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2.0] 박원순 변호사 “첫 단추는 유리알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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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정보 공개에 대한 원초적 두려움 같은 걸 갖고 있어 보여요. 그게 국가 이익에 복무하는 일이라 생각하곤 하죠. 세상이 바뀌고 있잖아요? 위키피디아식 기업 활동과 행정, 시민사회 활동이 지배적 흐름으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공무원이 일하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 영역이 정보에 쉽게 접근하고, 참여하고, 주체가 돼 스스로 지역공동체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게 선진 정부 아닐까요.”

바람직한 ‘열린 정부’란 어떤 정부일까. 이 물음에 시민활동가이자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박원순 변호사는 주저없이 두 가지 화두를 꺼내들었다. ‘투명성’과 ‘책임감’이다. 그는 “정부가 좋은 행정, 좋은 정부, 좋은 기업경영, 좋은 NGO 활동에 대한 비전을 바꿔내야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고 더 잘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가 국민에게 주는 감동은 작은 데서 옵니다. 정부를 만드는 게 공무원일까요? 시민들 스스로가 만드는 게 정부입니다. 생활 속에서 시민들이 체득한 온갖 경험과 아이디어가 모두 정부를 만들고 키우는 자양분이죠. 공무원은 이를 잘 실행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주면 될 일입니다.”

그렇기에 박원순 변호사는 ‘온라인’의 힘과 가치에 보다 정부가 믿고 기대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름다운재단이 설립됐을 때 제일 먼저 했던 일이 두 가지 있습니다. 먼저, 투명성을 담보하는 일이었죠. 단체 장부부터 모든 활동을 빠짐없이 공개했습니다. 투명성은 신뢰의 핵심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 뼈대는 온라인입니다. 시·공간 제약 없이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간이니까요. 모금도 온라인으로만 실시했는데, 기부자 10명 중 9명이 온라인 기부자였어요. 거버먼트2.0을 꾸리는 데 있어서도 똑같이 중요한 요소일 겁니다.”

지역 거점이 되는 지방정부 웹사이트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전자정부 웹사이트를 보면 행정이나 민원 관련한 서비스들은 많이 올라와 있지만, 실제 지방정부 웹사이트까지 이같은 노력이 연동되는 경우를 보기란 쉽지 않아요. 형식적이고 소통 없는 지방정부 웹사이트가 너무 많죠. 우리 동네 신호등이 고장나거나 신호가 너무 짧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이 문제점을 지방정부 웹사이트에서 해결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대개는 소관부처 탓만 하고, 정작 주민을 위해 현장에 나가보는 공무원은 드문 게 지금 정부2.0의 문제 아닐까요.”

박원순 변호사는 “정부가 정보도 개방하고 오픈 API도 제공하고 데이터베이스 목록을 제공하는 통합 포털도 만들었다지만, 이 모든 일에는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정부가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은 포지티브 방식이었어요. 누군가 공개를 요청하면 받아들이는 식이었죠. 이젠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특별한 국가기밀이나 프라이버시 문제에 걸리지 않는다면 공개를 원칙으로 해야 합니다.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게 하려면, 정부가 국민을 교육하고 국민에게 정보를 무장시켜야 합니다.”

투명한 정부, 공정한 경쟁이 마련되면 무엇이 바뀔까. “지금은 국가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보고서를 국책연구소가 독점하고 있어요. 국책연구소는 아무래도 상위 부처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죠. 투명한 정부 아래에선 국책연구소와 민간연구소간 경쟁이 이뤄질 겁니다. 더 좋은 실천적 대안을 내놓기 위해 경쟁하고 그 결과물을 국민 누구나 볼 수 있게 된다면 연구 품질도 올라가고 신뢰성도 높아질 겁니다. 공무원들의 해외 시찰이나 출장만 해도 그래요. 국민 세금으로 갔다왔는데, 어딜 돌아보고 어떤 보고서를 썼는지 시민들은 모르잖아요? 투명한 정부에선 이런 구태의연한 모습들부터 바뀌고, 공무원 스스로도 책임감을 갖게 되는 거죠.”

사실 투명성과 책임감이 비단 정부에만 해당되는 덕목인가. “기업도 마찬가지죠.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면 사외이사의 책임감이 높아지고 이를 감리하는 로펌도 더 큰 책임감을 갖게 됩니다. 예컨대 증권시장은 공개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신뢰 기반 메커니즘이죠. 참여연대 소액주주운동으로 대한민국 기업 풍토가 많이 바뀌었어요. 김구 선생님이 물어보셨죠. 네 소원이 무엇이냐고. 제 소원은 대한민국 정부가 가장 투명한 정부, 숨길 게 하나도 없는 정부, 하늘 아래 가장 당당한 정부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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