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정리

‘타다’ 금지냐 모빌리티 육성이냐…여객법 개정안이 뭐길래

2020.02.29

“국회의 조속한 법안 통과를 간절히 촉구합니다.” 지난 2월27일 모빌리티 플랫폼 7개 기업(위모빌리티, 벅시, 벅시부산, 코나투스, KST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 티원모빌리티)이 한 목소리를 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달라는 호소였다.

통과될 경우 타사 서비스 어려워져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의 일종으로 ‘여객자동차운송 플랫폼사업’을 신설, 유형별 플랫폼사업을 제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버, 카풀, 타다 등 플랫폼 업계와 택시업계 간 충돌이 끊이지 않자 정부가 플랫폼을 법 테두리 안에 들여 놓기 위해 구상한 해결책이다. 신설된 제도에서 ‘플랫폼 운송사업’ 유형에 해당하는 기업은 규제에서 보다 자유로운 운송사업을 할 수 있다. 다만 조건이 있다.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며 △운행 차량 총량은 제한된다. 사업자는 택시 감차 등에 쓰일 △기여금도 납부해야 한다.

여객법 개정안에는 ‘타다(VCNC)’·‘차차(차차 크리에이션)’ 등의 기사 딸린 렌터카 영업을 막기 위한 조처도 포함됐다. 시행령 18조 ‘운전자 알선 허용 범위’를 상향 입법하고, 11인승 승합차에 기사 알선이 허용되는 경우를 관광 목적으로 6시간 이상 대여할 때로 한정한다는 내용이다. 대여 또는 반납 장소도 공항이나 항만일 경우로 제한했다.

타다가 이 법안을 두고 ‘타다금지법’이라며 발끈한 이유다. “최소한 논의가 이뤄지려면 타다금지법을 34조 2항 원안대로 해줘야 한다(박재욱 VCNC 대표 <연합뉴스> 인터뷰 중).” 법안이 통과되면 그동안 없던 규제가 생기는 셈인 타다는 면허총량 확보 방식, 기여금 납부 등도 법안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타다·차차 빼고…속 타는 모빌리티 업계

대다수 모빌리티 업체들은 여객법 개정안 통과를 바라왔다. 플랫폼 운송사업이 법제화되면 그간 막혀 있던 투자 물꼬가 트일 거라 기대하고 있어서다. 또 성명서를 발표한 7개사 상당수는 택시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정부가 제시한 방향성인 택시와의 상생 기조에 맞춰 사업을 계획해왔는데, 법안이 폐기되면 모호한 법 제도 안에서 불확실한 사업을 이어가야 한다는 불안감이 크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대표적이다. 당초 카카오모빌리티는 ‘하얀 번호판(개인용 차량)’을 활용한 카풀 서비스에 뛰어들었다가, 택시와의 갈등 끝에 사업을 접었다. 이 회사는 카풀 스타트업 럭시를 인수하는 데만 252억원을 쏟아부었다. 이후 카카오모빌리티는 ‘노란 번호판(영업용 차량)’과 손을 잡는 길을 택했다. 안전한 길이나 편리한 길은 아니다. 그럼에도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택시회사 9곳을 인수, 택시면허 900여개를 직접 확보했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가 “렌터카를 활용한 서비스를 적극 검토 중”이라 밝힌 것은 택시면허 매입에 투자하며 법안 통과를 기다려왔지만 처리 의지가 없어 보이는 정부를 향해 불만을 토로한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마카롱 택시’ 브랜드 운영사인 KST모빌리티의 이행열 대표는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렌터카의 택시 허용을 통해 이미 공급 과잉인 택시 숫자를 늘려 다시 갈등을 만들게 아니라, 규제로 묶여서 성장하지 못한 택시 규제를 대폭 풀어 플랫폼 기업들과 함께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면서 함께 시장을 키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법안이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면서 혁신의 걸림돌처럼 여겨지는 상황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남겼다. 이 대표는 “본 법안은 타다금지법이 아니다. 택시 규제를 대폭 풀어서 한국형 모빌리티 산업을 육성하는 법안”이라며 “많은 스타트업들이 작년부터 정부와 국회를 믿고 법안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타다 무죄’ 판결, 법안 통과 여부 변수되나

흐름은 타다로 향하고 있다. 이달 19일 법원이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와 각 법인에 무죄를 선고하면서 타다는 당분간 ‘불법택시’ 꼬리표를 떼게 됐다. 앞서 검찰은 타다가 여객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보고 이 대표 등과 양 법인을 기소한 바 있다.

아직 1심 판결에 불과하나 이대로 여객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경우 법원 판결과 상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웅 대표는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법과 제도에서 허용된 타다를 금지하는 것은 명확히 잘못된 정책”이라며 “타다금지법을 통과시키려는 국토부와 침묵하는 민주당은 더 큰 잘못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내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반대 의견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채이배 법사위원(민주통합의원모임 간사)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부가 타다를 허용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만들었으나 크게 다르지 않다. 기존 택시산업과 똑같이 하라는 취지”라며 “수정안이 더 수정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