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프 대신 줌(Zoom)이 화상회의 앱의 대명사로 뜨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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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 두기’가 퍼진 이후 국내외에서 가장 많이 이름이 알린 테크 기업 중 하나가 있으니 바로 클라우드 기반 화상회의 서비스 ‘줌'(Zoom)이다. 연초 대비 하루 사용자수가 40배 가까이 상승할 만큼, 줌은 코로나19 이후 존재감을 확실하게 끌어올렸다.

코로나19로 SNS와 스트리밍 같은 서비스 사용량과 온라인 구매가 전반적으로 크게 늘어난 것을 감안해도 줌의 고공행진은 두드러진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애플 같은 거물급 테크 기업이 아니라 지난해 상장한 스타트업 회사에 가깝다는 점에서도 줌의 부상은 인상적이다.

<CNN닷컴>, <지디넷> 등 외신들에 따르면 최근 몇주간 줌은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되는 앱 중 하나로 부상했다. 특히 줌은 이달들어 매일 반복해서 다운로드 기록을 갈아치웠다. 앱 분석 회사인 앱토피아에 따르면 3월23일 줌 모바일앱은 전세계적으로 231만회 다운로드되는 기염을 통했다. 하루전에는 204만회 다운로드가 이뤄졌다. 두달여전 하루 글로벌 다운로드수가 5만6천회 정도였음을 고려하면 폭발적인 증가였다.

“커뮤니케이션의 미래는 비디오”

줌은 2011년 에릭 유안에 의해 설립됐다. 중국에서 광산 엔지니어의 아들로 태어난 유안은 미국으로 건너가 1997년 화상회의 서비스 회사인 웹엑스 창업에 참여했다. 그는 웹엑스의 창업 엔지니어들 중 하나였다. 웹엑스는 2007년 시스코시스템즈에 인수됐고 이후 유안은 시스코에서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을 맡았다. 그리고 시스코를 나와 설립한 회사가 바로 줌이다. 유안이 만든 웹엑스는 이제 줌의 경쟁 상대 중 하나가 됐다.

줌은 B2C보다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클라우드 기반 B2B 서비스다. 사용자들은 화상회의 및 웨비나와 같은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다. 줌 서비스는 유료와 무료 버전 모두 제공하며 웹과 모바일 앱 형태로 쓸 수 있다. 무료 버전은 한번에 100명까지 화상 회의 및 컨퍼러스 참가자들을 모을 수 있다. 50명인 스카이프 무료 모델의 두배 수준이다.

카메라 앵글을 바꾸고 여러 배경을 고를 수 있는 기능 등 다양한 개인화 도구들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특정 사용자에 일대일 메시지를 보내고 세션을 녹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40분 이상 화상회의를 하려면 사용자는 14.99달러를 내면 된다. 엔터프라이즈 사용자들의 경우 월 19.99달러를 내면 시간에 제한 없이 쓸 수 있다.

줌은 2019년 4월 상장했다. 우버나 리스트 같은 유명 회사들과 비슷한 시점이었다. 유명세는 우버나 리스트에 못미쳤을 지 몰라도 주가만 놓고보면 줌의 우세였다. 줌 주식은 거래 첫날 72% 상승했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 가치도 160억달러 규모로 뛰어올랐다. 이후 줌의 기업 가치는 계속 상승모드를 유지해 지금은 423억달러 규모로 증가했다. 우버나 리프트와 달리 실제로 수익도 내고 있는 테크 기업이 됐다. 코로나19로 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곤두박질 치고 있는 상황에서도 줌은 나름 선전하는 모습이다.

에릭 유안 줌 CEO는 상장 시점에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비디오는 커뮤니케이션의 미래”라는 비전을 강조했다. 그가 강조한 미래는 코로나19에 의해 모두가 예상했던 것보다 그것도 갑자기 현실화됐다.

강력한 사용성으로 경쟁 우위 확보

웹과 모바일에서 쓸 수 있는 화상 회의 서비스가 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에릭 유안이 창업에 참여했던 시스코 웹엑스도 있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소유한 스카이프 역시도 줌과 유사한 기능을 제공한다.  모두가 줌의 ‘대선배’격에 해당하는 서비스들이다. 이들 서비스들도 코로나19 이후 사용량이 늘었지만 사용자 관심의 무게중심은 줌으로 쏠리는 양상이다. 사용성이 승부를 갈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디넷 칼럼니스트인 애드리안 킹슬레이 휴즈는 최근 <지디넷>에 쓴 글에서 코로나19 사태에서 사용자들이 스카이프가 아니라 줌으로 몰린 것에 대해 기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쓸 수 있다는 점을 대표적인 이유로 들었다. 그는 “줌을 내려받는 것은 너무 쉽고, 설치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사람들을 미팅에 초대하는 것도 링크를 보내는 것 만큼 편하다”라고 후한 평가를 내렸다.

사용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줌은 이런저런 딜레마에도 봉착했다. 프라이버시 및 줌을 활용한 온라인 공격이 대표적이다.  사용자들 사이에선  줌에서 예상치 못한 봉변을 당하는 것을 뜻하는 줌바밍(Zoombombing)이라는 말까지 회자될 정도다. 공개 화상회의 참가자가 갑자기 포르노 영상을 트는 바람에 판이 깨지는 장면들도 연출되고 있다.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역량도 줌에게는 중요한 요소로 부상했다. 지금은 페이스북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대형 플랫폼 기업들도 오류 없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시절이다. CNN닷컴에 따르면 줌은 전세계 17개 지역에 있는 데이터센터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 운영 역량과 관련해 줌은 코로나19 이슈가 터지기 전부터 일일 평균 사용량의 두배를 지원하고 필요할 경우 수만대의 추가 서비스를 배치할 수 있는 정책을 유지해왔다라고 설명했다.