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정리

‘타다’ 빠진 모빌리티 혁신 논의…총량·기여금 여전히 물음표

2020.03.17

국토교통부가 이달 6일 국회 문턱을 넘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을 위해 모빌리티 업계와 만났다.  하지만 플랫폼 운송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총량·기여금에 대한 논의가 빠지면서 ‘알맹이’ 없는 간담회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내달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시행령 논의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 과정에서 각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모아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17일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간담회를 열고 “1962년 모태가 만들어진 여객법이 낡은 틀을 벗고 혁신의 제도적 기반으로 거듭났다”라며 “혁신도 상생할 수 있다는 한국형 혁신모델이 정착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현미 장관은 여객법 개정안 시행 전이라도 ①‘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우선 출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초기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플랫폼 운송사업 기여금도 감면하는 등 플랫폼 사업을 활성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플랫폼 가맹사업은 면허 기준 대수를 서울 기준 종전 4천대에서 500대로 대폭 완화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최대 한 달까지도 소요되던 ④기사 자격을 1~2일 내에 받을 수 있도록 시행규칙을 개정해 기사 수급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택시에 얽힌 불필요한 규제도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택시, 렌터카 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KST(마카롱), 큐브카(파파), 벅시, 카카오모빌리티, 코나투스, 차차, 위모빌리티, 티원모빌리티, 우버코리아, SKT, 풀러스, 스타릭스, 코액터스 등 13개 업체가 참석했다. 타다 운영사인 쏘카·VCNC는 불참했다.

총량·기여금…국토부는 약속하지 않았다

여객법 개정안은 기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의 일종으로 여객자동차 운송플랫폼사업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①플랫폼운송사업(혁신형) ②플랫폼가맹사업(가맹형) ③플랫폼중개사업(중개형) 등 유형으로 분류된다. ‘타다’와 같은 신규 사업모델은 혁신형에 해당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 통과로) 플랫폼 사업자에게 직접 운송사업 등 새로운 제도적 공간이 열렸고, 법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던 모빌리티 업계는 새롭고 안정적인 기반 속에서 더욱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은 현재로선 국토부의 ‘설레발’에 가깝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택시를 비롯해 혁신형에 부과하는 면허의 총량은 정부가 정한다. 새롭게 등장한 운송사업자의 진입을 관리해, 전체 운송수단의 공급과잉을 막기 위한 조 처다. 혁신형 참여 기업은 택시감차 사업에 쓰일 기여금도 납부해야 한다. 타다가 여객법 개정안을 두고 ‘타다금지법’이라 반발한 이유다. 스타트업 업계의 관심도 총량과 기여금에 쏠려 있다. 혁신형에 해당하는 플랫폼 운송사업자에게 허가되는 면허 총량, 기여금 수준과 납부 방식 등에 따라 사업의 유연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이날 국토부는 기여금·총량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기여금 감면 혜택을 적용 받는 스타트업의 기준에 대해서는 “나중에 정하겠다”라고 답했고, 허가되는 면허 총량이 택시 감차분을 초과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방안을 구상 중”이라며 에둘러 말했다. 어명소 국토부 종합교통정책관은 “독특한 우리나라의 여건을 이해해달라. 택시기사 수는 인구 1천명 당 제일 많은 수준이고 대중교통도 잘 돼 있다. 국내 여건에 맞는 혁신 서비스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며 택시업계를 의식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지난해 국토부는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플랫폼 운송사업자에게 허가되는 면허 총량이 이용자 수요 및 택시 감차 추이에 따라 관리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당시 국토부 측은 “스타트업에게 진입장벽이 되지 않도록 면허를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며 “스타트업이 앞으로 사업하는 데 있어 필요한 물량은 충분히 공급해줄 수 있다”라고 거듭 밝혀왔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 직후에는 “국토부의 정책 방향은 지금도 같으나 업계의 의견을 모두 듣지 않은 상태에서 단정지어 말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라며 한 발 물러섰다.

반면 택시 규제완화에 대해서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국토부는 기존 택시 기반의 플랫폼가맹사업(프랜차이즈 택시) 규제를 풀겠다고 밝혔다. 면허 기준 대수와 더불어 기사 자격을 빠르게 받을 수 있도록 시행규칙을 손질하기로 했다. 택시에 얽힌 불필요한 규제도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유형에는 카카오모빌리티, KST모빌리티(마카롱택시) 등이 진출해 있다. 김 장관은 “택시도 모빌리티 혁신의 당당한 주역이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며 “택시업계만 모래 주머니를 달고 경쟁할 수는 없다. (택시기사가) 모두가 만족하는 좋은 일자리가 되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 모빌리티 산업이 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라며 “이러한 모델이 성공한다면 세계의 새로운 모빌리티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오는 4월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개정안 세부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모빌리티 업계, 택시업계, 전문가, 소비자단체 등으로 구성된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택시면허 총량에서 탄력적으로 늘어날 수 있어야 한다. 유연성이 보장돼야 시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고,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으로 클 수 있는 핵심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라며 “총량·기여금에서 이 같은 가능성을 보여주지 않으면 투자가 들어오지 않는다. 스타트업은 사업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업체 관계자는 “오늘은 사실상 알맹이 없는 보여주기식 간담회”였다며 “앞으로 시행규칙 등을 줄다리기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다양한 진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다는 시동 껐는데…정작 홍보는 ‘타다’로

한편 이날 타다 측은 국토부를 향한 불만을 토로했다. 여객법 개정안 통과로 현행 방식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는데, 법안을 추진한 국토부가 홈페이지에 ‘타다가 더 많아지고 다양해진다’라는 홍보 문구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타다와 같은 플랫폼 운송사업 형태의 서비스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었다며 다소 허술한 해명을 내놨다. 앞서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가 하루아침에 법 개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수천명의 국민과 수백억의 투자금을 손해 본 국민을 상대로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하지는 못할 망정 조롱을 한다”라며 비판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도 “모빌리티 스타트업은 총량과 기여금이라는 거대 규제 속에 스타트업이 버티고 살아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밤잠을 설치며 고민하고 있다”라며 “국토부는 스스로 광고하고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타다에 대한 조롱을 넘어 스타트업 업계 전체를 좌절하게 하는 광고를 중단해주길 바란다”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