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돌 개발자 “한국 AI, 문자·이미지 인식 넘어 저변 확대해야”

이창율 NHN 게임AI팀 팀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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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이 개발한 바둑 AI인 한돌은 이세돌 9단의 마지막 대국 상대로 역사에 남게 됐다. 본의 아니게 구글이 개발한 딥마인드나 중국판 바둑 AI ‘절예’와도 비교가 되면서 한돌은 국내 AI 수준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에 대한 담론의 소재로도 활용됐다.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은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나름의 리소스를 갖고 충분히 성능을 보여줬다고 생각하고 얻은 점도 있다. AI에 투자되는 리소스 차이를 생각했을 때 텐센트라는 기업과 저희 회사를 비교해주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한돌을 개발한 이창율 NHN 게임AI 팀장은 경기 이후 쏟아진 절예보다는 한수 아래라는 평가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AI에 대한 투자 규모 차이를 놓고 봤을 때 절예를 개발한 중국 텐센트와 직접적인 비교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한돌과 AI 전반에 대해서는 할말이 많다는 표정이다. 한돌과 이세돌 9단의 대국 열기가 잦아들고 난후 이창률 팀장을 만나 한돌과 AI를 주제로 따로 얘기를 나눠봤다.

| 한돌을 개발한 이창율 NHN 게임AI팀 팀장

100억 게임 vs 천만 게임

NHN에서 개발한 바둑 AI 한돌은 ‘알파고’와 비슷한 기술이 투입됐다. ‘지도학습’과 ‘강화학습’의 강점을 결합한 머신러닝 기법이 적용됐으며, 인간의 기보가 아닌 자가 대국을 통해 스스로 만든 기보를 이용해 학습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수많은 한돌과 한돌이 맞붙어 성능을 개선하기 때문에 시간적, 물리적 한계가 있는 인간과 달리 단기간에 엄청난 양의 대국을 치를 수 있다.

자가 대국, 학습량은 바둑 AI의 핵심 경쟁력으로 통하지만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컴퓨팅 자원과 개발 인력  등에 상당한 돈이 들어간다.

이창율 팀장에 따르면 한돌은 수천만 단위의 자가 대국을 치렀다. 반면, 절예의 자가 대국 단위는 100억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팀장은 절예를 개발한 연구진과의 대화 내용을 밝히며, “100억 단위의 자가 대국은 300억원을 투자해 서버를 구매해 1년 내내 돌려야 하는 수준”이라고 리소스 차이에 대해 언급했다.

| 이창율 팀장은 ‘절예’와의 비교에 대해 리소스 투자 규모의 차이를 말하며 오히려 감사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2030년 세계 1위를 목표로 AI 분야에 연 6조원 넘는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바둑 AI 역시 국가적으로 지원하는 부분 중 하나다. 중국에서는 매년 세계 AI 바둑 대회가 열린다. 기술력을 알리기 위해서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중국 바둑 AI ‘절예’와 ‘골락시’가 각각 1, 2위를 기록했다. 한돌은 3위에 올랐다.

이창율 팀장은 리소스 차이에 따른 결과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기술적으로는 절예와 큰 차이는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한돌이 투자 비용 대비 효율이 좋은 바둑 AI라는 점을 부각했다.

정부 차원의 데이터 투자 필요

중국만큼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도 요즘 ‘AI 강국’의 함성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 AI를 키우겠다는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AI 국가전략도 발표했다. AI를 통해 산업과 사회 모든 영역에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2030년까지 최대 455조원의 AI 경제 효과 창출, 삶의 질을 세계 10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목표다.

이에 대해 이 팀장은 “정부에서 AI에 관심을 갖고 전략부터 시작해 구체적인 투자가 들어올 것 같아 긍정적으로 본다”라면서도, “개발자 입장에서는 데이터 등 구체적인 도움을 받았을 때 (정부의 AI 정책이) 와닿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특히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데이터 확보가 어려운 중소, 스타트업을 비롯해 여러 기업이 공통으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다양성 측면에서도 한국 AI 생태계는 갈길이 남아 있다. 이 팀장에 따르면  ICCV 등 세계적인 AI 컨퍼런스를 놓고 봤을 때 한국은 문자 인식, 음성 인식 분야 등에서는 최정상급의 기술 수준을 갖고 있다. 하지만 문자와 음성 인식을 벗어나면 글로벌 테크 거인들의 수준에 한참 못미친다. 그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알리바바, 텐센트 등에서는 더 많은 분야에 고르게 성능 높은 머신러닝 기술을 보유했다”라며, “우리도 저변을 확대하고 기본적인 것들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돌 기반으로 유용한 서비스 제공할 것”

이 팀장은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은 한돌이 좀더 진화할 수 있는 의미있는 발판이 될 것이란 입장이다. 실제 서비스들에 한돌을 통해 얻은 AI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버무려 넣겠다는 것이다.

| 한돌과의 1국 당시 첫 수를 고민하는 이세돌 9단

이 팀장은 “알파고가 딥러닝, 강화학습의 이정표 같은 역할을 했는데 한돌은 이정표에 해당하는 수준의 머신러닝 기술을 얻는 게 목적”이라며, “단순히 논문을 내기 위한 기술이 아닌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고 개선하는데 한돌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돌은 우선 바둑을 즐기는 이용자를 위해 활용된다. 한돌은 현재 한게임 바둑 내에서 일반사용자와 대국이 가능하다. 사용자의 기력을 고려한 맞춤형 AI 대국도 지원한다. 한돌이 다음 수에 대한 힌트를 주기도 한다. NHN은 프로기사의 기풍을 학습한 한돌을 제공해 기풍 변경 통한 대국 고도화 등을 추진 중이다. 또 이번 대국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접바둑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한돌을 통해 바둑 실력을 늘릴 수 있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이 팀장은 국내 최정상급 프로기사인 신진서 9단, 박정환 9단도 한돌을 활용 중이라며, 한돌을 프로기사들에게 다양한 형태로 제공해 기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NHN은 한돌에 사용된 강화학습 기술을 다른 게임 서비스에 활용하고 나아가 게임 외 서비스에도 응용할 계획이다. NHN은 추천 서비스, 이미지 검색 등 다양한 자사 서비스 개선을 위한 AI도 연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