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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현대차가 꿈꾸는 두 도시 이야기

2020.01.27

‘우븐 시티(Woven City)’. 일본 완성차업체 도요타(TOYOTA)의 도요타 아키오 최고경영자(CEO)가 1월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 가전·IT 전시회(CES)에서 발표한 ‘미래 도시’의 이름이다. “‘살아 있는 실험실’을 만들 겁니다.”라는 도요타 CEO의 말에 장내가 술렁였다.

| 사진=블로터 김인경 기자

도시는 CES2020의 화두였다. 전세계적으로 도시에 인구가 집중되면서 자원 부족, 인프라 노후화, 교통혼잡, 에너지 부족 등 다양한 문제들이 확산됨에 따라 기술로 도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늘어나는 추세다.

도요타・현대자동차 등 완성차업체들도 CES에서 미래 도시를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 도요타는 모두를 위한 모빌리티(Mobility for All)를 실현하고자 새로운 도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현대자동차는 공중을 이동하는 개인용 비행체(PAV)를 개발하는 등 도심항공 모빌리티(UAM・Urban Air Mobility)를 구현해 도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도요타는 왜 ‘실험도시’를 만드나

도요타는 2020년 말 문을 닫는 시즈오마현 동부 스소노시 도요타 공장 부지에 우븐 시티를 건설하기로 했다. 여의도 4분의 1(70만2천㎡) 크기의 이 도시에는 도요타 직원과 그 가족 2천여명이 실제로 거주할 예정이다.

우븐 시티의 실험은 곧 도요타의 미래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로봇, 스마트 홈, 신재생에너지 등 도요타가 개발하는 기술을 실제 거주환경에서 구현하는 게 목표다. 본격적인 스마트 시티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도요타에 따르면 협력업체들도 이곳에 들어와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연구자, 엔지니어 및 과학자들이 자유롭게 기술을 실험할 수 있는, 완전히 통제된 장소를 상상해 보라.” 도요다 CEO의 말이다. 도시 설계는 뉴욕 세계무역센터, 구글 마운틴 뷰 캠퍼스 등을 설계한 덴마크 건축회사 브자르케 잉겔스 그룹(Bjarke Ingels Group, BIG)이 맡기로 했다.

도요타는 우븐시티의 모든 전력을 친환경 에너지로 가동할 계획이다. 탄소발자국을 최소화하기 위해 건물은 목재로 만든다. 도요타의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도시 전반에 구축하고 건물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기로 했다. 야외에는 토종 식생, 수경재배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주요 도로에는 완전자율주행차와 무공해 차량의 이동만 허용된다. 도요타가 CES2018에서 공개했던 ‘이팔레트(e-palette)’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팔레트는 이동형 병원이나 상점, 호텔 등 각종 목적에 따라 설계가 가능한 자율주행 전기차다.

| 사진=블로터 김인경 기자

작년 5월 도요타는 파나소닉과 주택 관련 사업을 통합하고 출자회사를 설립하는 데 합의했다. 당시 업계는 이를 두고 도요타가 스마트시티로 사업 규모를 확대하려 한다고 풀이한 바 있다.

도요타 CEO는 “신도시를 처음부터 구축하는 것은 디지털 운영 체계 등 도시 인프라를 연구할 유일한 기회”라며 “독특한 연구 생태계를 활용해 더 나은 삶과 이동성을 창출하겠다”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가 바라보는 도시의 ‘하늘길’

도시의 변화는 이동의 변화와 연결돼 있다. 현대자동차도 CES2020에서 도시를 거론했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가 아닌 전기 추진 기반의 수직이착륙기(eVTOL・electric Vertical Take Off and Landing)를 개발, UAM을 구현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대도시의 극심한 교통정체를 UAM으로 해결하겠다는 포부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에 따르면 UAM의 서울 시내 평균 이동 시간은 자동차 대비 약 70% 짧다. 현대자동차는 이를 사회적 비용으로 환산하면 서울에서만 연간 429억원, 국내 대도시 전체를 따지면 2735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미래도시에 필요한 기반 시설과 도시 발전 방향에 대한 예측을 위한 미래도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현존하는 도시를 특징별로 분류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교통정체가 심각한 대도시의 문제 해결을 목표로 인간 중심의 모빌리티 솔루션을 집중 연구했다고도 전했다.

구상은 단순하다. 항공의 이동수단은 하늘과 지상을 연결하고,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Purpose Built Vehicle)로 지상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동안 탑승객에게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율주행 전기차인 PBV는 이팔레트와 닮은꼴이다. 차체 내부는 목적에 따른 맞춤 제작이 가능해 도심 셔틀 기능을 비롯해 식당, 카페, 호텔 등 여가 공간이나 병원, 약국 등 사회 필수시설 등 다양한 공간으로 연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현대자동차는 이 두 종류의 모빌리티를 도시 전역에 설치할 허브와 연결, 모빌리티 생태계를 형성할 계획이다.

| 사진=블로터 김인경 기자

이를 위해 우버와 손을 잡았다. 현대자동차가 공중에서 이동하는 ‘개인용 비행체(PAV)’를 제조하고, 플랫폼을 맡은 우버가 승객과 PAV를 연결해주는 식이다. 현대자동차는 2028년께 PAV를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은 “우리는 도시와 인류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했다”라며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은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인류를 위한 진보’를 이어 나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CES는 시작점에 불과”하다고도 덧붙였다.

두 완성차업체가 제시한 미래 도시는 숙제를 안고 있다. 도요타 우븐 시티는 테크노 유토피아를 그리는 듯 보이나 낙관은 이르다. <시티랩>은 기존 스마트시티의 실패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기술로만 도시를 설계할 수는 없다며 인간 중심의 도시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토타임즈>에 따르면 지영조 현대자동차 사장은 우븐 시티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현실을 반영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계획 도시는 여러 실제 상황들을 제어할 수 있다. 자율주행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 적용될 것이기 때문에 현실과 똑같은 상황이 전제돼야 한다”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의 UAM은 규제가 걸림돌이다. 이에 정부는 UAM 2025년 실용화를 목표로 법제도 정비 등 실증 및 시범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에서만 213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UAM의 길을 터주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실제로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미디어 행사에는 국토부 관계자들이 참석하기도 했다.

복병은 지상의 이동이다. PAV 등 비행체가 서비스로 자리를 잡으려면 지상의 이동수단부터 긴밀히 연결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의 통과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헬기를 타고 이동할 수는 있다. 문제는 비용”이라며 “여객법이 통과되고 지상의 이동수단이 다양화돼야만 합리적인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항공택시 서비스가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장에서 만난 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는 “기존에는 사람이 다니던 도로와 차가 다니던 도로가 달랐지만 우븐 시티는 이를 합쳐 사람과 모빌리티가 조화되는 도로를 설계하고, 도로가 건물과 융합되고, 자율주행차가 다시 (사람과)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라며 “반면 현대자동차의 도시상은 복잡한 도시에 맞춰져 있다. 대도시에서 UAM을 통해 도시 문제를 극복해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완성차업체가 제시하는 비전에 따르면 미래 도시는 자율주행차가 건물과 융합되고, 사람과 공존하는 모습”이라며 “지난 CES에서 자율주행차를 보여줬고, 서비스를 선보였다면 이제는 기업들이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도시를 통해 제시해 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