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도로를 벗어나, 택시는 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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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전세계적으로 공유경제와 자율주행차가 큰 화제였다. 삼성페이 같은 마그네틱 방식의 간편결제는 이제 일상에 녹아든 평범한 경험이 됐다.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하늘을 나는 택시다. 세계 최대 국제 가전·IT 전시회 ‘CES 2020’에서 벨헬리콥터의 새 콘셉트 모델이 공개됐고, 현대차는 PAV(개인용 비행체)를 포함한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를 2028년께 상용화하겠다 했다. 이 둘의 공통점은 낡은 도심 교통 시스템에 새로운 에코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는 점이다.

하늘을 나는 택시라니

꿈같은 비행 택시가 현실이 되는 기술이 ‘eVTOL(수직 이착륙 비행체)’다. 보잉과 에어버스는 ‘파리 에어쇼 2019’에서 개인용 비행체를 공개했는데 모두 수직 이착륙이 되는 자동운항 시스템을 갖춘다. 보잉 PAV는 9.1×8.5m 크기의 드론과 비행기를 결합한 모양새에 최고 속도 200km, 한 번 충전으로 80km를 이동할 수 있다. 2018년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2-4인승 승용 및 화물용을 개발하고 있다. 영국 항공사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자국 내에서 비행 택시를 상용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올해 대량생산 노하우를 보유한 자동차 제조사가 참여 의사를 공식화했다. (※관련기사 : 우버 손 잡고 ‘하늘길’ 뚫는 현대차)

| 현대차의 PAV 콘셉트 ‘S-A1’

현대차는 우버와 협력해 만든 PAV 콘셉트 ‘S-A1’을 공개하며 설계 과정에서 ‘안전성’을 최우선시했다고 밝혔다. 총 8개의 프로펠러를 단 이 콘셉트 PAV는 활주로 없이도 비행이 가능한 eVTOL 기술을 탑재하고 최고 속도 290km로 100km까지 비행이 가능하다. 프로펠러 4개는 수직 및 수평 비행에 다른 4개는 안정적인 비행을 돕는 수평 고정 형태다. 또 프로펠러 중 하나가 고장 나도 비행 중 큰 문제가 없도록 설계했다. 비상시에는 낙하산이 펴지는 등 안전 시스템을 갖춘다. 도심 소음 문제에 대비하고자 전기 에너지로 작동되고 가벼운 탄소복합소재로 제작된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블레이드도 소음을 최소화한다.

이 개인용 비행기는 HUB(모빌리티 환승 거점)과 연결되는데 탑승지까지 승객을 실어 나르는 자율주행차와 충전 설비로 구성된다. 승객이 타고 내리는 5분여 동안 재비행을 위한 고속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니킬 고엘 우버 엘리베이트 상품총괄은 “현대와 우버의 제휴는 자동차 제조사의 항공기 제조 참여를 확대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라며 “우리는 콘셉트 디자인을 설계하고 여러 제조사와 공유가 목적이다”라고 말한다. 현대차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항공연구 부문에서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쳐 최고의 자리에 오른 신재원 박사를 영입하고 UAM 사업을 총괄하는 임무(부사장)를 맡겼다.

2050년 인구 70% 도시 거주민

유엔에 따르면 인류의 절반이 도시에서 살고 있으며 2050년에는 세계 인구의 70%가 도시 거주민이 된다. 인구이동은 도시과밀화 현상을 가져와 도시 교통 환경을 급속도로 악화시켰다. 비행기 제조에 정통한 벨헬리콥터는 악화되는 도심 교통 해결책으로 ‘MaaS(Mobility as a Service)’를 제안한다. MaaS는 말 그대로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이라는 뜻으로 모든 교통수단을 하나의 통합된 서비스로 제공하는 개념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핀란드 ‘윔’은 앱을 켜고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이동을 위한 가장 적합한 경로를 제시되는 것은 물론 최적의 교통수단이 이동 순서에 맞춰 즉각 제공된다.

| 벨헬리콥터는 작년 CES에서 공개한 ‘벨 넥서스’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더 작고, 더 빠른 ‘넥서스 4EX’를 개발했다.

벨헬리콥터는 CES 2020에서 ‘넥서스 에어 택시’ 콘셉트와 비행 택시, 드론 서비스를 유통하고 관리, 유지하는 ‘스마트시티 에코시스템’을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개발한 운송 수단을 예약할 수 있는 앱을 포함한다. 우버가 충족하지 못하는 상업·산업용 이용자를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 ‘POC’

영국 항공사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영국 내에서 비행 택시 서비스를 시작한다. 에너지 기업 오보에너지 창업자이자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 CEO인 스티븐 피츠패트릭는 포뮬러원(F1)팀 운영에서 경험한 속도와 효율성을 하늘을 하는 택시에 접목하는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고성능 배터리와 하이브리드 파워 트레인, 탄소 섬유 소재의 공기 역학적 디자인 등 첨단 레이싱카 기술의 비행 택시 적용이다. 드론처럼 생긴 이 회사의 비행 택시는 전기 충전식 수직 이착륙 비행체다. 무게 750kg에 최고 속도 300km로 최대 150km까지 비행할 수 있다.

배터리 최대 걸림돌

유럽은 각 나라를 비행기로 이동할 때 1-2시간이면 충분해도 공항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예측 불가하고, 공항은 항상 비행기로 북적이고 관제탑은 항상 바쁘다. 도로 혼잡에 따른 교통 체증이 심각하고 열차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공항이 아닌 장소에서 이착륙이 가능하고, 환경오염이 적은 단거리 비행기 수요가 충분하다.

비행 택시 상용화에 기술적 최대 난관은 배터리 기술이다. 현대차의 비행체는 최대 속도 290km로 날아 100km를 이동할 수 있다. 충분한 동력을 공급될 때 가능한 얘기다. 현재 배터리 기술로는 이런 성능을 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프로펠러 8개를 돌려 공중으로 들어 올린 다음 100km를 이동하려면 천문학적인 에너지가 필요하다. 차량 원가의 40-50%를 차지하는 전기차 베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매년 5-8%씩 증가한다. 대용량 배터리가 필요한 만큼 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재비행을 위한 재충전도 쉽지 않은 일이다. 승객을 태울 때 상당한 예비 비행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기술적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이착륙할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고 까다로운 도시 계획 규제, 또 소음 등을 들어 격렬한 지역민들의 반대 운동까지 겹치는 실제 서비스까지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한 비행 택시. 이 분야 혁신을 시도하는 현대차와 우버, 벨헬리콥터는 내년 CES에서 좀 더 발전된 미래상을 제시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