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CES’에 대해) 사실과 다르게 보도되는 부분이 많아요.”

“어떤 부분이 사실과 다른가요?”

“그걸 제가 하나하나 설명드릴 순 없죠.”

지난해 졸속 추진 논란이 일었던 ‘한국판 CES’가 올해 또 열린다. 비판을 누그러뜨리고 나름 의미 있는 행사로 변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월2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달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D홀에서 ‘대한민국 혁신산업대전’을 개최한다. 매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를 본뜬 행사다.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은 국내 기업들의 신기술을 국민들도 체감할 수 있게끔 하겠다는 게 이 전시회의 취지지만 현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기업 관계자들 사이에선 전시회 참가로 인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지적도 많다.정부가 주도하는 만큼, 전시회에 참여는 하겠으나 투입해야 하는 시간과 예산이 아깝다는 얘기도 들린다.

간판’ 바꾼 유사 전시회…예산 10억 투입

작년 1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한국 전자·IT 산업 융합 전시회’는 개최 전부터 관 주도로 급조된 행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전시는 부실했다. 방문객들의 기대가 컸던 LG전자의 롤러블TV는 단 한 대만 전시됐고, 그나마도 다음달 열리는 해외 전시 일정으로 인해 개최일 밤 철거됐다. 전시회가 졸속으로 추진됐던 탓이다. 삼성전자도 임원 방에 있던 개발 제품을 급하게 가져오는 등 당시 전시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간판이 바뀌었다. 작년 전시회와 유사해 보이지만, 이번에는 ‘대한민국 혁신산업대전’이 정식 명칭이 붙었다. 정부는 올해 전시 참여기업을 대폭 늘리고 기업 간 거래(B2B)도 활성화하겠다는 포부다. 보도에 따르면 10억원 규모의 예산이 이 전시회에 투입된다.

또 한대요?” 관 주도 전시회 기대 여전히 낮아

작년의 기억 때문인지 ‘대한민국 혁신산업대전’을 바라보는 현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CES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장으로 불린다. 참가자들은 CES에서 평균 33개의 미팅을 진행하고 약 54억 km(34억 마일)의 출장거리를 절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작년 열린 CES 2019에는 전세계 기업의 고위 임원 7만9천여명이 참석했다.

CES 주관사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약 48% 참가자가 구매결정 또는 전략적 파트너십 형성을 고려하고 CES에 참가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기업들이 매년 미국까지 날아가 CES에 참가하는 이유는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데 있는데, 한국판 CES는 ‘전시를 위한 전시’ 성격이 강해 기업 입장에선 참가에 따른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올해 CES에 참가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스타트업은 시간이 금이다. 사람도 없고 돈도 없기 때문에 효율적인 성과를 내는 자리가 최우선순위”라며 “‘울며 겨자 먹기’로 나가는 시늉은 하겠지만 도움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라고 말했다.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전시회에 어떤 사람들이 얼마나 올지는 모르겠으나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전시회에서 바이어와 투자자를 만나고 싶은 것”이라며 “스타트업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행사는 준비하는 것 자체만으로 부담이 크다”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공식 요청을 못 받았다고 답했다는 말에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우리가 공문을 보내야 하냐”고 반문하며 “부처별로 사람이 많아 접촉하는 사람에 따라 (내용을)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0 현장)

대기업 입장도 다르지 않다. A기업 관계자는 “기업의 전시 참여는 전부 이윤창출을 위한 행위”라며 “글로벌 바이어를 통한 사업적인 실익까지 목적으로 하는 해외 전시와 달리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는 관 주도 전시회 참여는 이해득실이 파악도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실익이 적은 전시 참여에 투입되는 기회비용을 따져볼 수밖에 없다”라며 “CES, MWC 준비로 연중 가장 바쁜 시기가 1, 2월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까지 올해 일정에 없었던 국내 전시까지 준비해달라는 요청은 기업에게는 분명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전시회와 관련해 아직 공식적으로 전달 받은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B기업 관계자는 “무성한 소문만 있을 뿐, 공식적인 참가 요청은 없었다. 보도를 통해 접한 것”이라며 “언제가 됐든 (정부가) 하자고 하면 안 할 수 없는 입장이다.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또 “최첨단 기술을 국민에게 보여준다는 면에서 긍정적일 수는 있지만 신제품 발표, MWC 준비 등 기업이 집중해야 하는 에너지가 소모된다. 인력, 시간 등 투입되는 자원이 아까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행사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측 관계자는 이번 전시 목적은 우리 기업들의 해외 혁신 산업 성과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컨퍼런스, 수출 상담회, 투자 IR 등을 통해 중소 스타트업의 B2B 활동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행사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외부 시선에 대해 이 관계자는 “사실과 다르게 보도되는 부분이 많다. 일일이 바로잡을 수는 없고 별도로 홍보를 기획하고 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은 홍보 기획을 통해 바로잡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