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정리

드라이버들 아우성에도 타다는 ‘무대응’…커지는 불통 논란

2020.03.25

“1만명의 드라이버는 갈 곳이 없다.” 지난 3월6일 이재웅 쏘카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이같이 호소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임박한 시점이었다. “(타다 드라이버는) 다시 택시로 돌아가려고 해도 대리기사로 돌아가려고 해도 지금은 가능하지 않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쏘카 자회사 VCNC는 10여대로 운행되던 장애인 이동서비스 ‘타다 어시스트’를 중단했다. 기사 알선 승합자동차 호출 서비스 ‘타다 베이직’도 4월11일까지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말은 현실이 됐다.

속전속결이었다. 타다 파견업체와 드라이버들이 낄 틈은 없었다. 이 대표의 말은 현실이 됐다. 졸지에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인 드라이버들은 타다의 ‘불통’을 지적하고 있다. 서비스 중단 과정이 일방적이었다는 비판이다. 타다 드라이버들은 ‘타다 정상화’ 촉구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렸다. 현재까지 240여명이 비대위에 가입했다.

비대위는 25일 VCNC 본사 앞에 모여 “(타다에게) 드라이버는 도구이고, 수단이자 부품일 뿐이었다. 타다가 말하는 혁신과 미래에 드라이버는 없었다”라며 “타다는 불통으로 일관돼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드라이버에게 사업 중단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게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이라 강조했다.

이들은 여객법 시행 유예기간이 1년6개월이나 남았음에도 파견업체·드라이버와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서비스 종료를 통보한 점을 꼬집고, △1만2천명 타다 드라이버의 생계를 책임질 것을 요구했다. △또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는 한편 △‘타다 정상화’를 위해 국토교통부와의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일회용품이었나”

비대위는 타다의 ‘언행불일치’를 지적하고 있다. 이달 10일 박재욱 대표는 타다 드라이버 앱을 통해 베이직 서비스 중단을 공지했다. 박 대표는 “최소한 한 달 동안은 갑작스러운 혼란에 따른 불이익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 일방적인 감차가 진행됐다. 타다가 운행하는 차량 수를 줄여, 드라이버가 원해도 일을 할 수 없게 됐다는 의미다. 타다측에 인력을 제공해온 한 파견업체 관계자는 <블로터>와 만나 “타다가 매주 20%씩 베이직의 감차를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드라이버들이 알아서 그만두는 형국”이라며 “배차되는 차량의 수는 타다가 그때그때 정하기 때문에 드라이버가 다음주에 일하겠다고 신청을 해도 실제로 일을 할 수 있을지 미리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타다 드라이버 대부분은 인력파견업체와 프리랜서 형태로 계약을 맺고 있다. 타다 측은 드라이버들이 프리랜서로서 스스로 운행시간과 요일 등을 정해 자유롭게 운행하고 있다고 말해왔지만 실제로는 드라이버가 원하는 시간·요일 등을 택해도 배차 결정권은 회사측에 있었다. 협력업체는 드라이버로부터 일 단위, 주 단위, 또는 월 단위로 근무 신청을 받아 이를 타다에 제공해왔다. 타다가 이를 확인하고 각 업체별 공급물량(배차 대수, 시간) 등을 승인해야만 근무가 가능한 구조였다. 업체 관계자는 “드라이버는 프리랜서라 배차를 안 해주는 게 곧 계약해지나 다름없다”라며 “나와서 일하는 만큼 돈을 버는 사람들이니 배차가 안 된다는 건 사실상의 해고 통보”라고 말했다.

김태환 타다 비대위원장은 “다음달에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매주 감차를 늘려가고 있다. 이 때문에 실직하는 드라이버가 많은 상황”이라며 “타다는 이런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지도, 소통을 하지도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협력업체의 한숨

파견업체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파견업체 대표 ㄱ씨에 따르면 타다는 여객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불과 열흘 전 계약서를 다시 썼다. 이후 타다는 공식적으로 타다 베이직 서비스 중단을 선언했고, 감차를 통보했다. 배차 대수가 적었던 중소업체들은 타격이 컸다.

이 업체는 매출의 70%가 감소했다. 그럼에도 타다로부터 구체적인 설명은 들을 수 없었다. 타다는 지난주 파견업체들에게 “계약 해지 서류를 송부하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타다는 뼛속까지 ‘갑질’ 마인드다. 기존에도 파견사를 노예처럼 부려왔다”라고 격분했다. “우리가 죽는데, 너희 같은 업체가 무슨 상관이냐는 거죠.”

타다 베이직 중단 및 계약 유지 여부 등에 대해 파견업체와 별도로 논의한 바 있는지 묻자 VCNC 관계자는 “1년 단위 계약으로, 법안 통과가 결정되기 이전에 계약 연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법안 통과로 서비스 유지 자체가 불가능해지게 됐다”라며 “협력업체들과의 계약상에 사업 중단에 따른 중도 계약 해지 관련 내용이 있고 업체들도 이미 이 부분을 다 인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최대한 드라이버와 업체들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 달여의 기간을 두고 감차 과정을 진행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 자료=타다 파견업체 제공

 

타다 드라이버, 근로자 될 수 있을까

비대위는 타다 드라이버들의 근로자성을 인정 받기 위해 다음주 서울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프리랜서였지만 타다 앱을 통해 사실상 직접 지시를 받는 근로자처럼 일해왔다”라며 “이들은 평점 4.5점 이하는 배차를 해주지 않고, 대기지를 이탈하면 페널티를 줬다. 정해진 시간에 일했고 정해진 장소에서 대기를 하도록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파견업체와 계약서를 쓴 것은 맞지만 실질적인 근로감독은 전부 쏘카와 타다가 했다. 실질적으로 손님이 타고 내리면서 불편사항에 대해 의견을 남겨도 파견업체, 드라이버 모두 확인할 수가 없다”라며 “VCNC가 파견업체에 요구사항을 전달하면 파견업체가 드라이버에게 연락해 확인하고 이를 다시 타다측에 보고하는 구조였다. 우리는 쏘카와 VCNC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파견업체도 타다가 앱을 통해 드라이버를 지휘·감독해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파견업체를 통해 드라이버에 대한 지시를 계속해 “컴퓨터 앞을 떠날 수가 없을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이 주장에 따르면 타다는 △드라이버의 출·퇴근을 관리했고 △대기지 이탈 시 실시간으로 업체에 경고했다. △잦은 고객취소나 △배차 수락 이후 늦은 픽업, △잦은 휴식 등은 기록 보고하도록 했다.

또 △프리랜서 채용시 채용기준을 하달하고 면접에 직접 참관하거나 △특정 드라이버의 계약해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매월 저성과자 개선계획 보고도 지시했다는 설명이다. 평가항목은 다양했다. △이용자 별점 △저성과 일수 △시간당 평균 매출 △같은 조 평균 매출 및 편차 △평균 운행 건수 △휴식 중 평균 이동거리(미터) 등에 대해 월별 통계를 내고 이들을 최우수자, 우수자, 경고 대상자로 분류했다.

이는 그대로 파견업체에 전달됐다. 파견업체 관계자는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라고 토로했다. 이들은 타다측과 소통하고 싶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항의방문에 참석한 ㄴ씨는 작년 2월부터 타다 드라이버로 일해왔다. 그는 <블로터>에 “허탈하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초창기부터 드라이버로 일해온 사람들은 자긍심이 있었다. 최선을 다해 타다의 서비스 질을 높이려 노력했다”라며 “타다라는 브랜드가 인기를 얻게 된 것은 현장 일선에 있는 드라이버들이 최선을 다해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기사들은 여전히 업무를 하고 있지만 근로시간이 하루 10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었고, 격일로 배차하고 있다. 생계가 흔들리니 일을 스스로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ㄷ씨는 ㄴ씨보다 이전인 2018년 타다 드라이버가 됐다. “초창기에 주차장에서 간담회를 자주 했습니다만, 그때도 드라이버들이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자 쏘카 직원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타다 브랜드가 좋아서 인기를 얻는 거지, 드라이버가 한 게 뭐가 있느냐’고요.”

그가 바라는 것은 대화였다. “사업이 망해서 어쩔 수 없을 수 있죠. 못하겠다는데 떼 쓸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래도 최소한 대화는 하고 싶다는 거예요. 혁신 속에 우리가 있었고, 우리의 한숨으로 타다가 성공했습니다. ‘수고했다’ 한마디, 그걸 원합니다.”

비대위는 이날 박 대표에게 직접 면담요청서를 전달하기 위해 VCNC 본사를 찾았으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의 일환으로 재택근무 중인 관계로 만남은 불발됐다. VCNC 관계자는 <블로터>에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해달라. 우리도 사업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만나서 당장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는 상황을 이해해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