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CEO 잭 도시가 본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의 미래

가 +
가 -

지난해말 SNS 서비스 트위터 CEO인 잭 도시는 블루스키이 이니셔티브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독립적인 탈중앙화 소셜 미디어 프로토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자리를 잡은 실리콘밸리 기업 CEO 중 대표적인 비트코인 애호가 중 1명인 잭 도시는 트위터가 블루스카이 이니셔티브의 첫 고객이 되겠다는 비전도 내놨다. 그의 발언 이후 트위터에는 단숨에 ‘#크립토트위터’ 해시태그가 봇물을 이뤘다.

트위터와 잭 도시 CEO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차세대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판도를 이끌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IDEO 산하 암호화폐 스타트업 투자 전문 회사인 IDEO코랩 벤처스 창업자이자 매니징 디렉터인 이안 리(Ian Lee)의 경우 블루스카이에 대해 3세대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모델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놔 눈길을 끈다. 기존에 추진됐던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직면했던 문제를 블루스카이 이니셔티브가 해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안 리 IDEO코랩벤처스 매니징 디렉터

그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얼핏보면 블루스카이는 2019년 3월 스퀘어가 스퀘어 크립토를 선보인 것, 2019년 6월 있었던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 발표와 유사하지만 보다 큰 반향을 일으켰다”라면서 “블루스카이가 새로운 엔터프라이즈 주도 블록체인을 개척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블루스카이에 대해 스폰서드 네트워크(Sponsored Networks)라는 이름까지 달아주면서 지금까지 기업들이 진행한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들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프라이빗 데이터베이스와 리버스 ICO 모델은 한계 노출

그에 따르면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은 지금까지 2세대까지 진화했다. 두 세대에 걸쳐 이런저런 시도들은 많았지만 ‘이거다’라고 할만한 사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1세대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의 경우 퍼미션드 데이터베이스에 초점이 맞춰졌다. 비트코인은 처음 나왔을때만 해도 대부분 기업들의 관심밖이었다.  2015년을 전후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비트코인이 아니라 블록체인’이라는 말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블록체인이라는 용어는 중량급 밈(meme)이 됐고, 다수 기업들의 관심 분야가 됐다. 기업 주도 블록체인 전략과 개념검증(Poc) 시도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같은 시도들에는 하나의 큰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기업들이 토큰과 탈중앙화가 없는 블록체인을 원했다는 것이었다.  이안 리는 “이같은 흐름이 2015년부터 2017년까지의 첫번째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파도를 대표한다”라면서 “하지만 최종 사용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네트워크는 아니었다. 한 회사에 의해 개발되고 통제되는 프라이빗 데이터베이스였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같은 접근은 회사 내부 운용 효율성을 향상하는 것이 목표였다. 반복을 줄이고 내부 프로세스를 간소화시키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것들은 블록체인의 속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미션들이었다.  이안 리는 “대부분의 사례들에서 직접 또는 쉐도우(숨어 있는) 비용은 예상되는 혜택을 초과했다”라고 전했다.

1세대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에서 의미있는 결과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도 남아 있고, 계속 성장하는 프로젝트들도 일부 있다. 피델리티 디지털 애셋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이안 리는 “대부분의 엔터프라이즈 1.0 실험과 PoC 프로젝트들은 작업에 들어간지 몇년 후 사라졌다. 야망, 사고방식, 디자인에서 충분히 대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1.0 시절, 대부분의 기업들이 몰랐던 것은 블록체인은  프로세스 효율성을 강화하거나 기업 내부 또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은 아니라는 것이었다”라며 “블록체인은 새로운 시장 인프라와 마켓플레이스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근본적으로 새로운 네트워크 기반 인센티브과 비즈니스 모델 공개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2017년들어 엔터프라이즈 1.0에 대한 확신이 시들시들해진 가운데,  또 하나의 새로운 흐름이 등장한다. 리버스 토큰화 또는 리버스 ICO도 불리는 것들이었다. 기업들이 블록체인 플랫폼을 직접 개발하지 않고도 토큰을 발행할 수 있는 이더리움 ERC20 같은 표준이 등장하면서 이더리움 기반 토큰 스타트업들과 ICO 프로젝트들이 쏟아졌다. 세상의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2017년 6월 초기 단계 스타트업들에서 ICO 기반 자금유치가 전통적인 벤처 투자 규모를 추월하면서 다수 기존 기업들도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이안 리는 “2017년 일부 기업들은 기존 비즈니스 확장 또는 성장을 목표로 사업을 토큰화하는데 블록체인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묻기 시작했다”라면서 “내부 효율성을 찾으려는 시도보다는 살펴볼 것들이 많았다”라고 전했다.

질문은 많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2017년과 2018년에 걸쳐 많은 기존 기업들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라는 배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모바일 메신저인 킥(Kik)은 킨을 선보였고, 역시 모바일 메신저인 텔레그램과 라인은 각각 TON 블록체인과 링크를 공개했다. 에어아시아는 빅코인을, 롱아일랜드 아이스티는 아예 롱블록체인으로 이름을 바꿔버렸다. 이들 프로젝트는 수백만달러, 일부는 수십억달러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거대한 사용자 기반을 이미 갖추고 있다는 것이 투자를 유치하는데 강력한 매력 포인트로 작용했다.

이안 리에 따르면 리버스 ICO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일었던 2세대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파도를 상징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리버스 ICO들도 큰 변화를 몰고오지는  못했다. 그는 “일부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해 제동이 걸렸고 다른 것들도 대부분 공개조차 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같은 성격의 프로젝트들은 유럽과 아시아 등에 걸쳐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토큰화를 잠재적으로 그들의 비즈니스와 플랫폼 네트워크를 확장할 전략적인 기회로 보고 있다”라고 이안 리는 전했다.

리버스 ICO가  기대와 달리 뭔가 보여주지 못한 것은 한 기업이 개발하고 통제했기 때문이다. 외부 개발자, 기업들, 개인들이 광범위하게 적용하는데 필요한 중립성이 많이 부족했다는 것이었다. 이안 리는 “토큰화된 네트워크는 프라이빗 엔터프라이즈의 주요 문제들을 해결하지만 시장에 파괴적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오는 능력은 부족하다”면서 외부 협력자들의 눈에 특정 회사에 치우쳐 있었다는 것을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그에 따르면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스테이블코인형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리브라는 페이스북을 포함해 100개 기업이 네트워크를 공동 관리한다는 것을 표방하고 있지만 페이스북의 입김이 강한 프로젝트라는 외부 인식은 여전하다. 이안 리는 “중앙화돼있고 페이스북에 치우친 플랫폼이라는 인식에서 벗어가기 위해 리브라는 가야할 길이 꽤 많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중립적이고 협력적인 네트워크로 발전해야

이안 리의 주장을 보면 트위터가 주도하는 블루스카이 프로젝트는 리브라가 직면한 중립성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뉘앙스가 풍긴다.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3.0은 스폰서드 네트워크가 핵심인데, 특정 기업이 들었다 놨다하는 것보다는 외부 스폰서십과 협력적인 공동 창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트위터의 발표는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에 새로운 접근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기존 기업이 후원하는 스폰서드 네트워크는 기존 오픈소스 프로토콜들과 공개 네트워크들과 마찬가지로 누군가 플랫폼을 소유하거나 통제하지 않는다. 외부에 있는 독립적인 팀들이 기업들과 범용적인 쓰임새를 목적으로 개발하고 구현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트위터 블루스카이 외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더리움과 탈중앙화 ID 재단을 지원하는 것, 스퀘어 크립토가 비트코인을 지원하는 것도 서폰서드 네트워크 사례들로 거론하며 “스폰서드 네트워크는 시장, 사용자, 활용 사례들을 추구하는 기존 기업 및 스타트업팀들에 비해 실질적인 우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스폰서드 네트워크라고 해서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안 리는 “이같은 협력에서 커다란 도전은 통합과 독립성 사이의 긴장을 관리하는 것이다”라면서 스폰서드 네트워크가 돌아가려면 토큰화된 인센티브가 후원하는 기업에 불균형하게 쏠려서는 안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스폰서를 하는 조직은 고객이나 프로토콜, 네트워크 모두에게 가치가 공정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경험, 서비스, 제품, 관계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이안 리는 블루스카이 같은 스폰서드 네트워크가 기존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의미있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 그는  “차세대 스폰서드 네트워크는 과거 모델에서 배우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라면서 “트위터 블루스카이는 컴퓨터, 스토리지, 게임, 디지털 미디어, 신용, 결제, 거래소, 커뮤니케이션, 협업, 거버넌스 같은 광범위한 영역들에 걸쳐 새로운 스폰서드 네트워크 파도에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