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정리

SW업계 주52시간제 정부 보완 대책, 실효성은?

2020.02.09

올해부터 300인 미만 50인 이상 중소기업들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확대 시행된다.  이에 대해 시스템통합(SI) 업체를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SW) 업계는 사업 특성상 업무가 급증하는 시기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이유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왔다.

이에 지난 2월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SW 업계 의견을 수렴해 ‘SW 분야 근로시간 단축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 9월부터 SW 기업, 개발자, 발주기관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과기정통부, 고용부, 기재부, 행안부, 조달청 등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마련됐다.

“공공SW부터 바꾸겠다”

지난해 정부가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기존의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한 이후, 산업계는 예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SW업계도 마찬가지. 사업 특성상 일정기간에 업무량이 급증하기 때문에, 근로시간만 줄면, 사업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전체 SW기업 중 8%(1588곳)에 해당하는 중소 SW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 시 사업상의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주52시간 초과자가 있는 50~299인 사업장 비율은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 기준 전체의 15.6%로, 정보통신업(18.6%)은 제조(30%)・운수・창고(20%)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해 IT 노조 노동시간 연장 반대 기자회견. 차상준 스마일게이트지회 지회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번 대책은 이 같은 의견을 수렴해 나온 것이다.

정부는 우선 공공분야 SW사업부터 손보기로 했다. SW개발사업에 적정 사업수행기간을 부여해, 공공기관에서 수행하는 SW개발사업이 적기에 발주될 수 있도록 전수관리하기로 했다. 1년 이상 소요되는 SW개발사업은 장기계속계약제도를 활용해 기업들이 시간부족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도 약속했다.

SW사업 참여기업 27.3%가 과업변경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것을 바탕으로 SW사업 수행 중 불필요한 과업변경도 방지하기로 했다. 과업변경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보급하고, 과업변경이 중립적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전문가로 구성된 과업변경심의위원회의 운영이 활성화되도록 법령을 개선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과업변경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과업변경에 따른 계약금액, 사업기간 조정을 하도록 하는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라고 밝혔다.

근로환경 개선, 표준계약서부터 시작

SW프리랜서 근로환경 개선도 정부 대책에 포함됐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1분기부터 업계 표준계약서를 개발, 보급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우선 서울고용노동청과 협력해 SW기업이 밀집한 구로・금천지역(G밸리)부터 표준계약서 보급·활용을 시범 도입하고, 이후 표준계약서 보완 등을 거쳐 보급지역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SW표준계약서도입 기업에 대해 공공SW사업 평가 시 가점부여 등 인센티브도 마련할 예정이다.

SW수・발주자 협력 및 사업환경 개선도 약속했다. 정부는 주52시간 관련 수・발주자간 상생 방안 논의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 운영하는 한편 공정계약 및 적정한 사업관리 등 SW사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SW산업진흥법 전부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정부는 업무량이 급증하는 경우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근로기준법상 특별연장근로는 사용자가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일시적으로 노동자에게 주52시간 이상 근무를 시킬 수 있는 제도다. 해당 노동자 동의와 노동부 인가를 받으면 된다.

정부는 SW업계가 개발 후 기존 시스템을 연계하고 오류 해결 테스트를 하는 기간 동안 야근 등 업무량이 2~6개월 사이 몰린다는 점을 고려해 SW업계도 특별연장근로로 긴급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SW업계의 인지가 부족해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기존의 유연근로제(탄력・선택근로제 등) 활용 등 자구노력을 거친 후 이 제도를 이용하도록 하고, 근로자 건강보호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안내할 예정이다.  특별연장근로 실시기업들이 필요하지만 쉽게 구하기 힘든 전문 인력 풀을 확보하고, 기업과의 연결도 지원하기로 했다.

“전향적인 대책” 평가…실효성은 숙제

SI 분야에서 개발자들의 과도한 노동은 비효율적인 수발주 시스템과도 무관치 않다. 수시로 바뀌는 발주자들의 요구 사항 때문에 하청 업체 개발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초과 근무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공공 부문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만큼,  공공 부문 수발주 시스템 개선을 강조한 이번 정부 발표에 대해 개발자들의 반응은 일단은 긍정적이다.

국내 최대 개발자 커뮤니티 오키(OKKY)를 이끌고 있는 노상범 대표는 이번 대책에 대해 “개발자 입장에서 매우 긍정적이고,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한다”라고 말했다. IT노조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대표도 정부가 공공SW사업의 변화를 약속한 데 대해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번 대책이 노동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각론으로 넘어가면 우려의  시선도 감지된다.  그동안 발주 시스템 등을 개선하겠다고 정부가 여러 차례 강조했음에도 문제가 여전한데, 이번 대책이라고  체감할 만한 효과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정책의 내용이 아니라 정부의 의지와 실행력이 관건이 될 듯 싶다.  노상범 오키 대표도 표준계약서 등이 실효성을 갖추려면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표는 “2013년 무렵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업계 표준계약서를 준비했지만 현실적으로 갑, 을, 병 계약에서 갑을 강제할 수 없었다”라며 “전체 SI 시장에서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아 표준계약서를 확산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 본다”라고 말했다.

특별연장근로제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보였다. “SI 영역은 이전에도 노동 조건이 열악한 대표적인 직종으로 꼽혔던 곳이며 그 시발점은 공정하지 않은 하도급 구조, 혁신을 추구하지 않는 기업들의 부실 경영 결과”라며 “주52시간도 충분히 긴 노동시간”이라고 말했다.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대표는 “기존에는 사업 도중 수시로 과업을 변경하는 행태가 잦았는데, 이는 짜장면을 만들던 사람에게 갑자기 짬뽕을 만들어 내라고 지시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라고 꼬집으며 “공공SW사업에서 적정 사업수행기간을 두거나 과업변경을 방지하는 조치만으로도 개발자의 노동환경이 개선될 수 있으며, 민간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이번 대책에서는 정부가 발주한 건을 하청 받은 회사의 고충이라도 책임져 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라며 “주52시간제보다 시스템 자체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를 들여다 보고 정부, 공공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포괄임금제 폐지가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 산업재해 관련해서도 대책을 강구했으면 한다”라며 “의도도 좋고 설계도 좋지만 앞으로는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 취지에 맞게 잘 흘러간다면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정부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