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재택근무 늘었지만’….운영 미숙에 곳곳서 혼선

첫 전사 재택근무에 뒷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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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영향으로 IT 업계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있다. 일정 기간 전사적 재택 근무를 도입하는 회사들도 늘었다.  하지만 재택 근무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일부 회사들에선 크고 작은 일들도 벌어진다. 재택 근무자자들에 대해 과도하게 비춰질 수 있는 통제, 재택근무를 한다고 외부에 발표해 놨지만 이행 과정에서 이를 지키지 못해 구설수에 오르는 회사들도 있다.

비상 상황인 만큼, 임시방편으로 카카오톡 등으로 업무 공유를 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 근무 기간을 늘려야 할 경우 업무 연속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재택근무 업무 보고는 어떻게?

2월28일 업계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사 컴투스가 재택 근무와 관련해 도마위에 올랐다. 재택근무 중 과도한 업무 보고가 지시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컴투스는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지난 27일부터 3월2일까지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컴투스는 재택근무 2일 차인 28일부터 개인단위 업무일지 작성 및 팀 단위 공유 지시를 내렸는데, 여기에서 1시간 단위 업무 진행 상황 업데이트 부분이 논란이 됐다. 업무 보고 작성 양식에는 시간 단위로 어떤 업무를 했는지 기재하게 돼 있다. 이를 두고 컴투스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지나친 처사라는 불만들이 나왔다. 블라인드에는 “하루 8번 업무 보고하다가 업무 시간 1시간 날리겠다”, “한 시간 단위 업무보고를 할 거면 그냥 출근하라고 하자”, “열심히 일하던 직원들 사기가 한순간에 꺾였다” 등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 재택근무 중 컴투스 업무일지 작성 공지

컴투스가 취한 조치는 동종 업계와 비교해 ‘오버액션’이라는 지적이 많다. 재택근무를 시행 중인 다른 게임사 관계자는 “재택근무가 진행되면서 업무 공유에 대한 고민이 있는 건 맞지만, 한 시간 단위 업무 보고를 하진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컴투스 측은 “인사실에서 업무 보고 양식을 뿌리면서 해당 양식에 시간 단위 서식이 포함돼 직원들 사이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라며, “팀별로 업무 보고 및 공유는 재량껏 하게 돼 있으며 현재 오해가 없도록 조치하겠다”라고 해명했다.

KT의 경우 일부 현장에서 재택근무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앞서 KT는 26일부터 3월6일까지 전사 임직원 절반씩 교대로 재택근무를 한다고 밝혔는데, 일부 KT 직원들은 회사 방침과 다른 업무 지시를 받았다. KT 직원 모임 ‘전국민주동지회’는 “실제 KT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는 순환 재택근무의 현실은 전혀 다르다”라며 “대부분의 지사, 지점이 영업부문과 CM팀 직원들을 재택근무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고 실제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가 오히려 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일부 KT 직원들이 재택근무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얘기를 상황을 전했다. 갤럭시S20 개통일 마케팅 담당 직원들의 출근, 대구·경북 지역에서 재택근무 기간 3교대 근무조가 돌아가는 사례 등 팀별로 제각각인 상황이 공유됐다. 당초 KT는 ‘대구·경북 지역은 재택가능 인원의 100% 재택 시행’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KT는 조직 규모가 크다 보니 현장에서 회사의 재택근무 기준과 다르게 적용되는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오픈마켓 인터파크는 직원들에게 재택근무가 아닌 연차 사용을 요구한 부분이 일부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인터파크는 28일부터 3월6일까지 주 6일 근무 중 3일은 연차를 사용해달라고 지침을 내렸다.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이 재택근무로 대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차를 쓰라고 하는 것이 설득력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재택 고려한 업무 프로세스 구축 계기 되야”

이 같은 상황들은 대면 업무 중심의 국내 기업 문화 특성상 재택근무 경험이 낮은 데서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통계청 ‘경제활동 인구 조사-근로 형태별 부가 조사’에 따르면 ‘재택·원격 근무’를 경험한 노동자는 9만5천명으로, 221만5천명의 유연근무제 활용 임금노동자 중 4.3%에 불과하다.

|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여기저기 이동하며 일하는 이들을 일컫는 ‘디지털 노마드’라는 말은 이미 23년 전에 등장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재택근무가 일찍이 자리 잡고 있다. 원격근무를 뜻하는 ‘텔레워크(telework)’라는 말이 나온 게 1973년, 디지털 기기를 통해 장소에 상관없이 이동하며 업무를 보는 ‘디지털 노마드’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게 1997년이다. 미국과 유럽은 노동자 4명 중 1명이 사무실 밖에서 일할 정도로 재택근무·원격근무가 보편화돼 있다.

일본은 최근 재택근무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일본 최대 자동차업체 도요타는 지난 2016년 전체 직원의 30%인 사무직·R&D 기술직 등 2만5천명을 일주일에 2시간만 회사에 나오고 나머지는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업무 환경을 유연하게 적용할 경우 개개인에 맞춰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자율 출퇴근제, 스마트오피스, 스마트워크 등 유연한 업무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주류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적 환경은 갖춰졌지만, 직원에 대한 신뢰의 문제, 대면 중심 문화 등을 재택근무가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로 지적한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은 예전부터 갖춰졌지만, 미국처럼 성과 중심의 문화가 자리 잡지 않아 재택근무 시 직원이 정말 일을 잘하고 있는지 놀고 있는지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