초의 원격 재활치료 서비스 ‘커넥트’ 앱도 내놓으며 눈길을 끌었다.

CES 주최사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이하 CTA)는 2020년 ‘디지털 테라퓨틱스(Digital therapeutics·디지털 치료법)’이 각광을 받을 거라 전망한 바 있다. 김향중 네오펙트 최고정보책임자(CIO)는 “디지털 치료는 한 마디로 ‘콘텐츠도 약이 될 수 있다’는 개념”이라며 “디지털 소프트웨어도 치료효과가 있다는 것인데, FTA도 이를 인증해주기 시작했고 미국 보험업계에서도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