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 대량 권고사직 논란에 “당일 퇴사 개선”

정경인 대표, "인사 정책·문화 개선하겠다"

가 +
가 -

게임 업체 펄어비스가 최근 불거진 대량 권고사직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CEO 차원에서 직접 진화에 나섰다.

최근 10여 명의 퇴사자 중 신작 개발 인원이 상당수인데다 일부 커뮤니티에선 프로젝트 중단 논란으로까지 불거지면서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는 3월19일 사내 공지를 통해 신규 프로젝트 중단은 사실이 아니며, 이번 논란을 인사 정책과 기업 문화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해명했다.

“갑작스런 통보, 당일 퇴사 문제 반복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펄어비스에서는 신작 개발팀을 중심으로 10여 명의 권고사직이 이뤄졌다. 이에 대해 퇴사 당사자들을 비롯해 펄어비스 직원들은 고용불안 문제를 호소했다. 권고사직은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해고와 달리 사용자 측이 근로자에게 퇴직을 권유하고 근로자가 이를 받아들여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것을 말한다.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한 근로계약 해지 행위이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

하지만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사안의 경우 퇴직 권고 이전에 사전 경고와 충분한 합의 없이 통보 방식으로 이뤄졌고 당일 퇴사 사례가 빈번했다. 한 펄어비스 퇴사자는 <블로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일 팀장 통보 또는 인사 통보 방식으로 권고 사직이 이뤄졌고 사측에서 구체적인 사유는 제시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업무 성과 등 구체적인 기준 대신 회사와 맞지 않는다는 추상적 이유를 들었다는 게 복수 제보자의 전언이다.

특히, 복수의 펄어비스 전·현직자들은 이 같은 사례가 최근뿐만 아니라 지속해서 반복돼 왔다고 주장했다. 한 펄어비스 현직자는 “이번에는 신규 프로젝트 아트 직군이 많이 나갔지만, 반복적으로 통보 후 당일 퇴사 문제가 일어났다”라며 “게임 업계 전반의 문제로 지적하기엔 펄어비스 규모의 회사치고 이런 경우는 드물다”라고 주장했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고용 불안 문제는 게임 업계 전반적인 문제이지만 지난 몇 년간 이슈가 불거지고 노조가 생겨나면서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라면서도, “펄어비스의 이 같은 분위기와 달리 고용 불안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대표는 “게임 업계에서는 권고사직에 대한 저항성이 없다”라며,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하는 문화적 관행이 있어 해고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펄어비스, “인사 정책·기업 문화 개선할 것”

이에 대해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는 당일 퇴사 문제를 인정하고, 인사 정책 등에 있어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단, 신작 개발 중단 소식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경인 대표는 사내 공지에서 “이번 달 들어 징계 해고와 10여 명의 권고사직이 이뤄졌고, 특정 부서에서는 몇몇 분들의 자진 퇴사까지 겹쳐 꽤 많은 인력이 한꺼번에 퇴사를 한 것으로 인식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펄어비스는 항상 임직원 여러분에게 업무에 대한 열정, 우리 게임에 대한 애정, 성과에 대한 높은 기준을 요구해 왔고 이런 기조에서 회사는 업무 성과가 부진하거나, 일하는 방식이 달라 펄어비스와 맞지 않다고 판단한 구성원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빠르게 조직에서 떠날 수 있도록 하는 결정을 해왔다”라고 말했다. 성과 중심 주의를 바탕으로 빠른 인사 조치가 있었다는 해명이다.

정 대표는 “신속한 보안 조치가 필요하거나 징계로 인해 더 이상의 근무가 어려운 특수한 경우를 원칙으로 했지만, 때로는 당사자의 양해를 구했다는 이유로, 혹은 불편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는 이유로 당일 퇴사가 이뤄지기도 했다”라며, “그 과정에서 적절한 절차를 마련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당사자가 충분히 납득하지 못한 채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있었고 이런 문제를 인지하면서도 절차를 충분히 개선하지 못한 것은 모두 경영진의 불찰이다”라고 권고사직 과정의 문제를 일부 시인했다.

| 고용 불안은 게임 업계 구조적 관행으로 지적돼 왔다. 사진은 지난해 넥슨 노조 집회 모습.

또 “펄어비스 구성원 여러분들이 끊임없이 노력하시는 만큼, 여러분의 자긍심에 상처가 되지 않도록 펄어비스의 인사 정책과 기업 문화에 대해서도 빠르게 개선해 나가겠다. 문제라고 여겨지는 당일 퇴사 등의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당장 개선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정경인 대표의 발표 직후 펄어비스 인사팀은 사내 공지를 통해 퇴사 절차 개선 사항을 발표했다. ▲퇴사 프로세스 및 관련 절차 준수 ▲저성과자 및 업무 방식 부적응자에 대한 관리 방안 마련 ▲권고사직 대상자에 대한 복지 혜택 중단 유예 등이 주된 내용이다.

특히, 기존에 권고사직 대상자에게 지급하던 1개월 급여분의 취업지원금과 함께 거주비, 양육지원금, 주택자금대출 이자 지원 등의 현금성 복지 혜택 등을 퇴사 후에도 3개월 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을 통해 월세 등 복지 혜택이 끊기면서 발생하는 문제가 지적되자 이에 대한 개선 사항을 마련한 셈이다.

이 같은 펄어비스 측의 개선 조치에 대해 전·현직 관계자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개선 의지를 밝힌 만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퇴사자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펄어비스 퇴사자는 “차후 퇴사 환경을 개선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불합리한 이유로 권고사직을 당한 당사자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와 적절한 보상이 먼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네티즌의견(총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