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접어서 좋은게 뭘까? 갤럭시S20·갤럭시Z 플립 만져보니…

2020.02.13

삼성 ‘갤럭시S20’과 ‘갤럭시Z 플립’이 공개됐다. 갤럭시S20은 ‘갤럭시S’ 시리즈를 잇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Z 플립은 삼성이 열어젖힌 폴더블폰 카테고리의 두 번째 라인업으로 삼성 스마트폰의 현재와 미래 사이 분기점에 선 제품이기도 하다. 실제 두 제품의 모습은 어떨까? S20과 Z 플립을 직접 만져본 후 느낀 점 몇가지를 공유해 본다.

| 삼성의 두 번째 폴더블폰 ‘갤럭시Z 플립’

카메라에 대한 타는 목마름 ‘갤럭시S20’

갤럭시S20 시리즈는 카메라에 집착하는 스마트폰의 현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 몇 년간 저성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상향 평준화된 스펙, 정체된 혁신 탓에 사람들은 손에 2년 넘은 스마트폰을 꽉 붙들고 있다.  새 스마트폰을 사야할 이유가 많지 않다는 얘기다. 베젤리스 디스플레이가 눈길을 끌었지만 잠깐이었다. 이에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카메라를 전진배치하기 시작했다.

| 카메라가 강조된 ‘갤럭시S20 울트라’

갤럭시S20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도 카메라다. ‘갤럭시S20’, ‘갤럭시S20 플러스’, ‘갤럭시S20 울트라’ 3종은 카메라에 스마트폰이 달린 것 마냥 후면 가득 채운 직사각형 카메라 모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갤럭시S20 울트라는 과할 정도로 카메라에 대한 집착을 보여준다. 인덕션 모양으로 놀림 받던 ‘아이폰11’ 시리즈가 다시 보니 절제미를 갖춘 걸로 느껴질 정도다.

| (왼쪽부터) ‘갤럭시S20’, ‘갤럭시S20 플러스’, ‘갤럭시S20 울트라’, ‘아이폰11 프로’

카메라가 커진 만큼 성능도 좋아졌다. S20·S20 플러스는 1200만화소 초광각(F2.2), 1200만화소 광각(F1.8), 6400만화소 망원(F2.0) 카메라를 탑재했다. S20 플러스는 ‘갤럭시노트10 플러스’에 적용됐던 ToF 카메라를 추가했다. S20 울트라는 1200만화소 초광각(F2.2), 1억800만화소 광각(F1.8), 4800만화소 망원(F3.5), ToF 카메라를 탑재했다. S20·S20 플러스는 전작 대비 1.75배 커진 센서를 탑재해 6400만화소를 구현했으며, S20 울트라는 전작보다 약 3배 커진 센서를 통해 1억800만화소를 실현했다.

화소가 커지면  디테일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사진 해상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사진을 원하는 구도로 다시 잘라내는 ‘크롭’에 유리하다. 사진을 확대해 잘라내는 디지털 줌을 해도 어느 정도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일반과 플러스 모델은 최대 3배 광학 줌, 인공지능(AI)이 결합한 최대 30배 ‘슈퍼 레졸루션 줌’을 지원한다. 울트라 모델은 광학 10배줌과 100배 슈퍼 레졸루션 줌을 제공한다. 슈퍼 레졸루션 줌은 구글과 애플이 선보인 것처럼 사진을 여러 장 찍어 AI 기반으로 합성하는 방식이다. 즉, 고화소 하드웨어 성능을 발판으로 AI 소프트웨어 기능을 더해 선명한 줌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했다.

| ‘갤럭시S20 울트라’ 100배 줌으로 찍은 보름달 사진

실내 시연 공간에서 만져본 탓에 100배 줌의 성능을 제대로 체감하긴 힘들었지만, 사전에 촬영된 100배 줌 보름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삼각대를 사용하지 않고 벽에 세워 찍은 사진이라고 하는데 정월대보름달이 크고 또렷하게 담겼다. ‘스페이스 줌’이라고 불릴만한 모습이었다. 최근 스마트폰 카메라의 흐름이 컴퓨터를 이용한 사진 기법(computational photography)으로 넘어갔다고 하지만 여전히 하드웨어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갤럭시S20은 보여준다.

부드러운 120Hz 화면

120Hz 화면도 눈에 띈다. 갤럭시S20 시리즈에는 120Hz 재생률(주사율)의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화면 재생률은 1초에 얼마나 많은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지 나타내는 수치다. 현재 휴대용 기기에 사용되는 디스플레이는 대개 60Hz의 화면 재생률을 갖추고 있다. 초당 60개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식이다. 재생률이 늘어나면 그만큼 화면이 부드럽게 보인다.

실제 120Hz로 동작하는 화면은 기존 스마트폰과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 기본 홈화면에서 좌우 화면 전환은 물론, 각종 앱에서 위아래로 스크롤 시 눈이 호강하는 부드러움을 제공한다. 터치 반응도 개선했다. 240Hz 터치 센서가 적용돼 120Hz 화면과 함께 부드러운 터치감을 제공한다. 갤럭시S20을 쓰다가 이전 스마트폰을 보면 화면이 끊겨 보인다.

| 120Hz 화면 재생률은 WQHD+ 해상도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단, 120Hz 화면에는 몇 가지 제약이 있다. 디스플레이가 지원하는 최고 해상도인 WQHD+(3200×1440)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풀HD+(2400×1080) 이하 해상도로 설정해야 쓸 수 있다. 갤럭시S20 시리즈는 해상도를 1600×720, 2400×1080, 3200×1440 세 가지로 설정할 수 있다. 120Hz 재생률은 화면을 더 많이 뿌려주는 만큼 더 많은 배터리를 소모하는데, 이를 고려한 제한 장치로 보인다. 사용자가 직접 60Hz, 120Hz 재생률 중 하나를 선택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120Hz 재생률을 선택했을 때 60Hz 재생률보다 배터리가 약 1시간 정도 빨리 소진된다.

접는 이유는 셀카? ‘갤럭시Z 플립’

갤럭시Z 플립은 삼성전자가 보여주고 싶은 스마트폰의 또 다른 미래다.  현재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의 돌파구 중 하나는 폼팩터 다변화다. 그동안 획일화된 스마트폰에서 탈피해 폴더블폰 등 새로운 형태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다.

갤럭시Z 플립은 삼성의 두 번째 폴더블폰으로, 지난해 9월 출시된 ‘갤럭시 폴드’를 변주한 제품이다. 갤럭시 폴드가 대화면에 초점을 맞췄다면, 갤럭시Z 플립은 휴대성에 집중했다. 조개껍데기처럼 위아래로 화면을 접고 펼치는 ‘클램셸형’ 디자인을 통해 휴대성을 강조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화장품 파우더통을 닮았다. 특히, 랑콤사의 네모난 파우더 디자인과 유사하다. 갤럭시Z 플립이 노린 타깃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접었을 때 크기는 가로 73.6mm, 세로 87.4mm, 두께 15.4~17.3mm 수준으로 손바닥 안에 들어가는 정도다. 이 같은 휴대성을 통해 바지 주머니에도 쏙 들어간다. 하지만 스마트폰 2대를 겹쳐놓은 것과 같은 두께 탓에 바지가 튀어오는 것은 부담일 수 있다.

| 바지 주머니에 들어가지만 민망한 모습이 된다.

펼쳤을 때 화면 크기는 6.7형으로 ‘갤럭시S10 5G’와 같다. 기존 19:9 화면 비율 대신 21.9:9 비율을 적용해 좀 더 세로로 길쭉한 느낌이다. 영화 콘텐츠의 화면 비율에 맞춘 것으로, 블랙 바 없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화면을 닫았을 때 커버에는 1.1형의 조그마한 AMOLED 화면이 듀얼카메라와 좌우 대칭 구조로 자리잡았다. 날짜와 시간, 배터리 상태, 전화나 알림을 확인할 수 있다. 셀카용으로도 쓸 수 있다. 화면이 꺼져 있을 땐 티가 잘 나지 않으며, 전면 디자인과 어우러지도록 설계됐다.

| (왼쪽부터) ‘갤럭시Z 플립’, ‘갤럭시S10 5G’

| 커버 액정으로 셀카도 찍을 수 있다.

접고 펼 때 느낌은 과거 폴더폰과 다르다. 한 손으로 촥 펼쳐지지 않으며, 두 손으로 여는 편이 여러모로 좋다.  폴더폰이 ‘딸깍’ 열리는 느낌이라면, 갤럭시Z 플립은 ‘드르르’ 펼쳐진다. 프리스탑 힌지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갤럭시Z 플립은 노트북처럼 어느 각도에서나 제품을 펼쳐서 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같은 점에서 갤럭시Z 플립은 비슷한 형태의 모토로라 ‘레이저’와 지향점이 다르다. ‘레이저’가 폴더블 디스플레이 기술을 과거 폴더폰 시절의 영광을 재현하는 데 활용했다면, Z 플립은 새로운 사용성에 무게를 뒀다. 화면을 다양한 각도로 접고 펴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한다. 폰 화면을 왜 접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사용자 경험으로 대답을 한 셈이다.

| ‘갤럭시Z 플립’ 셀카 UI

| ‘갤럭시Z 플립’ 영상 통화 UI

삼성전자가 들고나온 새로운 사용자 경험은 ‘셀카’와 ‘영상 통화’다. 다양한 각도로 펼쳐 탁자 등에 세워놓을 수 있어 손에 제품을 들지 않고도 셀카나 영상 통화를 할 수 있다. 또 화면을 구부렸을 때 UI도 변한다. 카메라 앱에서는 위쪽 화면에 카메라에 담긴 모습이, 아래쪽 화면에는 카메라 모드와 효과 등을 제어할 수 있는 메뉴가 나타난다. 삼성전자는 이를 ‘플렉스 모드’라고 부르는데 해당 기능이 적용된 앱은 아직 많지 않다. 현재 카메라, 사진, 영상 등 기본 제공 앱 일부와 구글의 영상 통화 앱 ‘듀오’, ‘스노우’, ‘B612’ 등 서드파티 카메라 앱에 적용된 상태다.

문제는 새 사용자 경험이 신기하지만, 아직까지는 크게 유용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굳이 셀카를 찍기 위해 화면을 접을 필요가 있을까. 대부분의 셀카는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아 찍는다. 스마트폰 전면에 탑재된 광각 카메라의 왜곡 특성을 활용해 가까이 있는 눈은 크고, 멀리 있는 턱은 작고 갸름하게 찍기 위해서다. 탁자 위에 폰을 올려두고 넙데데한 얼굴이 나오는 셀카를 찍을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영상 통화를 장시간 하는 사람에게는 유용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영상 통화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

구부리는 유리로 내구성 개선, 주름은 여전

갤럭시Z 플립은 폴더블폰 중에서는 처음으로 구부리는 유리 재질을 적용했다. 기존 갤럭시 폴드는 플라스틱 OLED(POLED)에 플라스틱 소재의 투명 폴리이미드(CPI) 필름을 붙여 마감했다. 하지만 당초 예정된 4월 출시일 직전에 제품을 펴고 접는 과정에서 외부 이물질이 유입되는 등 내구성에서 문제를 보이면서 부침을 겪었다. 삼성전자는 이점을 보완해 제품을 출시했지만 플라스틱 소재 특성상 유리에 비해 흠집에 약하고 접히는 부분에 주름이 잡히는 한계는 있다.

갤럭시Z 플립은 ‘울트라 씬 글래스(UTG)’로 마감해 내구성을 높였다.  새롭게 적용된 힌지에 나일론 섬유를 적용한 새로운 스위퍼(sweeper) 기술을 통해 외부 이물질과 먼지를 밀어내고 막아 디스플레이를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럭시Z 플립은 20만번 접었다 펼 수 있는 내구성을 갖췄다.

실제로 액정을 만졌을 때 갤럭시 폴드보다 매끈한 느낌이다. 갤럭시 폴드 화면 촉감이 꺼끌꺼끌한 보호필름에 가까웠다면, 갤럭시Z 플립은 기존 스마트폰 같은 유리 느낌이 난다.

화면 가운데 주름은 갤럭시 폴드와 유사하거나 덜한 수준이다. 화면이 접히는 면적 자체가 갤럭시Z 플립이 더 작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정면에서 화면이 켜진 제품을 응시했을 때 전작과 마찬가지로 주름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화면이 꺼진 상태, 화면에 빛이 반사될 때 주름은 선명하게 드러난다. 실제 주름 부분을 만졌을 때 올록볼록한 느낌도 난다.

갤럭시S20과 갤럭시Z 플립을 보면 현재 스마트폰 업계의 고민이 많이 엿보인다. 업계는 새로운 매력을 담아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갤럭시S20은 카메라 성능의 극대화를 통해, 갤럭시Z 플립은 새로운 폼팩터와 새로운 사용자 경험으로 다시 새로운 제품을 만지는 즐거움을 주려 한다. 하지만 카메라에 집중한 디자인은  낯설고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새로운 폼팩터는 아직 과도기적이라는 생각이다. 왜 화면을 접어야 하는지 명확한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새로운 갤럭시는 사람들의 손에서 노쇠한 스마트폰을 가로챌 수 있을까. 갤럭시S20과 Z 플립이 스마트폰의 새로운 10년을 여는 선봉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pirittiger@bloter.net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기술을 바라봅니다. 디바이스와 게임,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