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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텔레그램 ‘박사방’, 회원전원 조사하라”…신상공개 청원은 231만명 돌파

2020.03.23

2018년 말부터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여성들의 성착취물 등을 제작·유포해온 ‘박사방’ 운영자 조모씨(일명 ‘박사’)가 지난 3월19일 경찰에 구속됐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지 6개월여 만이다.

경찰은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의 시초격인 ‘n번방’의 운영자 ‘갓갓’ 검거에 수사를 집중하는 한편, 텔레그램 방에서 성착취 영상을 단순시청한 자에 대해서도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같은날 문재인 대통령도 이 같은 텔레그램 성착취방 운영자와 더불어 활동회원 전원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23일 경찰청 관계자는 언론브리핑을 통해 텔레그램 대화방 운영자뿐만 아니라 참가자들도 조사해 강경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좋은 게 있으면 보내라”, “(영상 등을) 올려보라”며 교사·방조한 인원은 물론, 단순 관전자도 엄격하게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도 n번방 사건에 대해 성명을 내고 “‘n번방 사건’ 가해자들의 행위는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행위였다”라며 박사방 운영자 조사에 국한하지 말고 ‘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경찰은 이 사건을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철저히 수사해서,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는 더욱 엄중하게 다뤄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아동 청소년 16명을 포함한 피해 여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불법 영상물 삭제, 법률 의료 상담 등 정부 차원에서 피해자들을 위한 모든 지원을 다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또 경찰청 사이버안전과 외에 특별조사팀이 강력하게 구축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조씨의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자 수는 23일 오후 5시 기준 231만명을 돌파했다. 국민청원 게시판 운영 이래 역대 최다 수치다.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청원에도 161만명이 동의했다.

 

박사방’ 잡혔지만… “100여개 넘는 ‘n번방’ 있었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텔레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통되는 불법 성착취물을 집중 수사해왔다. 현재까지 조씨를 비롯한 텔레그램 대화방 운영자와 제작자, 유포자, 소지자 등 124명을 검거했고, 18명을 구속했다. 박사방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아동음란물제작)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아청법 적용 시 피의자는 최대 무기징역에서 최소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조씨의 범죄행각은 악랄했다. SNS, 채팅 앱 등에 ‘스폰 알바 모집’ 같은 글을 게시해 피해자를 유인했다.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으면 이를 빌미로 협박했다. 조씨는 피해여성들을 ‘노예’로 부르며 신체 일부에는 칼로 ‘노예’나 ‘박사’라는 말을 새기게 했다. 성착취물을 찍게 유도하고, 박사방에 유포해 돈을 벌었다. 누구나 영상을 볼 수 있는 ‘맛보기’ 대화방과 일정금액의 가상화폐를 지급하면 입장할 수 있는 3단계 유료 대화방을 운영했다.

공범 중에는 공익근무요원도 있었다. 이들은 박사의 지시를 받고 피해자 등의 인적사항을 파악해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착취한 영상물을 통해 억대의 범죄수익을 거뒀다. 경찰은 피의자 주거지에서 현금 약 1억3천만원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피해여성은 지금까지 신원이 확인된 사례만 최소 74명으로, 이 가운데 16명이 미성년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는 추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텔레그램 성착취물 범죄의 시작이 됐던 ‘n번방’ 운영자 갓갓에 대한 수사는 별도로 진행 중이다.

한편 ‘n번방’·‘박사방’ 이외에도 다수의 텔레그램 성착취 방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상담센터 대표는 23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텔레그램 내에서 성착취영상을 유통하던 채팅방이 100여개가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최대 규모의 방에는 약 3만명까지 있었다고 설명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신고 프로젝트 리셋(ReSET)은 성명을 통해 “범죄자들은 소라넷, 웹하드, 다크웹, 각종 SNS, 오픈채팅방, 텔레그램, 라인, 디스코드까지 수많은 플랫폼에 포진돼 있었다”라며 “이제는 국가가 나설 차례다. 우리 주변에 숨어있는 가해자를 모두 찾아내 검거하여 강력하게 처벌하고, 여성들을 착취해 얻은 부당이득을 몰수해야 한다. 동시에 구상권 행사 및 피해자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도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조씨의 신상공개 여부는 오는 24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통해 결정된다. 신상공개가 결정되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법) 혐의로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