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PCC의 진정한 전쟁터는 가정”…박재현 삼성전자 수석

2010.08.23

지난 6월 20일, 퍼스널 클라우드 컴퓨팅(PCC)이 다가온다는 기획 기사를 시작했다. PCC는 수많은 디바이스들을 보유한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사용하던 사진, 동영상, 주소록, 오피스 문서, 게임, 메일 등의 콘텐츠들을 최신의 상태에 접근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다.

이번 기획기사는 현재 시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지 조망해 보는 글이었다. 기획 기사가 시작되는 가운데 KT가 유클라우드라는 서비스를 선보였고, LG유플러스도 ‘유플러스박스’를 제공하면서 이 경쟁 대열에 발을 담갔다.

이 기획 기사는 지난 8월 12일, ‘성큼 다가온 PCC 시대, 준비되셨나요?‘라는 글로 끝은 맺었다. 긴 레이스를 끝내면서 한숨을 쉬려는 찰라, 이 글이 공개된 날 트위터 아이디 @wisefree 님이 소셜댓글 서비스를 통해 ‘포탈들의 PCC라는 서비스는 이미 진행중인 서비스이다. 다시 말해 진정한 PCC는 아니다. 진정한 PCC란 사용자에게 자신들의 정보의 자주권을 갖고 멀티 디바이스상에서 자유롭게 접근, 활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포털들은 여전히 이러한 PCC를 사용자 Lock-in을 위한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건 아니다’라는 아주 뼈아픈 태클이 들어왔다.

그래서 주저없이 만났다. 준비가 소홀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그 빈틈을 새로운 시각을 가진 독자의 식견으로 채우면서 약점을 보완해 낼 수 있음에 오히려 감사했다. 이제 시작되는 시장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음에 즐거움은 배가 됐다.

8월 19일 간단히 저녁을 함께 하고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wisefree님을 만났다. 그는 박재현 삼성전자 모바일솔루션센터(MSC) 수석 연구원이다. 삼성전자 휴대폰의 첫 서비스 모델인 ‘소셜허브’를 개발한 장본이면서 삼성전자에 합류 전에는 씽크프리의 최고기술임원(CTO)으로 이미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관련 글을 쓰면서 한가지 말씀을 드린다면 그는 삼성전자에 합류하기 전에 이미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고, 씽크프리를 통해 이미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 경험도 있는 전문가라는 사실이다. 그가 현재 삼성전자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이번 인터뷰는 클라우드 전문가로서의 그의 견해지 삼성전자의 전략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점이다. 그의 블로그인 ‘소프트웨어에 날개를 달자‘에 방문해 보면 알겠지만 그는 웹이라는 이 거대한 플랫폼을 통해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시도하는 한 개발자다. 관련 시장에 대한 고민이 많은 멋진 한 개발자의 식견을 함께 공유하는 장이 됐으면 한다.

박재현 수석은 “블로터닷넷의 글이 아주 재미나고 유익했지만 PCC의 범위를 너무 한정시켰어요”라는 말로 폐부를 찌르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B2B(Business to Business) 시장의 클라우드의 경우에도 퍼블릭과 프라이빗이 있죠. 개인화 클라우드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퍼블릭한 PCC가 있고, 프라이빗 PCC가 있죠. 블로터닷넷의 PCC는 개인들의 정보 자주권을 모두 통신사나 포털에게 넘기는 부분만 초점을 둔 것 같습니다. 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정보를 통제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장도 조금씩 개화되고 있습니다. 이 시장이 가장 큰 전장터가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제 3의 서비스 사업자에게 넘기는 것이 아니라 개인 스스로가 통제한다는 것이다. 쉽사리 이해가 안갔다. 그는 홈서버 역할을 하는 NAS(Network Attached Storage)를 비롯해 애플의 타이머신 같은 장비를 예로 들었다. 애플의 타이머신은 애플 장비들과 무선으로 연동되는 1TB 또는 2TB 하드드라이브가 내장된 제품이다. 타임캐슐을 이용해 처음으로 백업을 하고 나면 다음부터는 변경된 파일만 자동으로 백업이 된다. 또 국내 외장하드 전문 업체인 새로텍과 같은 업체들의 행보에 대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재현 수석은 “개인이 생성하는 수많은 데이터들과 정보를 스스로 통제하면서 누구와도 공유할 수 있고, 어떤 디바이스를 사용하던지 접속해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장비들과 솔루션들이 속속 시장에 선보이고 있습니다”라면서 “집 안에 대형 중앙 스토리지가 위치해 있고, 사용자는 집안이던 외부에 있던 언제든 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죠. 모든 개인들이 자신의 정보를 통신사나 포털과 같은 업체들에게 모두 맡기기 보다는 우선 자신의 정보를 스스로 통제하면서 선별적으로 데이터들을 분산해 놓을 것 같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언뜻 듣고 갑자기 과거의 일들이 떠올랐다. 한 때 초고속인터넷 붐을 타고 삼성전자, LG전자, 소니와 같은 가전 업체들과 통신사, 인텔과 HP,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IT 업체, 직접 건물을 지으면서 한꺼번에 이 시장을 삼키려던 건설사 등이 홈 네트워킹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했다. 또 앞다퉈 가정 내 모든 기기들을 엮을 수 있는 ‘홈서버’의 정체를 놓고 치열한 논쟁도 일어났었고, 자칭 홈서버를 출시했던 이들도 있었다. 가전 업체들은 자사의 기기들을 자신들만의 표준 프로토콜로 엮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고객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못받았다. 아련한 추억 속의 ‘홈서버’가 순간 떠올랐다.

그래서 물었다. 아니 철지난 논쟁 속에 다시 빠지려는 것이냐고 말이다.

그는 웃었다.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기술이 발전했다는 것이다. 박재현 수석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다보면 무선랜 지역으로 이동하면 사용자가 한번 설정해 놓은 곳들은 그냥 자동으로 3G에서 무선랜 접속으로 바뀌죠. 편하죠. 개인들이 보유한 이런 PCC 제품들이 네트워크에 자동으로 접속되고 그 안에 있던 주소록이나 동영상, 사진, 문서들이 중앙의 스토리지에 자동으로 백업되고 동기화된다고 보세요. 얼마나 편하겠어요”라고 전하면서 “예전에는 구현하려고 해도 서로 다른 프로토콜들이 있었고, 또 막상 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았죠. 지금은 웹이 일반화돼 있고, 인터넷 브라우저를 통해 어디서나, 어떤 디바이스를 통해서도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요. 관련 기술을 구현하기도 한결 수월해졌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적으로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HTML 5 중 디바이스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에 대해 말했다. 웹 브라우저가 HTML5를 지원하게 되면 하드웨어를 개발할 때 하드웨어에서 이 기술을 지원하면 자바 스크립트로 디바이스를 컨트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웹 프로그래밍으로 아주 손쉽게 수많은 디바이스들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텔레비전에도 웹브라우저가 탑재되는 시대다.

박 수석은 “단적인 예를 들어보죠. 트위터로 집에 있는 청소기에 명령을 내릴 수 있죠. 아니면 트위터는 집의 홈 서버에 명령을 내리면 이 홈 서버가 해당 기기를 제어할 수도 있죠. 똑같은 걸 하려고 하지만 예전엔 이런 것들을 구현하려면 무척 힘들었어요. 지금 미국 실리콘밸리나 국내외 전문 업체들이 프라이빗 PCC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하는 이유도 웹 기술이 그만큼 보편화돼 있고, 개발자들도 손쉽게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예요”라면서 ” 왜 HP가 프린터들에 IP를 부여하면서 웹으로 모두를 엮으려고 하겠어요? 거대한 플랫폼화를 시도하는 거죠. 웹이라는 거대한 플랫폼을 이용하는 거죠”라고 강조했다.

홈 네트워킹 관점이 아니라 개인이 콘텐츠를 어떻게 다루고 이를 통해 어떤 서비스가 가능한 지를 중심으로 다시 접근하면 쉽게 문제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이다. 이런 사용자 중심의 사고는 현재 어떤 기술들이 등장해 있고, 이런 기술들을 잘 조합하면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서비스를 위한 중심에 “겔럭시탭이나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이 그 위치를 점할 지, 아니면 인터넷 브라우저가 탑재된 인터넷TV가 될지, 혹은 액세스 포인트와 NAS가 결합된 장비가 될지 이제 경쟁이 시작된 셈이죠”라고 전했다.

그는 이런 시장을 보고 실리콘벨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벤처와 서비스 중심 회사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의문이 든다. 과연 많은 개인들은 이런 제품을 직접 선택해 조작하고 자신의 콘텐츠를 옮겨놓을 것인지 말이다. 얼리어답터들은 이미 앞서 밝힌 초기 모델들을 구매해 이미 자신의 콘텐츠와 데이터들을 저장하고 외부에서도 언제든지 접속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확산 속도는 더디다. 여전히 얼리어답터들의 전유물에 가까워 보인다.

박재현 수석은 “자신이 찍은 사진이 집에 들어가는 순간 데이터 저장소로 옮겨가고 이걸 친구나 부모들과 손쉽게 공유하고 싶어하는 욕구는 누구나 가지고 있죠. 그걸 제대로 구현을 못해준 거죠. 애플을 보세요. 애플은 자신들의 하드웨어들을 서로 연동될 수 있도록 제품들을 내놓고 있죠. 가정 내 저장도 된 데이터들은 자신들이 만든 대형 데이터센터와도 연동돼 유기적인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전달하겠다는 뜻이죠”라면서 “다양한 제품들을 제대로 엮어내고 개인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는 불가피한 요소죠. 실리콘벨리의 신생 벤처들은 대부분 이런 핵심 솔루션과 소프트웨어를 보유한 업체들이죠. 새로운 기회를 본 것이죠”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가전 업체들은 이런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까? 박 수석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그는 “시도하는 사람만이 주도할 수 있죠. 과거의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들이 꿈꿔오던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사람들이 준비돼 있거든요”라 말했다. 우리나라 가전 업체들의 하드웨어 경쟁력에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이식할 수 있는 인재들의 결합은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 될 확율이 높은 건 사실이다.

박재현 수석과 인터뷰를 끝내고 박 수석이 언급했던 많은 기업들 중 하나인 회사에 전화를 했다. 박재현 수석이 말한 그런 서비스는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구현하고 있는 업체를 직접 탐방해 보는 것만큼 빠른 이해는 없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품이 든 기획기사를 끝내고 여유를 가져보려고 했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덕분에 프라이빗 PCC를 위한 업체들을 수소문해서 지면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올 여름과 가을은 PCC에 파묻혀 살아갈 것 같다.

처음 PCC를 취재할 때도 정확한 용어와 서비스 형태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어쩌면 그 빈틈을 박수석과 새로운 업체들과의 인터뷰로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을 만나기 위해 열심히 수소문중이다. 누구를 만날 수 있을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yeball@bloter.net

오랫동안 현장 소식을 전하고 싶은 소박한 꿈을 꿉니다. 현장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