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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4K 하고 싶어요”…비싼 망 비용에 스타트업 ‘한숨’

2020.01.15

“(망 비용이) 미국과 유럽 정도만 돼도 괜찮아요. 한국이 더 높을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망 비용이 너무 비싼 데다가 점점 더 비싸지고 있습니다.”

과도한 망 비용이 국내 콘텐츠 산업만이 아니라 전체 인터넷 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태훈 왓챠 대표는 1월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리마인드(Remind) 2019! 규제개혁 토론회’에서 “비싼 망 비용으로 국내 사업자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실종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 신용현 의원, 정병국 의원 공동주최로 개최됐다.

박 대표는 “고화질(4K) 서비스를 하고 싶고,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시도하고 싶어도 안 하는 이유는 ‘못해서’가 아니라 ‘비싸서’다”라며 “VR 창업자들이 실리콘밸리로 떠나는 이유다.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유럽 등은 연평균 망 비용이 38%씩 떨어졌다. 초기 비용 외에는 유지비만 나가기 때문인데, 한국만 유독 망 비용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상호접속제도 개정됐지만…“실질적 인하로 이어져야”

지난 2016년 도입된 인터넷 망 상호접속제도로 통신사업자(ISP) 간 접속료 정산방식은 기존 무정산 방식에서 발신 트래픽에 따라 상호정산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은 이로 인해 망 비용이 급격히 상승했다고 반발해왔다.

오픈넷이 공개한 텔레지오그라피(Telegeography) 자료에 따르면 2017년 2분기 기준 서울의 인터넷 접속료는 1Mbps 3달러77센트로 파리의 8.3배, 런던의 6.2배, 뉴욕의 4.8배, LA의 4.3배, 싱가폴의 2.1배, 도쿄의 1.7배 수준이었다.

정부는 CP들의 의견을 수렴해 제도를 손질, 작년 말 ‘인터넷망 상호접속제도 개선방안’을 내놨다. 트래픽 정산은 유지하되 무정산 구간(1대 1.8)을 설정하고, 접속통신요율을 인하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는 접속비용이 낮아지면 통신사들이 CP 유치 경쟁을 벌이게 될 거라 내다봤다.

인터넷 업계는 상호접속제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긍정적이나, 이 같은 조치가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총장은 “정부가 ‘약간’의 개선 조치를 취했으나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라며 “무정산을 하던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 단기간 내에 (망 비용 인하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정산 구간이 너무 낮게 설정돼 있다”라고 지적한 박경신 고려대학교법학대학원 교수는 “무정산 구간을 넘어가게 됐을 때 정산 방식을 종량제로 채택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종량제를 택하는 건 콘텐츠 유치 경쟁을 포기하는 거나 다름없다”라고 덧붙였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상호접속고시 개정 이전에도 문제였다. 상호접속제도는 통신사가 더 높게 받을 근거가 된 것뿐, 그전에는 낮은 비용을 청구하던 것도 아니”라며 “망 비용은 꾸준히 증가해왔다”라고 꼬집었다.

핵심은 접속비용 인하다. 박태훈 대표는 “무정산 비율이 1대 1.8이든, 2.5나 10이든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라며 “실제로 CP 유치 경쟁이 일어나서 비용 인하로 이어지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정부의 (개선) 의지는 느껴지나 사실상 ISP가 CP 유치 경쟁을 하지 않는 상황이 너무 뻔하다”라며 “망 비용이 실질적으로 인하되는지 정부가 앞장서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내 CP들은 망 비용을 내는 반면 넷플릭스, 유튜브(구글) 등 해외 CP들은 망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 등 ‘무임승차’하고 있어 국내 CP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 대표는 “‘역차별’은 통신사의 차별적인 정책 때문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통신사의 역차별을 제기한 건 국내 CP들인데, 논의가 왜곡돼 오히려 통신사들이 역으로 역차별을 논하며 해외 CP들에게 비용을 더 받아야 한다는 근거로 사용하고 있다”라며 “망 비용을 깎아줄 수 없으니 해외 CP가 더 많이 내면 된다는 엉뚱한 논리”라고 비판했다.

또 “전체적인 비용을 낮추자는 건 네이버, 카카오 등을 위한 게 아니라 제2, 3의 네이버, 카카오를 위한 것”이라며 “통신사가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나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인프라와 서비스를 스타트업 및 사업자들이 최소 비용으로 누리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