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금융·햇살론도 ‘남의 떡’이라면, ‘역경매 품앗이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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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전이 필요하지만 제도권 금융권 문을 두드리기 어려운 저신용자들은 비싼 이자율을 감수하고라도 사금융 서비스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 이들을 위해 정부는 최근 대부업체 상한 이자율을 49%에서 44%로 낮춘 바 있다. 하지만 사금융 문턱을 넘기도 생각만큼 만만치 않다. 대출 자금을 외부에서 빌려오는 대부업체 구조상 조달 금리가 발생하고, 여기에 운영·관리비가 더해지면 이자율은 치솟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이자율을 낮추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지고, 대부업체 이용 대상이 좁아지게 되고, 결국 저신용자들이 대출 기회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4%대 미소금융, 10%대 햇살론도 다른 세상 얘기인 저신용자들을 위한 대안 대출 제도는 없을까. 역경매 방식 개인간 품앗이 대출 방식에 눈을 돌려볼 만 하다.

팝펀딩이 그런 곳이다. 팝펀딩은 돈을 빌리려는 사람(대출자)과 빌려줄 사람(투자자)끼리 직접 거래하는 개인간(P2P) 대출 서비스다. 특이한 점은 역경매 방식을 채택한 데 있다. 대출자가 희망 금액과 이자율을 정해 경매를 신청하면, 이를 본 투자자들이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소 50명에서 300명이 넘는 투자자들이 참여해 대출자 상환 능력을 평가하게 되는데, 더 낮은 이자율을 제시한 입찰자 순서대로 투자가 실행된다. 이 과정에서 최대 이자율인 30%를 밑도는 선에서 이자율이 결정되는 셈이다.

대출자 입장에선 사금융 서비스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대출받을 수 있어 좋다. 한 번 대출받아 정상 상환한 이력이 있는 사람은 재 대출시 투자자 참여율이 높아지고, 이전보다 더 낮은 이자율로 대출되는 경우도 적잖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은행 이자율보다 높은 선에서 수익을 챙길 수 있어 마다할 게 없다. 한 사람이 큰 돈을 몽땅 부담하지 않고 여러 투자자가 품앗이 방식으로 대출하므로 상환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팝펀딩쪽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대출 건에 대한 체결 이자율은 평균 26%로 최대 이자율인 30%를 훨씬 밑돌았다. 최저 체결 이자율은 평균 17.4%였고 특히 지난 6월에는 은행대출 이자율에 버금가는 8.74%로 대출을 받은 사람도 있었다. 팝펀딩 대출자들의 96%가 신용등급 7~10등급이라는 점을 볼 때 놀라운 수치다.

지난 6월 팝펀딩을 통해 8.74%로 대출을 받은 조 아무개(31)씨는 “면책자라 어디에서도 대출을 받을 수 없었지만, P2P 금융을 통해 신용등급은 낮지만 현재 상황을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호소했고 그 결과 많은 분들의 신뢰를 받아 2년 동안 총 7번의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라며 “최근에 이사 비용이 필요해 대출을 신청했을 때는 많은 분들이 입찰과 격려를 해 주어 은행 이자율에 버금가는 8.74%라는 이자율로 낙찰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은 저신용자 대상 대출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두 축으로 나뉜다. 낮은 이자율이 도덕적 해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와, 너무 높은 이자율은 저신용자 부담을 늘리고 리스크를 높일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다수 사람들이 공동 심사를 거쳐 최종 이자율이 결정되는 P2P 대출 방식이 신용 그늘층에 좀 더 합리적인 이자율을 결정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품앗이 대출 실험에 주목할 일이다.

2007년 문을 연 팝펀딩은 대출자와 투자자가 인터넷에서 만나 직접 대출 거래를 하는 역경매 방식 오픈 머니 마켓이다. 대손 위험을 줄이기 위해 대출 한도를 50만원부터 300만원까지 50만원 단위로 고정하고 있으며, 50명 이상 가입된 그룹의 회원에겐 최대 1천만원까지 대출 한도를 부여하는 ‘그룹서비스’도 제공한다. 지난해 12월부터는 학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들을 돕는 P2P 방식 무이자 학자금 후원 서비스도 시작했다. 2010년 8월16일 기준으로 누적 대출건수 868건에 누적 대출금액은 14억650만원, 금액 기준 대손률은 5.01%다.

2010년 월별 팝펀딩 평균·최소 체결 이자율 추이(자료 : 팝펀딩)

1 2 3 4 5 6 7
평균낙찰이자율 26.40% 24.27% 27.18% 25.45% 27.06% 25.88% 25.80%
최소낙찰이자율 18.53% 18.98% 20.11% 17.33% 19.72% 8.74% 18.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