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열의 DT 성공 전략] 은행을 오픈한 스타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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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전통 기업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이하 ‘DT’)에 우선순위를 놓고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전략을 살펴보면 새로운 경쟁자에 대한 수비적인 태도를 가지고 막연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의 과제나 목표라는게 결국은 어떠한 최종 모습(End Image)을 갖는지가 명확해야 과정에 대한 설득력을 갖고 전략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해지는데, 이를 명쾌하게 제시하는 전략을 개인적으로는 많이 보지 못했다.

그들의 전략안이나 CEO의 메시지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빅테크(Big Tech) 기업들에게 시장을 잠식당하면서, 그들을 벤치마킹 대상이나 롤모델로 생각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유통을 하는 전통 기업들은 모두 아마존과 같이 되어야 하고, 금융 기업들은 모두 페이팔이 되어야 하고,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모두 넷플릭스 같이 되는 것이 DT 사업의 최종 모습일까? 가능 여부도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방향성이 올바른지에 대한 의문도 좋은 화두일 것이다. 이쯤에서 ‘스타벅스’의 최근 사례 하나를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보도록 하자.

커피 전문점으로 시작한 스타벅스가 이제는 ‘세상에서 가장 큰 핀테크 기업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이제는 식상한 뉴스이다. 모바일 주문 결제 시스템 ‘사이렌 오더’는 미국에서만 2340만명 이상의 회원이 사용하고 있다.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40%는 스타벅스앱을 이용하여 결제를 한다. 해당 앱은 충전식 카드 형태로 제공되어지는데, 스타벅스에게는 예치금의 형태로 어마어마한 현금 보유량을 만들어내고 있다. 정확한 금액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지만 미국에서만 약 12억 달러(약 1조4200억원), 전 세계적으로 20억 달러(약 2조4000억원)가 넘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측하고 있다.

이렇게 성공적인 핀테크 기업으로 전환(Transformation)한 스타벅스의 다음 행보는 무엇이었을까? 스타벅스는 여유있는 현금과 높은 브랜드를 활용하여 다양한 핀테크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가장 재미난 행보 중에 하나가 바로 은행을 오픈한 것이다. 2018년 10월, 스타벅스는 아르헨티나 은행 ‘방코 갈리시아(Banco Galicia)’와 파트너를 맺고 인터넷 뱅킹이 아닌 실제 오프라인 은행 지점을 오픈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BCRA)에서 “금융 기관은 데이터 네트워크 망(Wi-Fi 등)을 사용할 수 있으며, 모바일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 서드파티가 제공하는 상품 및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로  규정을(A6457) 개정하면서 스타벅스가 은행으로 확장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국내에서도 지점 안에 샵인샵(Shop In Shop) 형태로 카페나 서점 등이 은행 안에 있는 복합점포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이 사례는 스타벅스의 커피샵이 메인이 되고 은행이 서브(Sub)라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은행의 이름도 ‘갈라시아’가 아니라 ‘커피 은행(Coffee Bank)’이다. 이 은행이 아주 폭발적인 성장을 만들어냈거나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지는 않지만 DT의 최종 모습에 대한 관점에서 몇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첫째, 스타벅스 DT의 최종 모습은 그들만의 장점과 전략을 극대화시킨 고유한 형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최종 모습에 대한 정의도 없이 DT를 하는 기업도 많지만, ‘데이터 분석 기업’이나 ‘한국의 아마존’ 등을 외치며 무작정 디지털 전쟁터로 뛰어들면서 기존 자산을 모두 버리고 전선을 확장하는데만 매달리는 기업들도 많다. 스타벅스가 이런 일반적인 기업과 전략이 같았다면 그 많은 예치금과 스타벅스앱을 통하여 더욱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거나 간편 결제 영역을 확대하는데 집중했을 것이다.

인터넷 은행이나 비대면 계좌 개설, 온라인 대출 등이 DT의 당연한 공식처럼 인지되고 있는 최근 흐름을 고려하면 ‘오프라인 은행 진출’이라는 스타벅스의 선택은 다소 의외의 행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디지털 세계로 눈을 돌리기 보다는 그들이 가장 강점을 가지고 있는 오프라인 지점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과적으로 스타벅스는 기존과 차별화되고 개선된 형태의 은행을 만들어내었다. 기존 은행점포 대비 더 긴 영업시간(~20:30), 주말 은행 업무  지원, 은행원의 전문적이고 개인화된 상담 제공, 비대면 채널을 활용한 디지털 점포 운영(ATM, 키오스크)등을 통해 좋은 호응을 유도해내고 있다.

둘째, 많은 기업들의 DT를 하는 이유로 비용 절감을 이야기한다. 이 ‘비용 절감’ 중에서 상당 부분은 인건비 감소나 정직원 감원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디지털 기술과 혁신을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Transformation)하거나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게 아니라 인력을 줄이면서 고정 비용을 감소하는게 목표라는 것이다. 실제로 DT를 수행하면서 인건비 XX% 절감 등이 최종 모습이라는 점은 국내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DT 전략이 실패하는 주요 이유이기도 하다. 비용 절감은 DT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나오는 결과물 중에 하나일뿐 목표나 최종 모습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스타벅스의 DT는 비용 절감보다는 고객 편의와 비즈니스 혁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주문, 결제, 리워드, 개인화라는 ‘디지털 플라이휠(Digital Flywheel)’ 전략을 통해 고객들에게 편리하고 개인화된 경험을 만들어가는데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 직원이 해야 할 일들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늘어나는 직원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도와주는 역할에 불과하다. 아르헨티나의 사례와 같이, 진출해 있는 나머지 74개국에서도 금융 규제가 완화된다면 ‘커피 은행’과 같은 사례는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경우에는 커피 외에 금융전문가나 컨시어지 담당자와 같이 다양한 기술을 가지는 직원 채용이 오히려 증가할 수도 있겠다.

셋째, 스타벅스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My DT Pass, AI 메뉴추천, 마이스타벅스 리워드, 아틀라스(Atlas) 등이 최근에 추가된 스타벅스의 디지털 자산들이다. 그리고, ICE, 보스턴컨설팅그룹, MS와 함께 암호화폐거래소 백트(Bakkt) 합작 투자를 하면서 핀테크 업체들과 금융 기업들을 긴장시켰다. 2019년 10월에 스타벅스앱 기반으로 비트코인 결제를 테스트하면서 그 긴장감은 더욱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

스타벅스의 비트코인 결제와 오프라인 은행이 결합했을 때는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치금이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 화폐로 전환이 된다면 단순한 결제 외에도 투자, 예금 이자, 이체, 환전 등이 아주 쉽게 가능해진다. 실제로 아르헨티나가 있는 중남미 지역은 비트코인에 대한 인기가 높고, 기존 은행 인프라가 낙후된 곳이다. 각국의 금융 규제가 완화되고, 스타벅스의 은행이 글로벌하게 확산되었을 것을 가정하면서 커피 은행과 블록 체인이 어떻게 결합될 수 있는지 가상의 시나리오 한편을 소개해보겠다.

“미국으로 업무 출장을 가는 A씨는 공항에 도착해서 스타벅스앱을 통해 커피 한잔을 마셨다. 스타벅스는 사용자의 현재 위치가 공항인 것을 인식하고 스타벅스앱을 통해 여행자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안내를 보낸다. 그리고, 글로벌 무선 와이파이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안내와 함께 도착지를 물어본다. A씨가 목적지 공항에 도착하자 공항 내의 스타벅스 매장까지 길 안내를 해주고, 미리 커피를 주문할 수 있도록 해준다. 매장에 들어가자 커피와 함께 미리 주문한 금액만큼 환전된 현금을 받을 수 있다. 출장 중에서는 스타벅스에서 제공하는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업무 계약서를 작성하고, 스타벅스앱을 통해 계약금을 송금한다. 출국을 할 때는 지역 MD 상품을 매장에 방문하여 선택하고, 귀국한 후에 국내 공항에서 구매했던 MD 상품을 픽업하여  집으로 귀가한다. 출장 중에 일어난 모든 결제와 환전, 송금 등의 금융 활동은 스타벅스앱에 있는 암호화 화폐를 통해 이루어졌다.”

개인적인 상상이기 때문에 스타벅스의 최종 모습이나 전략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스타벅스 DT 전략은 위 시나리오와 같이 오프라인 매장과 자신의 기존 자산을 극대화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고, 고객 편의와 새로운 비즈니스로의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DT를 해야 한다고 외치는 기업의 리더들이라면 DT를 해야 하는 이유와 기반이 되는 자산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한 후에, DT의 최종 모습을 그려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