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나와 홀로서기 하는 디앱 확산…생존여부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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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이더리움에서 가장 유명한 서비스 중 하나였던 디지털 고양이 육성 게임 크립토키티가 이더리움을 떠나 자체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로의 전환을 준비중이다.

블록체인 게임 크립토키티 개발 업체 대퍼랩스(Dapper Labs)는 3월9일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네트워크 ‘플로우(Flow)’ 메인넷 오픈을 앞두고 개발자들이 플로우 기반으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내놨다. 개발자들은 웹 버전 인터페이스 ‘플로우 플레이그라운드(Flow Playground)’를 기반으로 플로우 기반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왜 독립하는가

대퍼랩스가 플로우를 직접 개발하는 것은 이더리움의 방향이 게임 서비스와는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확장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곧 공개될 이더리움2.0 플랫폼이 크립토키티와 같은 서비스에 많은 제약을 가한다는 것이 플로우 개발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 <코인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대퍼랩스 공동 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디터 셜리는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다른 블록체인을 원했기 때문에 플로우를 개발했다”라며 “확장성만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이더리움2.0에서 적용되는 샤딩 기술은 스마트컨트랙트로 할 수 있는 것을 제약한다”라고 지적했다.

샤딩은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노드 중 일부만 거래 검증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더리움 진영은 샤딩 기반 이더리움2.0을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왔던 확장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대퍼랩스에겐 이 같은 변화가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디터 셜리는 “크립토키티를 개발하면서 아직까지 게임에 적합한 블록체인이 없다는 점을 실감했다”며 “플로우를 통해 많은 사용자들이 동시에 이용해도 원활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플로우 네트워크에 노드로 참여할 예정인 퍼듀대학의 데이비드 브로에커 연구원은 “이더리움이 블록체인2.0이라면 플로우는 블록체인 4.0이다”라며 “대중화를 위한 블록체인 기술로 플로우를 바라보고 있다”라고 후한 평가를 내렸다.

대퍼랩스는 플로우의 특징 중 하나로 코드의 결합성(Composability)을 강조하고 있다. 개발자들은 자체 코드를 짜면서 이미 설계된 코드를 개발중인 서비스에 결합 및 활용할 수 있다. 플로우가 자체적으로 선보인 프로그래밍 언어 ‘캐든스(Cadence)’를 활용해 서비스를 개발하게 된다.

이더리움 기반으로 탈중앙화 자율조직(DAO) 기술 프로젝트를 운영해왔던 아라곤도 독자적인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에 나섰다. 아라곤은 지난해 자체 블록체인 계획을 공개하면서 아라곤은 블로그에서 그동안의 성장에 이더리움이 기여한 바를 높게 평가했지만 현재 시점에선 이더리움으로 인해 이런저런 애로사항을 겪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아라곤 측은 이더리움과 관련해 미래 비용을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을 큰 문제로 보고 있다. 거래 비용이 늘어난 것도 문제지만, 그것보단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게 더 큰 리스크라는 것. 아라곤 측은 “얼마가 들어가는지는 아라곤을 사용하고 싶은 이들과 얘기할때마다 나오는 질문”이라며 “우리는 좋은 대답을 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더리움은 현재 시점에서 거의 풀가동되고 있고, 어느 디앱이 상당한 성장을 한다면 가스비는 거의 하루아침에 2~3배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 아라곤 지적이다. 회사측은 “이더리움에서 아라곤을 사용하는 것은 이미 너무 비싼 방법”이라고 결론내렸다.

이더리움 이탈 확산되겠지만 생존 여부는 글쎄…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대퍼랩스 외에도 여러 회사들이 디앱과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으로서 이더리움이 갖는 지위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더리움이나 플로우처럼 토큰 발행 및 스마트 컨트랙트를 지원하는 치아 네트워크도 그중 하나다. 치아 네트워크는 곧 공개할 블록체인 플랫폼인 치아 네트워크에서 사용될 새 프로그래밍 언어도 개발하고 있다. 플로우의 경우 아직까지 메인넷 출시 일정은 내놓지 않았지만 치아 네트워크는 올해안에 선보인다는 목표다. 치아 네트워크는 자사 플랫폼과 관련해 지분 증명(PoS)에 기반한 이더리움 2.0과는 구조적으로 다를 것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브램 코헨 치아 CEO는 이더리움2.0이 근본적으로 중앙화돼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대퍼랩스는 플로우에 이더리움이 추구하는 전략의 일부를 버무리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이더리움 기반으로 개발된 트론과 같은 블록체인에 적용된 아이디어와는 거리를 두는 모습. 트론은 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이지만 너무 중앙화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아이오텍스(IoTeX)의 래리 팡 비즈니스 개발 총괄은 앞으로 대퍼랩스처럼 이더리움에 떨어져 나오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랜트(Grants) 등 이더리움으로부터 받았던 이런저런 혜택들이 소진되면 이탈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게 그의 예상이다.

아이오텍의 경우 치아나 대퍼랩스와 달리 자사 플랫폼에서 독자적인 프로그래밍 언어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구글이 개발한 기존 프로그래밍 언어인 고(Go)를 지원한다. 래리 팡은 “우리 스스로를 완전히 고립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라며 “IoT 세계의 스마트 컨트랙트를 포팅하는 것도 중요했다”라고 말했다.

이더리움이 나름의 생태계를 구축한 상황에서 이더리움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적인 블록체인 플랫폼을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니다.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드는 것과 그것을 탈중앙화된 구조로 돌리는 것은 급이 다른 문제다. 새 블록체인과 프로그래밍 언어를 내놨다고 해도 개발자들이 그걸 쓰지 않으면 의미는 없어진다.

노드 운영이 폐쇄적이고 참여도 부족할 경우 단숨에 중앙화 논란에 휩싸일 수 밖에 없다. 그런 만큼, 이더리움에서 떨어져 나온 프로젝트들의 홀로서기를 낙관적으로만 보기는 무리가 이다. 그동안 EOS나 트론 등 이더리움 대항마를 표방하는 많은 블록체인 플랫폼들이 나왔지만 이들 플랫폼들 때문에 이더리움의 위상에 금이 갔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블록체인 서비스 플랫폼 기업 람다256의 박재현 대표는 대퍼랩스가 플로우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은 개발자 커뮤니티가 중요한데 이더리움을  뛰어넘는 플랫폼의 탄생은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