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건 낭비하고 희소한 건 아낀 구글 데이터센터 파워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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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 미래학자로 <마이크로코즘>, <텔레코즘>의 저자이기도 한 조지 길더가 쓴  <구글의 종말>은 제목이 보여주듯, 구글식 중앙집중형 기술 모델은 한계에 이르렀고 블록체인과 등  탈중앙화가 기술의 미래라는 것을 강조하는 책이다.

저자가 집필을 하던 2018년에 이 책을 봤다면 나름 공감하면서 읽었을 것 같은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열기가 많이 꺼진 지금 읽으니 도발적인 제목에 담긴 메시지를 체감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구글식 모델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탈중앙화가 왜 구글 이후를 이끌 기술 패러다임인지에 대해 저자가 적용한 인식의 틀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책읽기였다. 특히 디지털 생태계에서 개인들의 힘이 커진다는 점은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를 언급하지 않아도, 앞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큰 흐름이다.

개인적인 느낌을 공유하면, 이 책은 읽기에 다소 어려운 내용이 적지 않다. 용어도 대중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IT인프라가 돌아가는 방식에 대해 어느정도 사전 지식이 있어야 저자가 하고싶은 얘기를 보다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을 듯 싶다. 기자도 한번만 읽어서는 구글 이후 기술 패러다임에 대한 저자의 메시지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다시 한번 볼 생각이다.

저자에 따르면 ‘구글의 종말’은 가능성 높은 미래지만,적어도 지금은 ‘구글의 시대’다. 이를 위해 저자는 구글이 왜 이렇게 위력적인지에 대해 다양한 내용을 공유하는데, 데이터센터 구축 및 운용 역량도 그중 하나다.

구글이 지금의 지위에 오르기까지는 데이터센터 경쟁력이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다.  차별화된 접근 방식으로 경쟁사들을 압도했다. 구글의 데이터센터 역량은 단순히 인프라를 저렴하게 구축했다는 수준을 휠씬 넘어선다. 구글은 그동안 데이터센터 구축과 관련해서는 말을 많이 아껴왔기에, 일부 내용을 공유한다.

“익사이트, 잉크토미, DEC 자회사인 알타비스타, 그리고 야후 등과 같은 경쟁자들이 스팍 스테이션과 IBM 메인프레임을 빌려 자기 네트워크를 구축할 때 구글은 마이크로 프로세서 분야의 스타인 인텔과 하드웨어 분야의 왕인 시게이트가 만든 값싼 부품들로 자기만의 서버를 설계하고 구축했다.”

“구글의 기술 담당 책임자인 회즐은 2005년에 구글이 이런 행보를 한 이유를 설명하는 글을 하나 썼다. 그는 최첨단 프로세서의 가격은 성능에 따라 비선형적으로 높아진다고 봤다. 즉 인텔의 최첨단 마이크로프로세서 가격은 성능 증가량에 정비례해 높아지지 않고 실제 가치보다 점점 더 높게 매겨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반도체 칩은 벽에 부닥쳤다. 크레이그 먼디의 이름을 따서 먼디의 벽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낙관에 맞닥뜨린 것이다.

먼디는 마이크로소프트 기술 부문 책임자로 있을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어떤 벽에 부닥쳤다. 우리에게 보다 빠른 속도의 컴퓨팅을 가져다 준 것은 CPU의 클록 속도다. 그런데 속도가 빠를 수록 전력 소모량이 늘어난다. 우리는 보다 많은 전력을 소모하지 않고도 클록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왜냐하면 전압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양자 불확실성이 발생하는 수준의 전자 볼트로까지 내려가 있기 때문에 더는 전압을 낮출 수 없다. 만일 전압을 더는 낮출 수 없다면 보다 많은 전력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클록 속도를 높일 수 없다.”

기술적으로 봤을 때 클록 속도를 높이면서 열 방출을 줄이는 것은 트랜지스터의 수를 크게 늘리는 것보다 더 어렵다. 이와 관련해서도 구글은 해법을 찾았다.

“메모리가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작동 속도보다 빠르게 증대할 때, 보다 빠른 마이크로 프로세서라고 하더라도 메모리 액세스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래리 페이지가 회즐을 재촉한 끝에 나온 해법은 유망했다. 그 해법이란 수많은 값싼 칩 프로세서들을 광섬유 선들로 병렬 결합해 빛의 속도로 연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독창적이고도 기발한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이 프로세서들을 동시에 작동하도록 만들었다. 가성비가 줄어들지 않는 이 방식은 확장성이 있는 시스템이 점점 성장한다 해도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해법이었다.”

저자는 구글은 다른 기업이 제공하는 상업적 데이터센터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어마어마한 경쟁우위를 확보했다고 강조한다. 저렴하게 구축한 것을 넘어, 자신들의 핵심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쪽으로 인프라를 설계한 것이 오늘의 구글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모든 시대에 다 그랬지만 정상에 우뚝 선 기업은 희소한 것을 아끼기 위해 풍족한 것을 낭비한다. 풍족한 것은 가격에 가파르게 떨어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구글은 데이터 저장과 백본 대역폭에 관한한 아낌없이 낭비해왔다. 그러나 가장 귀중한 자원들, 예컨대 웹페이지를 열거나 어떤 것을 검색할 때 그 결과가 펼쳐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나 그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사용자의 인내심에 관해서는 철저하게 인색했다. 하드디스크 저장 용량이 지속적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무어의 법칙은 마치 바퀴벌레들이 벌이는 경주처럼 보인다. 1981년에 1기가바이트 용량 드라이브 가격은 50만달러였으며, 6메가헤르츠 인텔 286 프로세서는 360달러였다. 그런데 2018년에는 1기가비트 하드드라이브는 2센트도 되지 않으며, 3기가 헤르츠 속도의 프로세서는 대략 3000달러다.”

“구글에서 비용에 민감한 사람들이 창고를 하드라이브로 잔뜩 채워놨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디스크 저장장치의 어마어마한 발전에는 한가지 문제가 숨겨져 있다. 개별 디스크가 더 커지고 더 높은 밀도로 압축될때 이 디스크를 스캐닝해서 정보를 읽어 들이는 시간은 그만큼 더 걸린다. 이 디스크를 읽는 작은 팔은 프로세서의 속도를 따라잡을 만큼 빠르게 움직이지 못한다. 이 문제에 대한 구글의 해법은 빠른 램칩을 대량으로 배치하는 것이었다. 저장 바이트를 기준으로 보면 램은 디스크 저장장치에 비해 약 100배 정도 비싸다. 엔지니어들은 보통 가격에 집착해 프로세서가 디스크드라이브를 램으로 오해하게 끔 속이는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그러나 구글은 가장 귀중한 자원은 돈이 아니라 시간임을 잘 안다. 인터넷 검색을 하는 사람들에게 인내심이 없다는 것을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접근 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램은 디스크에 비해 100배나 비싸다. 그렇게 램을 사용함으로써 구글은 인터넷 세상을 오랫동안 선도해왔다. 구글 사람들은 희소한 것을 아끼기 위해 풍족한 것을 낭비함으로써 구글을 새천년의 최고 기업으로 만들었다.

“속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용자가 어디에 있든 빠르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넷 백본이 있어야 하고 지구를 완전히 일주하는 장거리 광섬유 회선이 있어야 한다. 구글은 수십만 프로세서들을 초당 100기가바이트의 전송속도를 갖춘 이더넷 회선들과 연결한다. 거대한 데이터센터들을 주요 광섬유 접속점에 배치하면 거기에 비용을 들인 만큼의 가치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저자는 구글의 데이터센터 역량에 대해 대단히 높게 평가하면서도 구글로 대표되는 거대 테크 기업들의 방식은 기술의 미래가 아니라고 책에서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이와 관련해 네트워크 중립성과 프라이버시 등 몇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 저자의 주장대로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구글식 모델은 이제 ‘종말의 시작’에 들어선 것일까? 중앙집중의 힘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상황에서, ‘구글의 종말’은 기자에겐 상상속의 시나리오에 가깝게 느껴진다.

하지만 미래는 주류의 사고 체계 바깥에서 무관심 속에 탄생한 뒤 어느 시점에 세상을 뒤흔드는 현재로 돌변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그리고 저자가 그저 트렌드 하나 잡아 책써서 먹고 사는 사람도 아니기에, 구글의 종말이라는 화두를 그냥 흘러 넘기고 싶지는 않다. 저자의 문제 의식은 현재의 우리도 충분히 고민해볼만 것들이다. 구글에 대한 저자의 문제 의식은 별도의 글로 정리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