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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2020]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한국관’

2020.01.09

<라스베이거스(미국)=김인경 기자> 1월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국제 가전·IT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 Show)’ 현장. 개막과 동시에 샌즈 엑스포(Sands Expo)에 위치한 ‘유레카 파크’로 향했다.

유레카 파크에는 전세계 1200여개 스타트업이 모여 있다. “유레카(찾았다)!” 그 이름에 담긴 유래답게, 스타트업들은 각종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소개한다. 엉뚱한 아이디어도 있고,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실용적인 기술도 있다.  아무튼 스타트업들은 아이디어로 기회를 엿본다.

스타트업의 기술 열전이 벌어지던 유레카 파크는 해가 갈수록 ‘국가 대항전’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 나라별로 뭉쳐 유레카 파크에 출전, 자국 스타트업 홍보에 열을 올리는 추세다. 그러나 한국 전시관은 분위기가 좀 다르다. 지자체・기관별로 업체들 부스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보니, 한국 스타트업을 알릴 수 있는 통합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 KOREA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나라별로 “유레카!”…뭉쳐야 산다

유레카 파크 입구에 들어서면 프랑스의 ‘라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가 관람객을 맞는다.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스타트업들이 참가한 데다가 부스마다 프랑스의 상징인 ‘수탉’을 광고판처럼 달고 있어 시선이 간다.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다.  프랑스는 라 프렌치 테크로 프랑스 창업 생태계를 세계화하겠다는 목표를 품고 있다. ‘하나의 스타트업 국가(One startup nation)’를 만든 이유다.

| 프랑스의 ‘라 프렌치 테크’는 규모가 압도적이다.

네덜란드의 ‘오렌지 군단’은 덩치가 더 커졌다. 화려한 전시관은 아니었지만 각 부스에 국가의 상징인 오렌지색을 입혔다. 작년 와이파이(Wi-Fi) 비밀번호를 외치며 관람객의 걸음을 멈추게 했던 스위스관은 올해도 넓은 공간을 자랑했다. 눈에 띄는 네온등으로 전시관을 꾸몄고, 개별 부스는 바(Bar) 형태로 통일했다.

일본 전시관은 재팬・J-Startup으로 단순한 이름이 붙어 있었다. 안내 데스크에는 기모노를 두른 로봇을 배치, 관람객을 응대하도록 했다. 전시관 안에는 일본 스타트업인 그루브X의 반려로봇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외에도 대만관부터 이스라엘관, 홍콩관, 영국관, 이탈리아관 등이 유레카 파크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CES의 필수품은 ‘튼튼한 운동화’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 정도로 돌아다니는데 시간을 쏟게 된다는 의미다. 보도에 따르면 전체 전시관은 축구장 30여개 크기라고 한다. 이렇게 큰 전시회지만 전시일은 고작 3일이다. 그러니 꼼꼼히 살펴보기란 쉽지 않다. 유명하거나, 독특하거나, 규모가 큰 곳부터 가게 된다. 참고로 삼성전자는 수년째 CES에서 가장 넓은 규모의 전시관을 차리고 있다. 무명의 새싹 스타트업들이 관람객의 눈에 들려면 방법은 하나다. 뭉쳐야 산다. 유레카 파크에서 국가 대항전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다.

‘한국관’ 있는데 ‘서울관’ 따로

올해는 한국 스타트업들의 유레카 파크 진출도 크게 늘었다.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KICTA)에 따르면 스타트업 참가 규모는 작년 대비 70% 가까이 증가했다. CTA(미국소비자기술협회)에 따르면 국가별 스타트업 수는 미국(320), 프랑스(207), 한국(179), 대만·중국(66), 네덜란드(53) 순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프랑스의 뒷자리를 한국이 차지했다. 양적 성장을 체감했다. 여기를 가도 한국, 저기를 가도 한국이었다.

스타트업의 기술 수준도 높아졌다. 글만 입력하면 알아서 특정 목소리를 합성해주는 신기한 서비스(네오사피엔스)도 있었고, 별도의 장비 없이 전면 카메라로 사용자의 손동작을 인식해 쿼티 키보드 입력으로 전환해주는 기술(셀피타입)도 등장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기술력을 뽐냈다.

존재감은 작년보다 강해졌지만, 한국 스타트업이 뿔뿔이 흩어진 탓에 아쉬움은 남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의 ‘한국관(통합전시관)’에는 67개 업체가, 서울시가 별도로 마련한 ‘서울관’에는 20개 업체가 참가했다. 성남산업진흥원, 경기콘텐츠진흥원 등은 별도로 공동관을 만들었다.

익명을 요청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중앙정부, 지자체, 각종 협회 등이 워낙 다양한데 이들 모두 자신들이 (스타트업을) 지원했다는 점을 홍보하려 한다. 단일 브랜드(국가)로 합쳐서 나가면 (홍보가) 불가능해 몸을 합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관(통합전시관)은 작년보다 훨씬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다. 참가기업 수도 배로 늘었다. 다만, 유레카 파크 끝자락에 있어 아쉬움을 남겼다. 코트라 관계자는 “CTA는 참가 이력에 따라 자리를 배정해준다. 참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좋은 자리를 얻기 어렵기도 했고, 한쪽 면을 다 쓴다는 장점이 있어 맨 끝 자리를 택했다”라고 말했다.

| 서울관의 모습.

한국관은 처참했던 작년에 비해 나아진 모습이었다. 일부 기관과 합쳐 통합(?)전시관을 냈지만 여전히 개선점이 보였다. 우선 전시관 위치가 좋지 않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유레카 파크 한쪽 구석 자리를 채웠는데, 규모가 두 배로 커졌음에도 시선을 끌기 어려워 보였다. 대충 둘러 보고 나가는 관람객들은 한국관의 존재조차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서울관’은 유동인구가 많은 길목에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서울에만 무게를 둔 탓에 한국이 가려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관은 한국이라는 표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을 모르는 외국인들이 보면 한국 전시관임을 전혀 몰랐을 것”이라며 “(전시관이) 한국 사람들로만 붐비는 것 같기도 했다”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소위 VIP들이 따로, 또 수시로 방문하는 통에 전시보다 VIP에 신경이 쏠리는 점도 아쉬웠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코트라 담당자는 “코트라도 통합국가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임무가 있다. CES는 뭉쳐야 상승효과가 나는 전시회”라며 “전반적으로 통합관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는 하다. 한국에서 출전하는 거의 모든 기관들에게 (통합전시관과 관련해) 접촉하고 있지만, 통합에 어려움이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