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분석, 효과 없어 보여도 1년은 기다려야 성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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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버리히어로 김현득 데이터 실장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를 넘어 데이터 경제라는 말도 어색치 않을 정도로, 기업들에게 데이터의 전략적 가치가 커졌다. ‘데이터 비즈니스’, ‘데이터 비즈니스’ 하는  구호 속에 있다 보면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회사는 지속 가능하지도, 미래 지향적이지도 않아 보일 정도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을 비즈니스에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이 많으냐?’ 하면 그건 또 아니라는 대답도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이같은 질문에 확실하게 ‘예’라고 답할 수 있는 기업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 데이터사이언티스트 출신으로 <데이터읽기의 기술>이라는 책을 펴낸 차현나씨도 “빅데이터를 통해 성과를 내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하는 기업도 많지 않다”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이유는 여러가지다.

조직의 기본적인 시스템이나 보안 문제들도 있고 직원 개인의 역량이 빅데이터를 다룰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시스템이든 인력이든 기업의 현황과 관계 없이 조직의 윗분들이 실무자들을 쪼기 시작한다. 툴, 사람, 데이터가 있는데, 왜 성과를 가져오지 않느냐고 다그친다. 조직원의 이력이나 기술과 상관없이 빅데이터 조직을 만들어 발령을 내고 결과물을 가져오라는 기업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안다.

윗분들께서 원하시니 데이터로 뭔가 해야겠는데, 실제로는 제대로된 분석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IT중심의 기업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여러 기업에서 아주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이 현실 속에 데이터 분석을 효과적으로 비즈니스 접목하는 회사들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배달앱 서비스인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도 나름 데이터 분석을 실무에 활용하기 시작한 단계에 접어든 회사 중 하나로 꼽힌다. 경지에 이르렀다 하기는 어렵지만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 성과를 조금씩 뽑아내는 단계에 들어섰다.

딜리버리히어로가 데이터 분석 전담 조직을 만든 것은 지난 2017년부터다. 처음에는 5명 정도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18명으로 늘었다. 작년 4월까지는 전략 본부 아래 있다가 하반기 CEO 직속으로 승격됐다. 나름 ‘파워풀’한 수준이다.

그동안 딜리버리히어로는 데이터 분석의 결과물을 주로 전략적인 부분에 많이 활용했다. 가격을 결정하고, 광고 모델, 메뉴 개발 등의 업무에 데이터를 적극 투입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전략을 넘어 서비스단으로 데이터 분석의 영역을 확장한다.

딜리버리히어로의 김현득 데이터 실장은 “작년까지는 분석과 실행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동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분석과 실행이 같이 움직일 것이다. 서비스와 분석과의 연계가 올해부터 본격화된다”라고 말했다

분석의 결과가 사용자들이 쓰는 서비스에 바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데이터 분석 기반 서비스 전략은 의미 구체적인 결과로 나오기 시작했다.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기술을 버무려 사진 이미지 어뷰징을 판단하는 부분을 자동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회사측에 따르면 그 동안 배달앱은 음식점을 이용한 소비자간 경험이 담긴 리뷰 공유 등으로 서비스의 질적인 향상을 이뤄왔지만 소비자 리뷰가 서비스 이용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허위 거래나 허위 리뷰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요기요에는 실제 주문한 소비자가 포토리뷰를 남길 경우 보상 리워드를 지급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월평균 3만개 이상의 포토리뷰가 꾸준히 업데이트 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실제 후기가 아닌 리워드 만을 목적으로하는 후기도 다수 올라오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딜리버리히어로는 가짜 음식 포토리뷰는 걸러내고, 주문 시 신뢰성 높은 리뷰들만 소비자가 참고할 수 있도록 정확도를 업그레이드한 딥러닝 기반 포토리뷰 자동분류 AI 프로세스 모델을 독자 구축했다. 단순 사물인식 수준보다 데이터 인식 수준을 고도화해 96% 수준까지 허위 포토리뷰를 분류할 수 있도록 정확도를 끌어올렸다는게 김현득 실장의 설명이다. 그는 “허수 주문일 가능성이 높은 것도 AI를 통해 탐지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프로세스도 작년 3분기부터 자동화했다”고 덧붙였다.

딜리버리히어로 데이터 분석 조직은 출범 이후 제대로 돌아가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나름의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조직내 다른 사람들이 체감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시간을 거쳐, 이제 조금씩 비즈니스에 써먹을 수 있는 분석 결과물을 내놓는 상황이다.

그래서다. 김현득 실장은 데이터 분석이 기업 내부에서 자리를 잡기위한 키워드로 기술보다는 ‘기다림의 시간’을 강조한다. 그는 “맨파워를 갖추고 최소 6개월에서 1년까지는 성과가 없어도 기다려줄 줄 아는 경영진들의 마인드가 중요하다”라며 “요기요도 CEO가 기다려주고 계속 투자를 해줬기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1년도 안됐는데, ‘뭔가 내놔라’ 압박하기 시작하면 데이터 분석으로 재미를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최근 데이터 분석 트렌드는 기술보다는 활용 역량이 중요해졌다는 것도 김현득 실장이 강조하는 포인트. 기술 정보는 이미 많이 공개돼 있는 만큼, 있는 기술 가져다가 현업에 잘 쓸 수 있도록 최적화시키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딜리버리히어로의 경우 기술을 갖고 음식 분야에 맞는 지식을 쌓아가는데 주력하고 있다. 기술이 많이 있다. 이걸 우리한테 맞도록 적용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경영진들이 여기에 필요한 시간을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라고 거듭 주문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데이터 분석을 위한 인프라를 모두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구글 빅쿼리, 구글 어낼리틱스, 구글 비전 API, 텐서플로 등 다양한 용도로 구글이 제공하는 기술을 사용중이다. 김현득 실장은 “구글 클라우드를 쓰니 서버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대신에 활용을 최적화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인프라보다는 활용 역량이 핵심이라는 것이었다.

성과를 내기 만만한 것은 아니지만 기업 입장에서 데이터 분석을 외면하고  맘편하게 있기는 점점 힘들어지는 시절이 됐다. 김현득 실장은 “데이터 업무는 끈기가 중요하다. 삽질도 견뎌낼 수 있어야한다. 밖에서 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비즈니스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라며 기다림의 시간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김현득 실장이 데이터 관점에서 올해 주목하는 트렌드는 리테일의 변화다. 그는 “시장 환경이 바뀌면서 리테일 기업들이 위협을 느끼고 있다. 대안으로 유통 데이터를 잘 쓰려고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지에 기반한 실용적인 서비스들이 많이 보편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