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C서 놀던 구글, 엔터프라이즈 회사로 환골탈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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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쿠리안 구글 GCP CEO.

글로벌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를 상대로한 구글의 추격전에 불이 붙었다. 구글은 최근 한국에도 클라우드 리전(클라우드 인프라를 현지에서 직접 운영한다는 의미)를 오픈하고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구글발 업계 재편이 올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로 부상했다.

구글 클라우드 비즈니스는 회사 DNA 변화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행보다. 구글은 그동안 일반 사용자들을 겨냥한 클라우드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는 구글이 그동안 많이 상대하지 않았던 엔터프라이즈 고객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엔터프라이즈 시장은 IBM이나 HPE,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SAP 등의 영토였다. B2C가 아니라 B2B 영역이다.

B2C를 주특기로 하던 회사가 B2B 비즈니스 무대에서 바로 적응하기는 만만치 않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어쩔 수 없이’ 필요로 하는 일이다. 구글 역시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기업을 상대하는 GCP 조직 내부에선 이런저런 내부 충돌과 반발도 있었던 모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최근 기사도 이와 관련한 내용을 일부 다루고 있어 눈길을 끈다.

보도에 따르면 오라클 출신의 토마스 쿠리안이 2018년 11월 GCP  수장으로 합류한 이후 해당 부서 내부에서는  ‘구글 스타일’과 거리가 있는 미션들이 직원들에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구글에 있다 나온 이들은 느슨한 실행 계획에 익숙해져 있던 직원들에게 까다로운 프로젝트 마감 일정이 부과됐다고 전하고 있다. 여기에 불만을 느낀 일부 직원들은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진다. 구글은 최근 GCP 부서 일부 직원들을 해고했는데, 이것 역시 클라우드 고객 대응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일환이라고 <WSJ>은 전했다.

결국 토마스 쿠리안 체제 이후 추진된 변화는 클라우드 부서 담당자들 사이에서 나름의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얘기다. 구글 엔지니어들은 마감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일해왔고, 고객 보다는 자신들이 원하는 프로젝트들에 집중했는데, 쿠리안이 이끄는 GCP 조직에선 마감과 고객 중심적인 스타일이 요구됐다. 데이터베이스나 신원(ID) 관리 같은 기능은 기업 고객들 사이에선 중요하게 다뤄졌지만 구글 직원들을 흥분시키지는 못했다고 <WSJ>이 전직 구글 직원들을 인용해 전했다. 쿠리안 리더십 아래서는 팔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데 직원들은 그렇게 하는데 익숙치 않았다는 설명이다.

토마스 쿠리안은 영업맨들에게 적용되는 보상 시스템도 바꿨다. 거래를 어느정도 성사시켰느냐?를 갖고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기본으로 주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쿠리안식 변화는 내부 직원들은 불편하게 했는지 몰라도 파트너들과 고객들에게는 주목할만한 것이었다. KPMG 인터내셔널의 크리스티안 러스트는 “구글은 예전보다 대형 엔터프라이즈 기업들과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KPMG는 2018년 중반께 GCP와 클라우드 사업 제휴를 맺었다.

구글은 GCP를 앞세워 기업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은 2015년 전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VM웨어 공동 창업자이자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거물급 인사로 통하는 다이낸 그린을 GCP 총괄로 영입하면서 구글은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다이앤 그린이 이끄는 GCP는 기대만큼의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클라우드 시장에서 지분을 늘리기 위해 필요한 인수합병(M&A)을 제때 하지 못한 것도 부진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오픈소스 소스코드 공유 플랫폼인 깃허브 인수와 관련해서도 다이낸 그린은 순다 피차이 구글 CEO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WSJ>은 전했다.  깃허브는 2018년 75억달러 규모에 마이크로소프트의 품에 안겼다. 결국 다이앤 그린은 2019년 1월 구글을 떠났고 GCP 조직은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를 상징하는 회사 중 하나인 오라클 출신의 토마스 쿠리안 체제로 전환됐다.

토마스 쿠리안의 우선순위는 기업 고객들에게 보다 잘 대응할 수 있는 클라우드 비즈니스 조직을 꾸리는 것이었다. 인수합병(M&A)도 적극 추진했다. 지난해 데이터 분석 기업 루커를 26억달러에 인수한데 이어 최근에는 메인프레임에서 돌아가는 애플리케이션을 클라우드로 환견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회사인 코너스톤도 손에 넣었다. 모두가 엔터프라이즈 고객들을 잡기 위해 꺼낸 카드들이었다.

구글은 지난해 GCP 내부에 고객 성공팀도 만들었다. 고객들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해 목표를 이루도록 돕기 위한 것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의 존 제스터 부사장이 고객 성공팀을 이끌고 있다.

구글은 엔터프라이즈 시장 지분 확대를 위해 영업 조직도 확대하고 있다. GCP 조직은 지난해 영업 담당 직원들을 1천500여명까지 늘렸다. 올해는 3천명 규모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WSJ>이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구글은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 AWS, 애저, 알리바바에 이어 4위에 랭크돼 있다. 점유율은 4% 정도다.

하지만 향후 목표는 야심만만 하다. 구글은 몇년안에 클라우드 시장에서 양대 산맥 위치에 올라서고 연매출도 250억달러를 돌파한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글이 목표를 달성할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토마스쿠리안은 기존의 구글 스타일과는 다른 방식으로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달라진 DNA를 앞세운 구글 클라우드의 향후 1~2년 성적표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