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2.0] “e약자 접근성 배려는 공공 서비스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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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먼트2.0은 전자정부와 달리, 시민 참여가 바탕이 되는 유연한 서비스 아닌가요. 그러려면 접근성 문제는 반드시 고려돼야 할 사항입니다. 어떤 기술을 쓰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오픈API든 자바든, 정부 서비스 밑바탕에 깔린 개념은 소통과 참여일 겁니다. 장애인과 같은 정보접근 취약계층을 배려하는 정부2.0이 돼야 겠지요.”

공공기관이 보유한 정보와 데이터를 개방하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하도록 하려면 ‘접근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다. 이른바 거버먼트2.0 사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정보접근지원부 홍경순 부장은 “웹 저작도구와 이를 소비하는 이용자 프로그램(유저 에이전트), 정보화 보조기기 모두에 접근성 지침이 준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웹 저작도구란 말 그대로 웹사이트나 웹 콘텐츠를 만드는 도구를 가리킨다. 유저 에이전트는 이용자가 웹사이트나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쓰는 웹브라우저나 멀티미디어 재생기 같은 프로그램들을 아우르는 말이다. 보조도구는 장애인들이 PC나 웹을 이용하는 데 쓰는 보조기기다.

W3C(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에서도 웹 저작도구나 유저 에이전트에 대한 접근성 준수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어요. 이미 1.0이 나왔고, 2.0 드래프트(초안)도 마련돼 있죠. 국내에서도 접근성 향상 표준화 포럼 같은 곳에서 웹 저작도구 개발시 준수할 지침을 내놓고 있지만 이런 내용을 제대로 아는 국내 개발업체는 드문 형편입니다.”

홍경순 부장은 “특히 장애인이라면 어느 한 부분에서 접근성이 지켜지지 않으면 제대로 웹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장애인’이란 물리적 기능 장애에 국한된 말이 아니다. 저해상도 모니터로 웹을 이용하는 사람, 저속도 인터넷망으로 접근하는 사람, 휴대기기처럼 좁은 화면으로 인터넷을 쓸 수 밖에 없는 사람 모두 접근성 문제에 있어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인 셈이다.

웹브라우저 접근성에 대한 요구와 논의는 이미 전세계에 걸쳐 보편화되는 분위기다. 특정 웹브라우저에서만 제대로 돌아가는 기술이나 콘텐츠를 되도록 쓰지 않고, 다양한 운영체제나 웹브라우저에 관계 없이 웹사이트 주요 기능에 접근하고 쓸 수 있게 하자는 얘기다. 하지만 저작도구나 보조기기 문제까지 파고들어가면 얘기가 복잡해진다.

“예컨대 웹서비스나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장애인이 있다고 칩시다. 그가 이용하려는 웹 저작도구가 제대로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해당 장애인에겐 무용지물일 겁니다. 포토샵이나 드림위버 같은 해외 패키지SW는 대체로 접근성이 높은 편이고, 기업별로 자체 접근성 지침도 마련돼 있는 경우가 많아요. 미국만 해도 재활법 508조에 따라 법에 의해 생산되는 SW는 접근성 지침을 준수해야 하고, 그러지 않은 제품은 연방법에 따라 납품이 거부됩니다. 국내에서도 나모웹에디터 같은 패키지SW가 호환성과 접근성 문제를 고려한 기능을 넣는 추세죠.”

웹 접근성 문제도 이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웹이란 게 단순히 HTML만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죠. CMS나 다양한 부가 솔루션이 덧붙습니다. 이런 부가기능 자체가 접근성을 준수한 상태로 나와야 하는데, 이 경우 여러 기술들이 쓰이다 보니 문제가 복잡해지곤 하죠. 기본적으로 웹 접근성 지침을 준수하고, 여기에 사용자 도구나 저작도구 접근성 문제까지 아울러야 제대로 된 웹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겁니다.”

홍경순 부장은 “웹 접근성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나와 있는 지침을 잘 지키면 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웹에 올린 이미지에 이미지 설명(알트 텍스트)를 넣느냐 안 넣느냐, ‘온 마우스’ 기능에 더해 키보드로 주요 명령을 처리할 수 있는 ‘온 키보드’ 속성까지 정의해주느냐의 간단한 문제부터 시작된다.

“문제는 교육으로 귀결됩니다. 이런 접근성 문제를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제도가 부족한 데서 오는 문제죠. 접근성 문제를 얘기할 때마다 도마에 오르는 ‘액티브X’나 ‘플래시’ 같은 기술도 접근성 기능은 자체에 들어 있어요. 그걸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이른바 ‘속성 과정’으로 해결하다보니 접근성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죠.”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가 확산되고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접근성 문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홍경순 부장은 “트위터 같은 SNS도 장애인 접근성 문제에선 불친절하다”고 꼬집었다. “올해 봄 미국에서 열린 장애인 IT 접근성 전시회에서 트위터가 시각장애인 접근성에 문제가 있다는 논의가 본격 대두됐어요. 액세서블트위터 같은 대안 프로젝트가 만들어지기도 했죠. 이처럼 요즘 뜨는 SNS의 접근성 문제에 대한 검증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SNS의 기본 속성이 소통인데, 이동과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아닐까요.”

모바일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폰만 봐도 스크린 리더 기능을 기본 내장하고 있어요. ‘설정→일반→손쉬운 사용’으로 들어가면 화면 내용을 한글로 읽어주는 ‘보이스 오버’ 기능부터 ‘확대·축소’, ‘큰 텍스트’ 같은 장애인을 위한 기능들을 쓸 수 있게 하고 있죠. 국내에 출시된 안드로이드폰에도 접근성 메뉴가 있긴 한데, 아직은 심각할 정도로 부족한 형편입니다. 갤럭시S는 아예 접근성 지원 기능조차 없어요. 미국만 해도 법으로 접근성 준수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국내 기업들은 장애인을 고객으로 생각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홍경순 부장은 “정부에서 데이터와 콘텐츠를 개방한다고 하는데, 정부 데이터베이스 자체의 접근성이 얼마나 잘 마련돼 있는지 궁금하다”고 되물었다. “정부 DB의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방하면 장애인은 사실상 쓸 수 없기 때문”이란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앞다퉈 내놓는 모바일용 응용프로그램(앱) 접근성 문제도 더 늦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한다. “휴대폰이 화면 내용을 읽어주는 보이스 오버 기능을 지원한다 해도, 앱에서 접근이 막히면 아무 소용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공공 서비스라 할 수 있는 주요 은행들이 내놓는 모바일 앱만 봐도 주요 메뉴가 온통 이미지로 덮여 있다. 이미지 설명 속성값(알트 텍스트)이 들어 있지 않으면 시각장애인은 사실상 스마트폰 앱으로 인터넷뱅킹을 이용할 수 없다.

그래서 홍경순 부장은 “중요한 건, 대체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신기술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잦은데요. 플래시나 자바스크립트로 구현한 웹 콘텐츠가 모바일 브라우저에선 안 보이는 경우가 있겠죠. 예컨대 아이폰 브라우저에서 플래시 콘텐츠가 안 뜬다고 해도 대체 방법만 제공한다면 크게 문제가 안 될 겁니다. 웹에서의 접근성만 제공하면 다 됐다는 생각들, 스마트폰과 모바일웹 대중화 시대에선 바뀌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