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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가 5G 서비스를 타사 사용자에도 오픈한 이유

2020.02.18

5G 통신을 둘러싼 업체간 기싸움이 뜨겁다. 2G부터 LTE까지 새로운 이동통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이동통신사 간 치열한 경쟁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5G 레이스에서 눈에 띄는 점은 서비스가 전진배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같은 실감형 미디어부터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까지 다양한 5G 기반 융합 서비스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5G를 계기로 서비스는 통신사들의 부가 상품에서 주력 사업으로 위상이 강화되는 양상이다.

“고객은 눈이 높고, 고객은 냉정하다. 서비스를 받는 고객 입장에서 일관성 있게 꾸준한 서비스 혜택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단순 보여주기식으로 서비스를 만들고, 접기를 반복하기보단 고객에게 지속해서 다가갈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만족스럽지 않다면 새롭게 서비스를 개발하고, 내부에서 할 수 없는 일은 좋은 파트너와 손을 잡아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 게 SK텔레콤이 추구하는 5G 서비스다.”

전진수 SK텔레콤 5GX서비스사업본부장 겸 클라우드 게임 사업담당은 고객 관점의 서비스를 강조했다. 예전과는 서비스에 접근하는 실행파일도 달라졌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 전진수 SK텔레콤 5GX서비스사업본부장 겸 클라우드 게임 사업담당

통신사 중심의 서비스 폐쇄성 벗어나야

5G 이전에도 성장이 정체된 통신사들은 ‘탈 통신’를 분위기 반전 카드로 내세웠다. 하지만 한계가 명확했다. 이용자보다는 통신사 관점에서 자사 통신망에 묶어둘 ‘부가 서비스’로써 서비스에 접근했다. 이용자들은 불편해도 통신사와 연계된 ‘값싼’ 서비스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사용했다. 이러한 서비스 모델의 한계는 비용 중심의 출혈 경쟁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통신사가 비용을 대주지 않으면 이용자는 언제든 이탈한다.

전진수 본부장은 고객 중심의 서비스와 함께 누구에게나 평등한 서비스를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사 고객에 국한된 폐쇄적인 서비스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SKT의 실감 미디어 서비스 ‘점프 AR’, ‘점프 VR’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 중인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등은 통신 3사 고객 모두에게 열려있다.

전진수 본부장은 “SKT 고객이 더 좋은 서비스 혜택을 받는 것도 생각하지만, 현재 5G 서비스를 3사에 오픈했다”라며, “SKT 고객뿐만 아니라 다양한 고객들이 서비스를 써보면서 SKT를 통신 회사가 아닌 서비스 제공자로 바라봐줬으면 하고, 많은 이용자들로부터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 전진수 본부장은 서비스의 개방성에 대해 강조했다.

SKT는 서비스를 5G뿐만 아니라 LTE 이용자들도 쓸 수 있도록 했다. 전진수 본부장은 “유튜브가 3G 시절부터 있었지만, 4G로 와서 활성화됐듯이 5G 서비스들은 4G에서도 되지만 5G에서 더 쾌적한 환경에서 불편함 없이 쓸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을 내다보고 있다”라며, “5G 전용으로 서비스를 내놓는 건 서비스 제공자로서 겸손하지 않은 것 같다. 서비스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하고 질책을 받더라도 피드백이 있어야 서비스가 발전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미래를 내다본 VR·AR 서비스 투자

SKT가 집중하고 있는 서비스 분야는 VR·AR 등 실감형 미디어다. 점프 VR·AR 등의 서비스에 이어 VR 소셜 서비스도 선보였다. 최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혼합현실 캡처 스튜디오’ 기술을 도입한 혼합현실(MR) 콘텐츠 제작 시설 ‘점프 스튜디오’ 개설 소식을 전했다.

| ‘혼합현실 캡처 스튜디오’ 기술로 구현한 3D 콘텐츠

엔지니어 출신인 전진수 본부장은 이 분야에 오래전부터 공을 쏟아왔다. SKT AR/VR/광학 기술개발팀장을 거쳐 ICT기술원 이머시브 미디어랩장, 5GX서비스사업단장을 역임했다. 전진수 본부장에 따르면 SKT는 2010대초부터 VR·AR 분야를 준비했다.

그는 “VR·AR 분야는 어렵지만 하드웨어, 그래픽, 센서, 앱 서비스, 클라우드, 광학 기술까지 다 이해해야 서비스할 수 있는 종합 예술, 융합 기술이라고 생각하고, 해도 해도 질리지 않는 영역이다”라며, “국내 생태계 조성 차원에서 책임감을 갖고 VR·AR 분야 스타트업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 SKT가 CES 2020에서 선보인 ‘점프 AR 아쿠아월드’ (사진=SKT 유튜브 갈무리)

SKT는 지난해 3월 SK와이번스의 프로야구 개막전 경기에서 AR 비룡을 선보였다. 야구장 전광판을 통해 실제 야구장 현장에 3D 비룡이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을 연출했다. 지난 1월 ‘CES 2020’에서는 이를 한층 발전시킨 ‘점프 AR 아쿠아월드’를 전시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여러 관객들이 동시에 바다거북 등 고해상도 AR 캐릭터와의 상호작용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인터랙티브 시네마틱 AR 렌더링 기술을 활용해 실제 주변 조명 환경에 따라 실시간으로 물체에 반영되는 질감, 색감이 달라지도록 구현했다.

전진수 본부장은 당시 시연 영상을 보여주며 “바다 동물들이 헤엄치면서 실제 빛이 있는 곳은 환하게, 없는 곳은 어둡게 표현하는 실시간 렌더링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했고, 거북이와 내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소통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AR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은 ‘AR 글래스’ 시대를 대비하는 차원이다. 그는 “AR 경험을 스마트폰으로 제공하다가 AR 글래스로 가는 게 AR 업계가 바라보는 미래”라며, “AR 기술이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글래스 제품이 나온 뒤에 서비스를 만들면 늦는다. 차근차근 준비했다가 AR 글래스 시대가 왔을 때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내놓으려 한다”라고 강조했다.

VR 서비스 역시 계속 준비 중이다. 최근 VR 분야는 하드웨어의 한계와 더딘 시장 성장, AR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흐름 속에 주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진수 본부장은 “VR 시장은 차별화된 경험 때문에 계속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통신사업자로서 넥스트 커뮤니케이션으로의 진화에 VR이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고 내다봤다. 가상현실을 통해 시공간의 제약을 넘은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이 나타날 거라는 얘기다.

| SKT는 VR·AR서비스의 글로벌 출시를 준비 중이다.

SKT는 이 같은 차세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준비 작업의 일환으로 ‘버추얼 소셜 월드’를 개발 중이다. VR 기기를 쓰고 친구들과 가상 공간에 모여 이야기하거나 e스포츠, 영상 콘텐츠, 게임을 함께 즐기는 식의 서비스다. 페이스북에서 발표한 VR 소셜 서비스 ‘페이스북 호라이즌’과 닮았다. SKT는 VR·AR서비스의 다국어 지원을 업데이트하고 글로벌 출시를 준비 중이다.

5G의 가치 보여줄 클라우드 게임

5G 킬러 콘텐츠 중 하나는 클라우드 게임이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기기의 컴퓨팅 성능이 아닌 클라우드 위에서 게임을 돌리고, 네트워크 연결을 통해 화면을 송출하는 스트리밍 방식으로, 기기 성능과 관계없이 PC, 콘솔, 태블릿, TV, 스마트폰 등 어떤 기기에서든 게임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전진수 본부장은 클라우드 게임을 통신 이상의 5G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서비스로 소개했다. “5G가 고객에게 네트워크 파이프 이상의 가치를 줘야 만족감을 줄 수 있는데 클라우드 게임은 여기에 적합한 서비스”라며, “좋은 PC나 콘솔이 없어도 콘솔급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분명히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SKT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엑스클라우드의 한국 내 독점 사업 운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지난해 10월부터 SKT 고객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제공했다. 현재 엑스클라우드는 시범 서비스 확대로 SKT뿐만 아니라 통신 3사 이용자 모두에게 열어놨다. 정식 서비스 이후에도 통신사 제약 없이 제공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전진수 본부장은 “마이크로소프트도 SKT도 누구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라며, “X박스 시장이 국내에 크지 않은데, SKT는 X박스를 쓰지 않는 고객들이 엑스클라우드로 X박스 게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국내 게임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내 개발사들이 X박스 게임 개발에 협력할 수 있도록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고 해외 게임의 현지화 등에 SKT가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객이 쓰지 않는 서비스를 가진 사업자가 플랫폼 사업자가 될 수 없다. 서비스는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고객 피드백이 없는 서비스는 죽은 서비스고, 소통이 없는 서비스는 서비스가 아니다.”

전진수 본부장은 인터뷰 내내 서비스 개방성에 대해 강조했다. 전진수 본부장은 “서비스가 고객과 소통하기까지 가는 데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지만, 경험과 실력을 쌓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도 단단하게 하면서 가져가야 서비스 제공자로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T가 5G 서비스를 타사 고객에게도 열어 둔 이유다.

spirittiger@bloter.net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기술을 바라봅니다. 디바이스와 게임,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